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내린 비로 촉촉하게 젖은 마냐라 호수. 지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세렝게티 사파리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그래도 캠프사이트에서 두 밤을 자고 나니 처음에는 불편하게만 느껴지던 샤워실도, 등이 뻐근하도록 딱딱했던 텐트 바닥도 이제는 그럭저럭 견딜만 하다. 셀 수 없이 많은 동물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추억해볼 여유도 없이 어느새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 널부러진 침낭을 말끔히 개고, 차곡차곡 배낭에 짐을 다시 챙겨 넣어보는데 덤불 속에서 벌레 한마리가 튀어나와 내 손등위에 앉았다. 자연 속에서 그들과 함께 숨쉬며 함께했던 시간들을 아쉬워 하듯 좀처럼 내 몸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질 않는다. 다른 손으로 벌레를 들어서 원래 있었던 풀숲에 살며시 놓아줬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시 폴짝..
'만약 천사들이 에덴동산에서 사진 촬영 작업을 하였다면, 그들이 찍은 야생 생물 사진은 오늘날 응고롱고로 분화구에서 찍을 수 있는 사진들과 별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라인하르트 퀸켈은 자신의 저서에 탄자니아의 응고롱고로 분화구를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칼데라 분화구이자 8대 불가사의 중 한 곳인 응고롱고로 분화구. 마사이어로 '큰 구멍'이라는 뜻의 이 거대한 분화구에는 사파리의 빅 5라 불리는 사자, 코끼리, 표범, 코뿔소, 버팔로를 비롯하여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거대한 두 팔을 뻗어 대지를 감싸 안는듯한 모습의 응고롱고로,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을 만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짐을 챙겨 텐트를 나왔다. 간밤에 이슬이 촉촉하게 내려앉은 텐트를 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