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을 골목을 혼자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골목이 거의 끝날 무렵 얼핏 맞은편을 바라보니 소 한마리가 떡하니 서서 길을 막고 있더라. 여기까지 걸어온게 억울해서 어떻게든 비집고 지나가 보려 했지만 결국 소를 피해 반대로 왔던길을 돌아가야만 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이상하리만큼 신기한 일들조차, 그들에게는 당연한 일이고 자연스러운 일인게 너무나 많은 모양이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편하지만서도 적응이 되고나면 언제 그랫냐는 듯 오히려 그런 상황을 즐기게 되기 마련이다. 인도에는 참 많은 도시들, 참 많은 여행지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푸쉬카르만큼 또 유별난 도시가 있을까. 얼핏 첫 느낌은 그냥 조용한 마을이었던것 같다. 사람들의 북적임도, 릭샤의 소음도 없는 평온하고 조용한 도시. 몸과 마음도 슬..
인도는 정말이지 배낭여행자의 천국이다. 일정도 필요없고, 많은 생각도 필요없다. 그저 마음이 가는대로 눈길이 가는대로 가고싶은 길을 따라 걸으면 그만이다. 흐르는 강물에 몸을 맡기고 여유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인도에 매력에 푹 빠져있는 내모습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곤 한다. 여행을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패키지 여행이다. 계획을 짜느라 수고할 필요도 없고 그냥 여행 경비와 비용만 준비하면 모든게 알아서 척척 이루어진다. 게다가 안전하기까지 하니 그보다 더 편안한 여행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인도에서만큼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리 안전한 곳도 아니고 불편한 점도 많지만 그래도 많은 여행자들이 배낭여행을 선택하게 만드는 인도의 매력은 대체 뭘까. 라자스탄 남부의 작은 도시 치토르가르는 가이드북에도 ..
눈감으면 코베어가는 곳, 알고도 당하는 곳이 인도란다. 여행을 떠나기전, 인도에 다녀온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햇더니 하나같이 하는 말이 사람을 너무 믿지말고 사기 조심하라는 얘기뿐이다. 사기를 예방하는 방법은 따로 정답이 없다는데... 미리 알고 마음의 준비를 해도 소용없다니 말 다한게 아닌가. 인도 사람들은 대개 능글맞은 구석이 많다. 웃는 낯에 침 못뱉는다고,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그게 거짓말인지 진심인지 누구나 한번쯤은 헷갈릴만도 하다. 돌이켜보면 딱히 크게 사기를 당하거나 속은 기억은 없지만 굳이 한가지를 꼽자면 카주라호에서 바라나시로 넘어가던 바로 그날이 떠오른다. 카주라호는 한국사람들이 가장 많은 도시중 한 곳이다. 그리 크지 않은 마을이지만 한글 간판과 메뉴판을..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며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인연을 만들며 그렇게 살아간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했던가. 학교를 가고, 회사를 가며 옷깃을 스치는 수많은 이름모를 사람들 조차 인연이라고 생각한다면, 하물며 먼 이국땅에서 여행을 하며 만났던 사람들은 우리에게 얼마나 큰 인연일까... 내가 그곳에 가게되고 또 그곳에 그 사람이 있고 만나고, 이야기하고, 웃고, 떠들고... 짧다고 생각하면 너무 짧고,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만남이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처음 경험해보는 여행지에서의 새로운 문화와 수많은 볼거리도 중요하지만, 그곳 사람들과 만나서 했던 대화들, 그들의 생각들이야말로 여행에서만 얻을 수 있는 값진 경험이지 않을까. 올해 초, 개인 포트폴리오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청계천에서는 UFO 빼고 못만드는게 없다' 오밀조밀한 골목길 사이로 수많은 가게들이 빼곡히 들어찬 청계천 주변 상가들에 대한 우스갯소리다. 그만큼 파는 물건의 종류도, 그 가짓수도 다양한 이곳은 매번 찾아올 때 마다 새롭다.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알음알음 찾아가야 하는 복잡한 골목들은 클릭 몇번으로 쉽게 물건을 구입하고 하루만 지나면 띵동 하고 배달이 오는 요즘 세상과는 어쩐지 많이 다른 풍경이다. 우리네 아버지 세대까지만 해도 이런 골목길들을 손바닥 보듯 훤히 꿰고 돌아다니며 게임기며 비디오며 구경하던 추억이 하나쯤 있겠지만 나만 하더라도 답사차 몇번 들렀던 일 말고는 뭘 사거나 구경하러 온 기억이 없었던 것 같다. 우리 세대에게는 이미 잊혀져버린 옛날 기억이 되어버린 곳일까. 을지로4가 역에서 ..
여행을 준비하며 제일 고민되는 일은 아마도 항공사를 선택하는 일이 아닐까. 특히 인도와 같이 물가가 싼 나라는 적장 여행지에서는 돈이 그리 많이 들지 않기 때문에, 어떤 항공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여행 전체경비가 굉장히 달라지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인도로 가는 대한항공 직항편도 있지만, 왕복 100만원을 훨씬 웃도는 비싼 가격과 애매한 현지도착시간으로 인해 배낭여행객들은 거의 타는 일이 없다. 대신 홍콩이나 방콕등을 경유해서 다니는 외국 항공사들 비행기가 성수기에는 60만~70만원 정도로 비교적 싼 편이다. 게다가 인도에서 돌아오는 길에 스탑오버까지 이용할 수 있는 옵션이 많아서 배낭여행자들에게는 훨씬 유리하다. 여행을 준비하며 우선 항공편부터 찾아보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를 열심히 뒤지는데 순간 내눈을..
달동네는 참 부르기도 쉽고 예쁜 이름이다. 누구보다 달빛에 가까이 살고있는 사람들의 마을이니 달동네라는 이름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서울의 아직 남아있는 달동네들을 이곳저곳 찾아다닌지도 시간이 꽤 흘렀다. 그동안 많은 골목을 걷고,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카메라로 기록을 남기고... 참 많은 생각도 했다. 소위 작품이라고 일컫어지는 스타 건축가들의 멋진 주택과 대형 건물들이 건축가 하면 떠오르는 지배적인 이미지이긴 하지만 사람들의 삶을 조직하고 도시의 풍경을 만들어내는 일 역시 건축가의 몫이다. 때문에 우리가 살고있는 서울이라는 도시안에서 벌어지고있는 '살아가는 풍경'은 가장 중요한 연구과제이자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인왕산자락에 걸터앉은 홍제동 개미마을은 모두 210가..
서울의 서쪽, 영등포구 문래동에는 철공소가 있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지만 나역시 알게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아파트가 너무 많아서 이제는 낮은 집들이 되려 이상해 보이는 서울 한복판에 자그마한 공장들이 모여있다는 것도 신기한데 더욱 놀라운 건 그 곳에 예술가들이 모여서 작업을 하고 있단다. 들어보니 그렇게 최근의 일도 아니란다. 이들이 벌써 철공소 거리에 자리를 잡은지 5년이 넘었다. 젊은 예술가들의 거리라면 제일먼저 홍대가 떠오른다. 언더그라운드 문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냈던 홍대는 예전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다. 개성이 강했던 홍대의 색깔은 밀려드는 상업화의 물결을 견디지 못하고 점점 그 색이 바래버렸다. 홍대의 풍경은 서울의 다른 곳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카페촌의 풍경과 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