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도 간밤에 모형에는 별 일 없었다. 나 역시 그 옆에서 곤히 단잠을 잤다. 오늘의 첫 일정은 미술관으로 모형을 운반하는 것인데 개관 시간이 열시인 관계로 아침에 여유가 조금 생겼다. 졸린 눈을 비비고 내려와 호텔 식당으로 향했다. 앙증맞은 모양은 물론 색깔마저 아기자기한 일본식 조식을 한 접시 가득 담았다. 미소장국과 밥을 기본으로 우메보시(매실 장아찌), 츠케모노(절인 채소)까지 곁들인 전형적인 일본 가정식이다. 아무래도 일본 회사원들이 출장으로 많이 오는 비지니스 호텔이다 보니 아메리칸 식 보다는 일본식을 택해 타지에서도 '집밥' 느낌으로 편안하게 해주려는 배려 같았다. 물론 나 같은 외국인 손님게에 있어서 만큼은 일본으로 온 출장의 기분을 한껏 더 살려주는 좋은 한 끼 였지만 말이다. 가볍게 ..
이번이 일본으로의 세 번째 출장이다. 지난 2013년, 난생 처음으로 대형 쇼핑몰 설계를 맡게 되어 롯본기 힐즈나 미드타운 따위의 사례답사 차 도쿄에 왔었고 2015년에는 또한 처음으로 기념관 설계를 맡아 부산에서부터 배를 타고 후쿠오카로 들어와 기타큐슈, 야마구치, 히로시마를 돌며 여러 기념관 들을 돌아봤었다. 이번 출장의 목적은 도쿄 남부의 시나가와구에 위치한 하라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참가작품을 설치하는 일이다. 모형과 영상, 벽면 패널이 설계한 대로 잘 설치되는지 감독하고 오프닝과 큐레이터토크 까지 보고 오면 나의 임무는 완수다. 오후 비행기라 아침에 캐리어를 끌고 출근했다가 회사차를 얻어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어차피 동행없이 가는 길이라 공항버스를 타고 가도 그만이지만 미술관까지 가져가야하는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