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도인 내가 여행을 한다고 하면 흔히들 '답사'를 위한게 아닐까 하고 으레 짐작하곤 한다. 하지만 오히려 내 여행은 그 반대다. 사실 '답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일이기에 '여행'에서 만큼은 그런 강박관념을 버리고 여유롭고 편안한 마음으로 유유자적 유랑하는걸 즐기는 편이다. 물론 인도에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답사'할 거리가 널렸다. 꼬르뷔제가 설계한 계획도시 찬디가르나, 2학년때 과제로 만들었던 쇼단하우스 같은 건물들 외에도 참 많다. 하지만 내가 진짜 보고싶은건 사람들이 사는 모습 그 자체, 가장 낮은 곳에서 눈높이를 맞추고 바라보는 그들의 삶 그 뿐이었다. 바라나시에서 보내는 하루하루는 내가 보고싶었던 인도와 가장 흡사했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눈앞에서 바쁘게 돌아가는 인도..
질나쁜 홍차 찌꺼기를 달여 설탕과 우유를 넣어 마시는 짜이. 인도 사람들은 아침에 짜이 한잔을 마시지 않으면 일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인도 사람들에게 짜이는 습관이자 생활이다. 게스트하우스 손님들에게 짜이 끓여주기를 참 좋아하는 템플 뷰 게스트하우스의 주인 아저씨 덕분에 오르차에 머무는 내내 셀 수 없이 많은 짜이를 마셨다. 그리고 오늘은 그 마지막 한 잔을 마시는 날. 오르차에 머무르는 마지막 날이자 간즈 빌리지 아이들과도 마지막 수업이다. 짜이 한 잔에는 단맛, 쓴맛, 신맛, 짠맛... 모든 맛이 들어있다. 오르차에서의 시간들 역시 한 잔의 짜이처럼 기쁨, 슬픔, 흥 여유... 여행하며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들이 한데 뒤섞인 기분이랄까. 그래서인지 마지막 수업을 하러 간즈 빌리지로 향..
인도 버스들은 유달리 클락션 소리가 우렁차다. 아니, 우렁차다는 단어로는 그 소리의 반도 채 표현하지 못한다. 필요 이상으로 시끄럽고, 시도때도 없이 울려대는 야간버스의 클락션 소리 때문에 잠을 설치는건 기본이요, 다음날 아침 새 여행지에 도착했을때 반쯤 나가버린 정신은 옵션이다. 앞에서 차가 오거나 사람이 나타날때만 울려주면 될것이지 불빛하나 없는 시골길을 밤새 달리며 왜그렇게 클락션을 울려대는 걸까 처음에는 짜증도 났었다. 하지만 여행을 계속하다보니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는걸 알았다. 특히 카주라호에서 직접 릭샤를 하룻동안 몰아본 이후에는 더더욱. 인도에서 여행하며 쉽게 접할 수 있는 장거리 여행용 버스는 이렇게 생겼다. 운전하는 사람 말고도 한명 또는 두명이 함께 타게 되는데 이 사람들의 역할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