'딱 하루만 더 있었으면 좋겠는걸' 쿠리치바에서 상파울루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브라질이라는 나라가 워낙 거대하다 보니 애초에 며칠 일정 가지고는 제대로 돌아볼 수 없는 게 당연했다. 그럼에도 '딱 하루만 더 있었더라면 브라질리아 정도는 가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미련이 생겼다. 브라질리아는 미국의 워싱턴 DC, 우리나라로 치면 세종시 같은 일종의 행정수도이다. 행정가도 아닌 내가 브라질리아에 가보고 싶은 이유는 순전히 건축가 오스카르 니에메예르(Oscar Niemeyer, 1907-2012)의 작업을 보고 싶어서였다. 명실상부한 브라질의 국민적인 건축가, 우리에겐 어쩐지 오스카 니마이어라는 발음으로 더 익숙하지만 근래 들어 포르투갈어 표기법을 따르는 것으로 바뀌었다. 브라..
채 일주일도 안 되는 빡빡한 출장 일정에도 굳이 쿠리치바를 가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순전히 내 의지였다. 언제 또 올 수 있을지 모르는 이역만리 브라질 땅에서 상파울루에만 머물다 가기엔 너무 아까웠다. 업무에 무리가 없는 선에서 딱 하루 정도는 어떻게 시간을 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후보지는 크게 세 곳. 모두 상파울루에서 비행기로 한두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곳들로 대략 예상되는 일정은 아래와 같았다.1. Rio de Janeiro: 브라질 최대의 관광도시 리우의 거대 예수상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긴다. 2. Foz do Iguazu: 세계 3대 폭포라 불리는 이과수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긴다. 3. Curitiba: 전 세계 건축/도시/교통/행정가들의 참조도시, 쿠리치바를 답사한다. 관광을 목적..
나에게 하루 반나절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이른 아침부터 움직이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쌀쌀했던 4월의 도쿄 날씨는 자꾸만 몸을 웅크리게 만들었다. 출장의 묘미는 뭐니뭐니해도 자유시간이다. 일정과 일정 사이에 생기는 자투리들을 잘 모으면 나름의 짧은 답사를 다녀오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본연의 업무에는 지장이 없는 선에서 말이다. 다만 그런 시간이 언제, 어디서, 얼마나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뭔가를 미리 계획 한다는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저 마음속에 미리 후보지를 두어 군데 점 찍어 두는 정도라면 모를까. 이날은 오전 4시에 미술관에서 열리는 컨퍼런스 참석을 제외하고는 오전 내내 일정이 비었다. 전시와 관련해 갑작스러운 돌발상황이 생길 것을 대비해 여유삼아 남겨놓은 시간이었는데 다행히도 일이 잘 끝나 남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