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밤 눈물젖은 치맥을 먹고 찜질방으로 돌아와 바로 골아떨어졌다. 장산역 바로 앞 상가건물에 있는 찜질방이었는데 규모도 꽤 크고 시설도 좋아 편안하게 하룻밤을 보낼 수 있었다. 다만 너무 피곤했는지 세명 모두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비몽사몽. 결국 열한시가 다 되어서야 짐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어제만 해도 날씨가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오늘은 아침나절부터 장대비가 내린다. 늦잠도 잔 마당에 오늘은 그냥 천천히 해운대나 한바퀴 돌아보고 시내로 들어가기로 했다. 우선 그전에 늦은 아침을 먹으러 이동! 장산역에서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으로 해운대까지 편하게 올 수 있다. 오늘의 점심 메뉴는 부산의 명물 밀면. 마침 해운대 근처에 유명한 밀면집이 있다고 해서 물어물어 찾아갔는데 '밀면전문점'이라고만 써있는 간판..
점심으로 먹은 태종대 자갈마당 조개구이는 정말 꿀맛이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저녁에 족발이나 다른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그때까지 배가 꺼질것 같지 않아서 작전을 변경하기로 했다. 일단 남포동 자갈치시장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영도를 빠져나왔다. 버스는 한참을 달려 자갈치 시장 앞에 도착했다. 부산의 명물 자갈치 시장은 볼거리도 볼거리지만 각양각색의 군것질거리로 더 유명하다. 잠깐 길을 헤메긴 했지만 어찌어찌 해서 자갈치 시장을 찾아갔다. 부산 지하철의 출입구엔 시원시원한 부산 사람들 성격처럼 큼지막한 글씨로 역 이름이 써있다. '자갈치시장역'도 아니고 다짜짜 '자갈치역'이라고 되어있는게 살짝 재밌다. 자갈치 시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이곳엔 자갈치 시장 뿐 아니라 국제시장, 깡통시장이 연달아 붙어있..
경주에 다녀온지 얼마나 됐다고...또 여행병이 도졌다. 말나온김에 또 KTX표를 후딱 예매해버리고 어찌어찌하다보니 여기는 부산역. 세 남자의 두번째 여행지는 바로 우리나라 최대의 항구도시 부산이다. 서울에서만 만 22년간 살아온 서울촌놈이라 부산땅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감개가 무량할 따름이다. 그래도 명색이 6개월간 한국을 떠나있을 몸인데 부산은 한번 가봐야 할것 같아서 이번 여행을 결심했다. 물론 지난번 경주 여행처럼 이번 여행 역시 목적지도, 계획도 없다. 그나마 경주에서는 지도라도 한장 얻어서 보고다녔지만 이번엔 정말 발 닿는데로 다닐 요량이었다. 아침 일찍 KTX에 오르니 10시가 조금 못되어서 부산역에 도착했다. 지금은 가마 부(釜)자를 쓰는 부산이지만, 옛날에는 산이 많아 '부산'이라고 했단다..
경주에서의 첫날 일정을 마치고 보문단지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시내에는 괜찮은 찜질방이 없어서 조선온천호텔 찜질방을 찾아갔는데 가격이 만원이라는 점을 빼곤 시설도 괜찮고 규모도 컸다. 하지만 역시나 찜질방에서 잔 다음날은 어째 몸이 찌뿌둥하다. 느즈막히 잠에서 깨서 다시 한번 사우나를 하고 찜질방을 나왔다. 벌써 시간은 열한시가 다 되어간다. 어디서 점심을 먹을지 고민하다가 결국 보문단지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목인 '숲머리 음식단지'를 찾아가보기로 했다. 믿을만한 소식통에 의하면 그 근처에 떡갈비를 잘하는 집이 있다던데... 버스를 기다리다가 발견한 공중 화장실. 사실 따지고 보면 겉모습만 그럴듯하게 한옥을 따라한 셈이지만 그래도 네모반듯한 것보다야 훨씬 좋아보인다. 아 내가 경주에 와있구나...하는 느낌..
초등학교 이후로는 처음이니 말 그대로 10년만에 다시 찾은 경주였다. 스페인으로 출국하기 전까지 한국을 여행해보고 싶은 마음이 조금 있었는데, 마침 풍류(?)를 즐길줄 아는 고등학교 동창 덕분에 얼떨결에 경주로 떠나게 됐다. 왜 하필 경주를 택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물론 대학에 와서 건축을 공부하면서 경주 한번 못가본게 좀 아쉬웠던건 사실이다. 어쨌거나 답사보다는 휴식, 여흥, 풍류의 성격이 짙은 여행이기에 별 부담없이 카메라 하나만 걸치고 집을 나섰다. 이렇게 훌쩍 떠나는 여행일수록 발걸음이 가벼워야 한다. 1박 2일의 짧은 여정이기에 주저없이 KTX를 타기로 만장일치. 밤새 뒤척이다 집에서 나와 버스 첫차, 지하철 첫차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6시. 우리는 6시 30분에 출발하는 부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