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는 참 부르기도 쉽고 예쁜 이름이다. 누구보다 달빛에 가까이 살고있는 사람들의 마을이니 달동네라는 이름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서울의 아직 남아있는 달동네들을 이곳저곳 찾아다닌지도 시간이 꽤 흘렀다. 그동안 많은 골목을 걷고,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카메라로 기록을 남기고... 참 많은 생각도 했다. 소위 작품이라고 일컫어지는 스타 건축가들의 멋진 주택과 대형 건물들이 건축가 하면 떠오르는 지배적인 이미지이긴 하지만 사람들의 삶을 조직하고 도시의 풍경을 만들어내는 일 역시 건축가의 몫이다. 때문에 우리가 살고있는 서울이라는 도시안에서 벌어지고있는 '살아가는 풍경'은 가장 중요한 연구과제이자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인왕산자락에 걸터앉은 홍제동 개미마을은 모두 210가..
아름다운 바다와 섬들이 만들어내는 비경으로 유명한 다도해. 경상남도 통영은 남해안의 대표적인 관광지중 한 곳으로, '한국의 나폴리'라고 불릴만큼 빼어난 경치와 볼거리를 자랑한다. 소매물도, 비진도, 욕지도 등 가까운 섬들로 나가는 배가 출발하는 곳이기도하고, 매콤하고 맛있는 충무김밥과 뜨끈한 시락국하면 생각나는 곳이기도 하다. 파란 바다위에 떠있는 초록빛 섬들을 돌아보기에도 시간이 모자랄 만큼 가볼곳이 많은 통영이지만, 지난해 가을부터 바닷가의 조그만 달동네 한 곳이 통영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통영의 '강구안항'을 바라보며 우뚝 솟은 언덕에는 조그마한 달동네가 자리잡고 있는데, 이미 관광객들에게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동피랑 마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동피랑' 어째 우리나라말이 아닌..
'104마을' 마을이름에 난데없이 104라는 숫자가 떡하니 들어가 있다. 어떤 마을이기에 이런 이름이 붙은걸까. 서울의 북쪽 끝자락, 불암산과 수락산이 만나는 곳에 조그만 야산을 따라 위치한 달동네. 사람들은 이곳 노원구 중계본동을 '104마을'이라고 부른다. 2000세대정도가 살고있는 이곳은 서울에 남아있는 달동네 중에선 그 규모가 가장 크다고 한다. 지하철 4호선 상계역에서 내려 1142번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리면 왼쪽으로 중계본동 104마을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찾아갔던 그날따라 어찌나 하늘이 맑고 해가 내리쬐던지 언덕을 오르는 내내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예전엔 야산을 따라 배나무가 자라던 이곳에 1967년 주변 일대의 개발로 인해 판자집에서 떠밀려 온 사람들이 정착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