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 많아 다도해라 불리는 남쪽 바다. 푸른 바다위에 펼쳐지는 크고 작은 섬들이 만들어 내는 풍경이 정말 아름다운 곳. 하지만 늘 사진으로 볼수 밖에 없었기에 아쉬웠던 곳이다. 서울에서만 살아 남해바다는 구경도 못해봤던 '서울촌놈'인 내가 인터넷에서 사진을 보고 한눈에 반해버린 섬이 있었으니, 바로 '소매물도'다. 경상남도 통영시에 속해있는 소매물도는 사는 사람이 40명 정도뿐인 정말 작은 섬이다. 하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섬이기도 하다. 여행계획을 짜면서, 무슨일이 있어도 소매물도만큼은 꼭 보고오리라 다짐했었는데, 출발하기 전 일기예보를 보면서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배를타고 한참을 들어가야 하는 곳인 만큼 날씨가 흐리거나 파도가 높으면 안되기도 했지만, 힘들게 찾아간 섬에서 구름만 잔뜩 낀 뿌연 경치..
아름다운 바다와 섬들이 만들어내는 비경으로 유명한 다도해. 경상남도 통영은 남해안의 대표적인 관광지중 한 곳으로, '한국의 나폴리'라고 불릴만큼 빼어난 경치와 볼거리를 자랑한다. 소매물도, 비진도, 욕지도 등 가까운 섬들로 나가는 배가 출발하는 곳이기도하고, 매콤하고 맛있는 충무김밥과 뜨끈한 시락국하면 생각나는 곳이기도 하다. 파란 바다위에 떠있는 초록빛 섬들을 돌아보기에도 시간이 모자랄 만큼 가볼곳이 많은 통영이지만, 지난해 가을부터 바닷가의 조그만 달동네 한 곳이 통영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통영의 '강구안항'을 바라보며 우뚝 솟은 언덕에는 조그마한 달동네가 자리잡고 있는데, 이미 관광객들에게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동피랑 마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동피랑' 어째 우리나라말이 아닌..
'104마을' 마을이름에 난데없이 104라는 숫자가 떡하니 들어가 있다. 어떤 마을이기에 이런 이름이 붙은걸까. 서울의 북쪽 끝자락, 불암산과 수락산이 만나는 곳에 조그만 야산을 따라 위치한 달동네. 사람들은 이곳 노원구 중계본동을 '104마을'이라고 부른다. 2000세대정도가 살고있는 이곳은 서울에 남아있는 달동네 중에선 그 규모가 가장 크다고 한다. 지하철 4호선 상계역에서 내려 1142번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리면 왼쪽으로 중계본동 104마을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찾아갔던 그날따라 어찌나 하늘이 맑고 해가 내리쬐던지 언덕을 오르는 내내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예전엔 야산을 따라 배나무가 자라던 이곳에 1967년 주변 일대의 개발로 인해 판자집에서 떠밀려 온 사람들이 정착하면..
청보리밭, 고창읍성, 선운사, 고인돌마을... 전라북도 고창에는 가볼곳도 많고 즐길것도 많다. 게다가 풍천장어와 복분자술 한잔이 함께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곳이 어디 있으랴. 헌데, 작년 초부터 고창에서 둘러봐야 할곳이 한곳 더 생겼다고 하는데, 이미 신문, 잡지 등 매스컴을 통해서 한껏 유명세를 타고있는 안현 '돋음볕 마을'이다. '돋음볕'은 해돋이 무렵 처음으로 솟아오르는 햇볕이라는 예쁜 뜻을 가진 순 우리말이란다. 처음 들어보는 단어지만 왠지모르게 정감가는 따스한 느낌의 말이다. 이렇게 예쁜 이름을 가진 '돋음볕 마을'은 과연 어떤곳일까. 얼핏보면 여느 시골마을과 다를바 없어보이는 소박한 풍경. 하지만 어째 마을 초입부터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아무것도 없어야 할것같은 하얀 벽은 도화지가 되어 있었..
장대비가 쏟아지던 지난 주말, 카메라와 필름 몇개를 주섬주섬 챙기고선 집을 나섰다. 언젠가 한번쯤은 비오는날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어보고 싶었는데, 마침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오늘은 상도동 밤골로 향한다. 오래전부터 밤나무가 많이 자라서 '밤골'이라 불렸다는 이곳은 지금, 서울에 남아있는 몇안되는 판자촌중 한곳이다. 밤나무가 언덕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있던 밤골 언덕에는 어느샌가부터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서 살기시작했지만 그 언덕은 지금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재개발이 모두 끝나면, '밤골'이라는 이름은 그냥 이름만으로 남게된다.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빨리, 더 많이 사진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언제부턴가 서울의 오밀조밀한 골목길들은 '재개발', '정비'라는 이름하에 무식하..
하늘은 파랗고,나무는 푸르게 물들어가는 7월의 끝자락. 태풍 갈매기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뒤, 우리는 남쪽으로 여행을 떠났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 할 수 있는 5박 6일간의 여행. 그 시작은 전라북도 고창에서 부터였다. 여행을 떠나기 전, 우리가 제일 걱정했던 건 다름아닌 날씨였다. 태풍은 이제 북상하여 바다로 나간다 하고, 우리가 갈 곳은 서울보다 훨씬더 남쪽에 있었지만 출발하는 당일까지도 서울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모처럼만의 여행에 날씨때문에 흥이 깨져버리는건 아닐까 걱정을 하며, 우리는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고창으로 출발했다. 여행이 끝나고 알게된 사실이지만, 우리가 서울을 떠나있는 일주일동안 서울에는 비가 연일 내렸고, 우리의 여행지는 조금 흐리..
한없이 기분좋았던 어제가 지나가고, 호텔에서 맞은 아침은 생각보다는 실망스러웠다. 그동안 늘 유스호스텔의 빵쪼가리 아침식사에 지쳐있었던 터라, 간만에 호텔에서 자게된 오늘은 푸짐한 뷔페식 아침식사부터 떠올렸었는데 막상 내려가보니 이건 호스텔보다 더하다. 버터도 없이 크로아상 하나, 바게뜨 하나에 달랑 커피와 우유. 유럽에선 원래 이렇게 아침을 먹는다고 하면 할말은 없지만 이걸 먹고 어떻게 돌아다니라는건지... 한국에서 먹던 국 한대접에 밥 한공기가 그리워진다. 지난 밤에는 밀린 옷가지들을 왕창 빨아서 빨랫줄이 모자랄 정도로 방안에 걸어놓았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하나도 말라 있지 않았다. 급한대로 해가드는 창가에 옷을 다시 옮겨놓고 다시 침대에 누워 뒹굴거린다. 오늘은 계획이 조금 여유가 있어서 옷이 ..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어딜 가더라도 참 한국에서 온 관광객이 많다는걸 느낀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여행을 하면, 이름모를 외국인들 속에서 홀로 방황하게 될것이라고 예상했었지만 대부분의 유명한 관광지마다 한국사람들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이렇게 많은 한국 관광객들 속에서 여행을 하다보면, 가끔은 실망스럽기도 하다. 내가 생각했던 유럽여행이 다른사람들도 다 하는 똑같은 형식적인 여행이라는 느낌이 들어서일까. 다들 가는 여행지 보다는 색다른 경험을 하기위해, 우리는 특별한 여행지들을 몇군데 생각했었는데 오늘 들른 '생폴 드 방스'가 그 중 한곳이었다. '생폴 드 방스'는 니스에서 북서쪽으로 11km정도 떨어진 전형적인 중세 요새도시이다. 니스에서 버스를 타고 한시간남짓 달리면 아기자기하고 예쁜 예술인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