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일주일도 안 되는 빡빡한 출장 일정에도 굳이 쿠리치바를 가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순전히 내 의지였다. 언제 또 올 수 있을지 모르는 이역만리 브라질 땅에서 상파울루에만 머물다 가기엔 너무 아까웠다. 업무에 무리가 없는 선에서 딱 하루 정도는 어떻게 시간을 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후보지는 크게 세 곳. 모두 상파울루에서 비행기로 한두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곳들로 대략 예상되는 일정은 아래와 같았다.1. Rio de Janeiro: 브라질 최대의 관광도시 리우의 거대 예수상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긴다. 2. Foz do Iguazu: 세계 3대 폭포라 불리는 이과수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긴다. 3. Curitiba: 전 세계 건축/도시/교통/행정가들의 참조도시, 쿠리치바를 답사한다. 관광을 목적..
뜨거운 증기와 강한 압력으로 추출하는 커피, 에스프레소. 사람들이 흔히 즐겨 마시는 커피 베리에이션 대부분의 베이스가 되는 에스프레소는 어쩌면 우리가 아는 커피의 전부일지도 모른다. 인공적인 힘이 아닌 자연의 힘, 중력에 의해 천천히 시간을 두고 내려지는 핸드드립 커피의 그윽하고도 깊은 향은 그래서 더 그립고 아련하다. 세계적인 커피 원두 생산지인 케냐의 원두는 생두의 크기에 따라 AA, A, B로 구분되어진다. 스스로 커피를 즐긴다고 생각은 하지만, 지식도 별로 없고 혀끝은 무뎌져 맛의 차이를 잘 느끼지도 못하는 나. 좋아하는 핸드 드립 커피보다는 인스턴트를 마시는 일이 더 많긴 해도, 언젠가 꼭 한번 'KENYA AA' 원두 커피를 본 고장에서 핸드 드립으로 마셔보고 싶다는 낭만적인 꿈이 있었다. 어..
답답한 지하철 보다는 시원스런 기차가 더 좋고, 제 갈길로만 가는 기차보다는 어디로든 달릴 수 있는 버스가 그저 좋았다. 서울에서 가장 혼잡하다는 2호선 신도림역. 매일 아침 그곳을 지나며 짜증이 나다가도 이내 터널을 빠져나와 신나게 고가위를 달리기 시작하면 창 밖으로 사람 구경하는 재미에 다시 기운이 나곤 했다. 내가 지금 어디쯤 있는지, 달리는 이 길위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앞으로 또 어떤 풍경이 내 눈앞에 펼쳐질 지. 한 명, 또 한 명 일일히 눈을 마주쳐가며 넋을 잃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자면 멀게만 느껴지던 목적지도 한 달음에 닿곤 한다. 그래서 였을까. 다르에스살람에서 아루샤까지는 버스로 6시간이나 걸린다는 말을 듣고 한숨을 먼저 푹 내쉬는 후배녀석을 앞에 두고 괜히 혼자 또 설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