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크리스마스 이브날 아침이 밝았다. 어느덧 독일에 온 지도 나흘째지만 빡빡한 학교 수업에 시달리던 마드리드에서와는 달리 딱히 할일이 정해지지 않은 편안한 나날들이었다. 그래서 독일에서의 시간은 더욱 느리게만 흘렀다. 날씨도 한 몫 단단히 했다. 파란 하늘과 쨍한 햇살이 익숙한 마드리드와는 달리, 어딘가 우중충 하면서도 빗방울을 가득 머금은 뒤셀도르프의 하늘은 늘 멈춰있는것만 같았다. 독일 사람들에게 있어서 크리스마스란 우리나라의 설날과 견줄 만큼 큰 명절이다. 유럽에 오기 전까지는(더욱 정확히는 파울네 집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전까진) 몰랐지만 이들에게 크리스마스란 내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더라. 그런 점에서 난 참 행운아다. 멀리 마드리드에서 교환학생으로 한 학기를 보낸것도 과분한데 독일의 가정집..
2년전 유럽을 여행할때만 해도 그렇게 한국음식이 그립거나 먹고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았었다. 그도 그럴것이, 한국에서는 비싼 돈을 주고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맛볼 수 있는 고급 요리들을 매일같이 먹을 수 있었으니 굳이 더 비싼 돈을 줘가면서 까지 한국음식을 찾아 헤멜 필요가 없었던게 아닐까. 하지만 인도에서는 그렇지가 않았다. 코 끝이 찡해질 정도의 강한 향신료와 어딜가도 하나같이 짜고, 느끼하고, 맵고... 너무 강렬한 인도음식들만으로 여행내내 주린 배를 채우기에는 무리가 아니었을까. 처음 인도에 도착했을때는 매일같이 서민들이 자주 찾는 진짜 인도식 식당에 들어가 이것저것 먹어보면서 마냥 신났었던것 같다. 하지만 나역시 영락없는 한국사람인 모양이다. 일주일정도 지나고 나니 어느샌가 한국음식, 김치, 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