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 크게 한 번 출렁이는 차축의 진동이 창문에 기댄 내 머리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당시 스무 살 나이에 유럽을 배낭여행 중이던 나는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니스'를 출발해 '생폴 드 방스'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있었다. 순간 안내방송에서 들리는 '방스'라는 단어에 반사적으로 가방을 챙겨 버스를 내렸다. 하지만 이상했다. 아무리 둘러봐도 가이드북에 나온 마을 사진과 영 딴판인 게 아닌가. 분명 '방스'라고는 했는데 여기가 정말 '생폴 드 방스'가 맞는지 스마트폰도 없던 그 시절엔 확인할 방도가 없었다. 친구들과 상의 끝에 히치하이킹을 하기로 했다. 달리는 자동차를 향해 '생폴!'이라고 소리 지르며 열심히 손을 흔들었고, 운 좋게도 푸조 한 대를 얻어 탈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우리가 버스를 내린 곳은 ..
결혼을 하고, 나는 가장이 되었다. 이제는 늘 두 사람이 함께니 무엇을 하더라도 혼자일 때 보단 어렵고 힘이 든다. 하물며 여행도 마찬가지다. 철없던 연애시절엔 하룻밤에 5유로짜리 호스텔에도 곧잘 묵곤 했었다. 하지만 일 년에 단 한번 부부가 함께하는 여름휴가에 그런 숙소를 택할 수는 없는 법이다. 미리부터 세워보는 휴가 계획에는 비행기 값도 두 배, 식비도 두 배, 숙박비는 두배 플러스 알파로 계산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 회사의 공식 여름휴가 기간은 주말을 합쳐도 단 6일이 전부였다. 제아무리 머리를 굴려본들 우리 부부의 이번 휴가지는 멀리 가도 동남아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난 올해 여름 꼭 '라 투레트'에 가봐야겠다고 결심했다. 말이야 쉽지만 프랑스까지 가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