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남짓한 산책이었지만, 그늘 한점 없는 마라도에서는 말 그대로 햇빛과의 전쟁이었다. 카트를 빌려서 타고 다니는 어르신들이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될것도 같았다. 결국, 다시 나오는 배에서는 30분 정도 푹 잠이 들어버렸다. 그렇게 다시 모슬포항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5시 경. 점심도 느즈막히 자장면 한그릇 먹은게 전부라 허기가 졌지만 오늘의 목적지인 '사이 게스트 하우스'까지는 어떻게든 도착해야만 한다. 끼니 걱정은 일단 짐이라도 좀 풀러놓고 다시 하기로 했다. 제주도에는 참 많은 게스트 하우스가 있다. 저마다 규모도, 개성도 다 달라서 골라 묵어가는(?) 소소한 재미가 있지만 무시할 수 없는게 또 게스트 하우스의 위치다. 제주는 그리 크지 않은 섬이지만 어느쪽 바다를 보고 있는지에 따라서, 혹은..
만 이틀 만에 자전거 안장에서 내려왔다. 짐칸에 고무줄로 칭칭 묶어놓고 다닐때는 잘 몰랐는데 생각보다 쓸데없는 짐이 꽤 많은것 같다. 벌써부터 짊어진 가방 때문에 어깨가 살살 아파온다. 마라도에는 오로지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때문에 자동차도, 자전거도 모슬포항에 잠시 세워두고 배에 올라야 한다. 매 시간마다 마라도로 향하는 200명 정원의 쾌속선에는 발디딜틈 없이 사람들이 한가득이다. 다들 무슨 이유에서 마라도를 찾는걸까 궁금해하고 있는데, 유난히 배 안에는 임산부가 많이 보인다. 마라도의 정기가 태교에 도움이라도 된다는 소문이 있는걸까... 어쨌거나 오랜만에 배를 타서 그런지 한껏 기분이 들떴다. 서울 촌놈이라 그런지 배만 타면 나도 모르게 배시시 웃음이 나오곤 한다. 요란하게 뱃고동을 울리..
내가 자전거로 여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 망각하기라도 했던걸까.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신 덕에 10시가 다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게스트 하우스에서는 아침 식사용으로 빵과 토스트를 준비해 놓았지만 쓰린 속에 그런 밀가루 음식이 들어갈리가 만무했다. 배를 움켜잡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마침 아침 식사를 하시던 형님 한분이 고맙게도 손수 끓인 김치찌개를 같이 먹자며 권하셨다! 염치 불구하긴 해도 고마운 마음으로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무사히 출발할 수 있었다. 고맙습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마라도를 지나 산방산까지. 어제 정도 거리만 타면 쉽게 모슬포항까지 도착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어째 저녁이 될 때 까지 술이 깨지 않을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어제의 즐거웠던 ..
드디어 내일이면 제주도로 떠난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여행을 다니며 늘 꿈꿔왔던 바로 그것. 드디어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여정을 앞두고 있다. 준비는 또 다른 여행의 시작이다. 짐을 챙기고 지도를 보고 있으면 벌써 여행을 하고있는 듯한 행복한 기분이 든다. 스트라이다로 제주도를 여행하겠다고 하니, 물어보는 사람마다 다들 결사 반대다. 물론, 스트라이다가 장거리 여행하기에는 다소 불편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있지만, 시도해보지도 않고 그렇게 단정짓는 사람들의 태도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다. 내가 꼭 완주해 보여주겠노라 오기 마저 생긴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준비를 하는 손길이 더욱 분주해진다. STEP 1 전조등과 후미등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차량'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도로위에서는 약자일 수 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