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지와 목적지를 정해두고 달리는 자전거 여행은 수평선상에서 움직이는 것과 비슷하다. 두 점을 잇는 선분 위에서 얼마나 빨리, 혹은 천천히 달릴 것인지만 결정하면 두 바퀴가 알아서 나를 이끌게 된다. 길을 찾거나 방향을 잡기위해 그리 많은 고민할 필요가 없다. 밥을 먹을 곳도, 잠을 잘 곳도 모두 그 길 어딘가에 있다. 그래서 자전거 여행은 잡념을 떨쳐버리기에 참 좋다. Rider's high는 꼭 심장이 터질듯한 흥분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어느덧 자전거 국토종주 대장정의 다섯번째 아침이 밝았다. 갑작스럽게 휴가를 쓰고 떠나온 여정이었다. 사무실에서 한창 일하고 있었을 시간에 좋은 경치에서 자전거를 타는 기분이 참 좋았었다. 그런데 벌써 토요일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달려야할 거리보다 달린 거리거 더 ..
방안에는 어젯밤 펑크패치를 붙여보려 안간힘을 쓰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타이어를 손에 들고 방으로 들어가는 나에게 주인아주머니는 침대보 더럽힐 생각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셨었다. 샤워기로 깨끗이 씻어가면서까지 몇 번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 칙- 하는 소리와 함께 번번히 흐물해지는 타이어와 씨름하다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아침 일찍 상주 시내에 나가 튜브를 교체해올 계획이었기에 눈꼽만 대충 떼어내고 밖으로 나왔다. 모텔 바로 앞으로 어제 사건의 무대였던 낙단보가 보인다. 하마터면 빗속에서 조난까지 당하는 줄로만 알았었다. 일정까지 바꿔가며 허둥지둥댔지만 그 이유가 고작 펑크라니 조금은 꼴이 우스웠다. 아침이 되어보니 이제서야 마을 생김새가 눈에 들어온다. 생각치도 않았던 숙박지가 된 이 곳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