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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없이 기분좋았던 어제가 지나가고, 호텔에서 맞은 아침은 생각보다는 실망스러웠다.
 그동안 늘 유스호스텔의 빵쪼가리 아침식사에 지쳐있었던 터라, 간만에 호텔에서 자게된 오늘은 푸짐한 뷔페식 아침식사부터 떠올렸었는데 막상 내려가보니 이건 호스텔보다 더하다.

 버터도 없이 크로아상 하나, 바게뜨 하나에 달랑 커피와 우유. 유럽에선 원래 이렇게 아침을 먹는다고 하면 할말은 없지만 이걸 먹고 어떻게 돌아다니라는건지... 한국에서 먹던 국 한대접에 밥 한공기가 그리워진다.

 지난 밤에는 밀린 옷가지들을 왕창 빨아서 빨랫줄이 모자랄 정도로 방안에 걸어놓았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하나도 말라 있지 않았다. 급한대로 해가드는 창가에 옷을 다시 옮겨놓고 다시 침대에 누워 뒹굴거린다.
 오늘은 계획이 조금 여유가 있어서 옷이 마르길 기다린다는 핑계로 호텔 체크아웃 시간까지 방안에서 쉬다가 11시가 되어서야 호텔을 나왔다.

 

#1 호기심
 원래 오늘 계획은 에즈를 들렸다가 모나코를 돌아서 다시 니스로 돌아오는 거였지만 에즈로 가는 버스가 바로 없고 한시간이나 뒤에 있길래 먼저 모나코를 둘러보기로 했다.
 모나코라는 나라에 대한 호기심은, 이탈리아에서 바티칸을 찾아갈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말 그대로 항구 하나와 카지노가 나라의 전부인 이상하고도 신기한 나라 모나코. 그래서인지 책에서 모나코에대한 글이나 사진을 접할 때 마다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커져만 갔었다.

 바로 그 모나코에, 드디어 오늘에서야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다. 마음이 진정되질 않는다. 심장이 뛴다.
 프랑스 니스에서 부터 버스로 한시간 가량을 달리자 서서히 모나코를 가르키는 표지판들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하고, 가로수들은 어느샌가 야자수들로 바뀌어 있었다.

 

#2 두 얼굴의 도시
 모나코는 정말 작았다. 바닷가 한가운데 위치한 조그만 항구를 중심으로, 산을 타고 올라가는듯한 마을 몇개가 나라의 전부이다. 사실 모나코라고 하면 카지노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모나코의 카지노는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전세계의 부호들이 매일같이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단다.


 


 카지노는 모나코의 동쪽 언덕위에 자리잡고 있다. 시내에서 카지노까지는 꽤 걸어야 하는 정도.
 사람들이 사는 도심 주택가에서 조금 떨어져있는 곳이라 그런지 또하나의 새로운 세상같은 느낌이다.

 직접 카지노안에 들어가볼 수는 없었지만 주차장에 세워진 차들만으로도 그 명성이 실감나더라. 듣도보도 못한 세계의 명차들이 즐비한 주차장. 사실 도박이라는게 결코 아름답게만 바라볼 수 있는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푸른 지중해를 바라보며 아름다운 모나코 해변에서의 한판이라면 왠지 한번쯤은 해볼만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카지노를 뒤로하고 언덕을 내려와, 모나코의 서쪽 언덕 카지노 정 반대편에 있는 모나코궁으로 향한다.
 모나코궁을 가기위해서는 시내를 완전히 가로질러야 한다. 언덕위의 카지노의 풍경과는 사뭇 다르게, 언덕아래 사람사는 모습은 여느 도시들과 마찬가지였다.
 두가지 상반된 풍경이 공존하는 신기한 나라가 바로 모나코인 셈이다.



#3 여유로움
 언덕 꼭대기에 위치한 모나코궁에 가기 위해서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한참동안이나 올라야 한다. 점점 궁에 가까워지면서 모나코 시내(정확히 말하면 나라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비록 사람이 사는 곳이라기 보다는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에 가깝지만, 높은곳에서 바라보는 모나코 시가지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모나코는 참 좋은 자연환경을 가진 나라다.
 아름다운 푸른 바다를 바라보는 조그만 항구, 그리고 그 뒤로 모나코 전체를 한바퀴 따라 도는 해안도로, 도로 뒤로는 높은 산이 있어 산을타고 올라가는듯한 도시의 오밀조밀한 작은 모습. 이런 작은 요소들이 하나하나 아기자기하게 엮여서 만들어내는 모습이 지금도 수많은 관광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이처럼 나라 전체가 조화를 이루며 예쁜 곳도 드물지 않을까.


 궁을 올라가다가 보니 이상하게 도심 도로를 질주하는 새빨간 페라리 스포츠카들이 눈에 띈다.
 모나코에는 부호들도 많이 찾아오고 그러니 그냥 길가에서도 비싼 스포츠가가 쉽게 보이는 거라고 처음에는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게 아니었다.

 자동차 경주로도 유명한 모나코 답게, 관광객들을 상대로 페라리를 타고 모나코 해안도로를 한바퀴 드라이브 해주는 투어를 하고 있었다. 세계 유명한 그랑프리들이 열리는 실제 모나코의 도로를 멋진 스포츠카를 타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려보는 재미도 한번쯤 느껴볼만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물론 우리는 그냥 바라보는데에 그쳤지만^^; (생각보다 가격이 좀 비쌌다)





 모나코의 집들은 하나같이 뒤로는 높은 산을 등지고 앞으로는 바다를 향해 열려있다.
 어느 건물에 들어가더라도 창문만 열면 푸른 바다가 마치 손에 잡힐 듯 눈앞에 펼쳐질것만 같다.



 높은곳에서 바라보니 항구에는 참 배들이 많다. 하나같이 개인이 소유하는 값비싼 요트들 뿐이다.
 요트가 한대에 50억에서 100억까지 한다고 하니 모나코에 얼마나 부호들이 많은지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내또래 다른 아이들이 차에 관심이 정말 많은데 비해, 난 그런데에 생각보다는 관심이 별로 없다. 물론 운전면허가 아직 없어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그런 마음이 시들해 진것 같기도 하다.


 모나코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난 바다를 참 좋아한다. 푸른 하늘과 초록빛 바다가 만나는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멋진 요트를 타고서 바다 저 멀리 수평선까지 항해를 해보는 꿈을 꾸기도 한다.

 주위 사람들에게 우스갯소리처럼 내 꿈은 조그만 요트를 가져보는 거라고 말하곤 한다.
 푸른 바다위에서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두다리 쭉 펴고 한가로이 달콤한 휴식을 가지는 꿈. 비록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런 거창한 꿈 하나쯤은 마음속에 품고 사는것도 인생을 더욱 열심히,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는 것 같다.

 어쩌면 어린애들 하는 장난같은 잠깐이 꿈이었지만, 이런 달콤한 상상을 하며 모나코에서의 아름다운 시간들을 보냈다. 이제 우리는 모나코를 나와 에즈로 향한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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