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에서 출발해 남쪽으로 마르세유까지 이어지는 A7번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이대로 서너 시간 정도 계속 달리면 생 레미 드 프로방스에 도착한다. 그러고 보니 외국에서 운전하는 게 벌써 인도, 미국, 이탈리아에 이어 네 번째다. 자동차가 네 바퀴로 굴러가는 이치야 만국 공통이지만 그럼에도 나라마다 특유의 운전문화라는 게 있어 매번 긴장하곤 한다. 괜스레 핸들을 잡은 손이 떨려오는 까닭이다. 어느새 리용에서 꽤 멀어지고 이정표에 아비뇽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즈음부터 운전이 한결 편안해졌다. 프랑스의 운전자들은 카메라가 없는 곳에선 120, 130킬로미터까지 시원스럽게 내 달린다. 나 역시 추월차로를 넘나들며 지중해를 향해 엑셀을 힘껏 밟았다. 초반 한 두 개 정도 못 보고 지나친 과속카메라 말고는 군더더기 ..
샤를 드골 국제공항 국내선 환승 터미널에 막 들어섰다. 감각적인 노출 콘크리트 벽체와 유리로 된 천장이 참 아름다웠지만 뜨거운 7월의 햇볕 때문에 어쩐지 후텁지근한 기분이다. 아내는 화장실에 들러 헛구역질을 하고 나왔다. 전날 밤을 꼴딱 새우고 열 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파리에서 아내의 몸상태는 이미 넉다운이었다. 이번 여행의 출발지인 리용에는 아직 도착하지도 못했다. 걱정스러운 마음 가운데 얼마 남지 않은 국내선 환승 시간을 확인하고는 이내 아내의 손을 끌어당겼다. 늦지 않으려면 지금 뛰어야 한다. 이게 다 라 투레트 때문이다. 애초에 이번 휴가를 계획한 이유부터가 라 투레트를 보기 위해서였고, 긴 비행에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국내선을 한 시간이나 더 타야 했던 것도 라 투레트가 파리보다는 리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