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곧 ‘피에스따(fiesta, 파티)’다. 매일 밤 창문을 통해 길거리에 전해지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시끌벅적한 분위기, 신나는 음악. 이제는 오히려 길거리가 조용하면 되려 이상하게 생각될 정도. 그만큼 피에스따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문화이자 곧 스페인 사람들의 삶 그 자체다. 교환학생을 오기 전 알고 지내던 서어서문과 친구가 마지막으로 건넨 인사도 그랬었다. ‘잘 다녀 와’가 아닌 ‘피에스따 잘 하고 와’ 피에스따는 보통 밤 10시~11시 사이에 시작된다. 여기엔 별다른 규칙도 없고 정해진 시간도 사실 따로 없다. 그냥 누구 한 명이 자기 집으로 사람들을 초대하면 다같이 모여 새벽 3~4시까지 음식과 술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가끔은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기도 하고 그러면 된다. 그나마 작은..
국적도, 나이도, 성별도 제각각인 7명의 남녀가 모여사는 마드리드의 우리집. c/Maudes 16번지 5층에서는 매주 일요일 저녁마다 특별한 만찬이 펼쳐진다. 이름하야 '일요일의 만찬(Cenita de Mudes)'. Vincente의 아이디어로 처음 시작된 이 전통은 벌써 두 달 넘게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물론 아직은 전통이라고 부를 만큼 오래되진 않았지만, 남들에게 자랑하고 초대하고플 만큼 멋진 일이기에 블로그를 통해 소개(라고 쓰고 자랑이라고 읽는다)해볼까 한다. 마드리드엔 우리집처럼 이렇게 에라스무스들이 중심이되어 모여 사는 삐소(piso)가 꽤 많다. 전에 집을 구하러 다니면서 느꼈던건 집집마다 나름의 규칙같은게 정해져 있다는 점. 아무래도 국적도, 성별도 제각각인 여러 친구들이 모여살다보니..
외국친구들이랑 함께 '밥'을 해서 먹다보면 '한국인'과 '밥'의 상관관계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게 된다. 그중 제일 흥미로운 질문은 '한국 사람들은 아침으로 뭘 먹어?'라는 질문. 당연히 이 질문에 답은 '밥'이다. 하지만 막상 그렇게 말해주면 의외로 많은 외국 친구들이 놀란다. 어떻게 아침에도 밥을 먹을 수 있냐며... 마드리드에 온 이후로 생각보다 꽤 많은 외국 친구들이 밥을 즐겨 먹는다는 사실에 놀랐었다. 하지만 이 친구들은 우리나라 처럼 '맨밥'과 '반찬'의 개념으로 밥을 먹지 않는다. 그래서 자주 등장하는 요리가 '덮밥'이다. 쉽게 말해서 고기와 야채를 가지고 자작하게 국물있는 요리를 만든뒤 흰 쌀밥에 섞어(비벼)먹는 식이다. 요리하기가 귀찮으면 하다못해 간장이라도 넣어서 밥을 비벼 먹는다. 이..
이 곳 마드리드에 교환학생으로 오기 전까지만 해도 '파스타'라고 하면 꽤 고급 음식쯤으로 치부하곤 했었다. 그저 여자친구랑 그럴싸한 경치좋은 식당에 가서 VAT빼고 18000원쯤 내야 한번 먹을까 말까 한 정도? 물론 한국에 있을때도 주말이면 가끔 까르보나라나 미트소스 스파게티를 해먹곤 했었지만 끓는 물에 면 데치고 인스턴트 소스 한국자 듬뿍 얹어 먹던게 전부였다. 교환학생으로 온 이후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거의 하루도 안빼먹고 매일같이 집에서 요리를 해먹다 보니 자연스레 장보는데도 스킬이 생기고 요리하는 일 자체에도 꽤 재미가 붙었다. 전에도 요리를 좋아하는 편이긴 했으나 이젠 정말 '요리를 해야할 이유'가 생겼으니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고나 할까. 처음엔 요리를 곧잘 해먹던 친구들도 하나둘 귀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