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어딜 가더라도 참 한국에서 온 관광객이 많다는걸 느낀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여행을 하면, 이름모를 외국인들 속에서 홀로 방황하게 될것이라고 예상했었지만 대부분의 유명한 관광지마다 한국사람들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이렇게 많은 한국 관광객들 속에서 여행을 하다보면, 가끔은 실망스럽기도 하다. 내가 생각했던 유럽여행이 다른사람들도 다 하는 똑같은 형식적인 여행이라는 느낌이 들어서일까.

 다들 가는 여행지 보다는 색다른 경험을 하기위해, 우리는 특별한 여행지들을 몇군데 생각했었는데
오늘 들른 '생폴 드 방스'가 그 중 한곳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생폴 드 방스'는 니스에서 북서쪽으로 11km정도 떨어진 전형적인 중세 요새도시이다. 니스에서 버스를 타고 한시간남짓 달리면 아기자기하고 예쁜 예술인 마을 '생폴'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원래 마을 이름은 '생폴(St. Paul)'이지만 '방스(Vence)'라는 마을과 가까이 있어서 '생폴 드 방스'라고 불린다.

 프랑스를 여행하다보면 영어가 통하지 않는게 얼마나 답답한지 온몸으로 느껴진다.
 니스에서 출발하자마자 여느때와 같이 버스를 타자마자 잠이들어버린 우리는 한참 뒤 기사님께서 '생폴'이라고 외치는 소리에 겨우 잠에서 깨어났다. 하지만 정신 못차리고 어영부영하다보니 어느새 버스는 종점에 도착해 버렸다.
 일단 버스에서 내리긴 했지만, 다시 걸어서 되돌아가려하니 생각보다 너무 멀고, 인도가 따로 없는 차도를 걷자니 위험하기도 했다.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던 중, 친구녀석이 갑자기 뒤에오는 차를 붙잡더니 온몸을 써가며 한참을 얘기한다. 그렇게 우리는 히치하이킹에 성공해서 무사히 생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나무 뒤로 보이는 하얀 지붕들이 모여있는 마을이 바로 '생폴 드 방스'이다


 예술인 마을 '생폴 드 방스'는 우리나라 파주 헤이리의 모델이 된 곳이기도 하다.
 이름이야 두곳 모두 '예술인 마을'이지만, 헤이리가 인공적으로 조성된 마을인데에 비해 이곳은 오래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굉장히 작은 마을이지만 오밀조밀한 주택가 사이로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면, 지금도 수많은 갤러리와 아뜰리에가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아직까지도 많은 예술가들이 이곳에 머물면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생폴로 들어서는 입구


 이브 몽땅은 이곳에서 노후를 보냈고, 샤갈역시 이곳에서 생애를 마감한 후 마을 어귀의 공동묘지에 묻혀있다. 이들 뿐 아니라 레제, 피카소등 수많은 화가와 예술가들이 이곳을 거쳐갔다.

 프랑스 남부의 아름다운 자연과, 따사로운 햇살과 바람, 아름다운 집들 마다 서려있는 수많은 예술인들의 혼이 한데 모여 만들어진 묘한 분위기가 한층 더 '생폴'을 매력적으로 느끼게 하고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마을 외곽을 따라 성벽이 둘러있다


 '생폴 드 방스'는 전형적인 16세기 중세의 요새도시로, 프랑소와 1세에 의해서 성벽이 만들어지고 요새화 되었다.
 마을 바깥쪽으로 높은 성벽이 빙 둘러가며 있고, 성벽 안으로는 아기자기한 구시가지가, 바깥쪽으로는 푸르른 농경지와 숲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다.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제일먼저 눈에 들어오는건, 건물들이 하나같이 연한 노란빛을 띄는 하얀 돌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독일의 요새도시였던 로텐부르크가 붉은 지붕으로 상징되는 마을이었다면 이곳은 은은한 하얀색 돌로 상징되는 마을인 셈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부분의 건물들은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서로 가까이 붙어있는데, 이 골목들 사이사이로 걸어다니다보면 마치 미로찾기를 하는 듯한 재미가 있다.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는 골목을 따라 마음 가는대로 천천히 걸어보면서 마을을 음미해본다.

 하나같이 하얀 돌로 지은 집들이라 다 똑같아 재미가 없을 것 같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재미있다.
 집집마다 화분, 나무, 파라솔, 직물, 빨래, 장식품, 간판... 형형색색의 아기자기한 물건들로 장식하여 한껏 멋을 뽐내고 있었다. 마치 하얀색 돌로된 벽들은 하얀 '캔버스'이고, 그 위를 집주인 개성으로 색칠해놓은 느낌이다. 과하지않아서 더욱 아름다운 집들의 모습이 개성을 표현하면서도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건물들이 생각보다 낮지 않아서 그런지, 골목은 대부분 그늘에 가려져 있기 마련이다.
 골목 중간중간 건물 틈새로 비치는 따사로운 햇살, 잠깐씩 보이는 파란 프랑스의 하늘과 숨박꼭질을 하며 좁은 골목 사이로 헤메고 다녀본다. 특별히 볼건 없다 할지라도 마을 그 자체가 매력적인 관광상품인 셈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길을 걷다보니 참 햇볕이 좋다. 산들바람 불어오는 언덕에 앉아 가벼운 낮잠이라도 즐기고 싶은 마음이랄까.
 사실 이곳에 예술인 마을이 만들어지게 된 데에는, 경제적인 이유가 숨어있다. 해가 좋고 살기좋은 코트 다쥐르 지역에는 수많은 부호들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수많은 예술인들이 자신의 스폰서를 찾아 이곳 '생폴 드 방스'에 모이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속사정을 알지 못했더라면 그저 이곳의 햇살이 좋아, 파란 하늘이 좋아, 사람이 좋아 '생폴'을 찾았다 해도 충분히 이해가 갈것만 같은 마을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가로운 프랑스 남부 해안의 분위기와 날씨를 말해주듯, 마을 곳곳에는 야자수처럼 생긴 열대 나무들이 눈에 띈다. 골목을 걷다보면 초록색 나무와 화분들이 많이 보이는데, 하얀 건물과 파란 하늘, 초록색 나무들이 이루는 조화가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하얀 바탕위에 물감을 칠하듯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장식되어있는 생폴의 건물들


 생폴은 작은 마을이기 때문에 한시간 정도면 모든 골목을 충분히 다 돌아볼 수 있다. 골목을 다 돌아본 뒤에는 자신의 취향에 따라 이곳저곳을 다시 찾아가보게 되는데,

 미술품에 관심이 많다면 그림을 살 수 있는 갤러리들도 많고, 화가의 작업실을 둘러볼 수도 있고, 멋진 마을에서 한끼 식사를 하고싶다면 예쁜 식당이 몇몇 있지만 음식값이 비싸서 조금은 용기가 필요하다. 와인을 파는 가게와 예쁜 화분을 파는 꽃가게도 있고 다른곳에선 볼 수 없는 아기자기한 기념품점도 있으니 마음내키는대로 둘러보시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똑같은 색깔의 돌로 만들어진 생폴의 도로 표지석들


 이곳의 또다른 볼거리중 하나는 바로 이 도로 표지석.
 하얀 돌로 만들어진 마을이라 그런지 골목골목 이름을 알려주는 표시들이 이렇게 돌을 깎아서 만들어졌다. 참 잘어울리는 한쌍이 아닐 수 없다.
 돌위에 음각으로 새겨진 도로 이름들도 참 개성넘치는 글씨체로 되어있다. 도로표지석만 봐도 이곳이 예술인 마을인지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평범해보이는 일상조차 이곳에서 만큼은 왠지 모르게 특별해 보인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을 것 같은 곳이지만 생각보다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꼬마아이 손을 잡고 골목을 걷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어쩌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매력적인 곳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신기하게도 생폴을 여행하는 내내 한국 관광객은 한명도 보지 못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생폴을 돌아볼때는 마을입구에 있는 이 수돗가에서 시작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게 된다.
 마을을 나가기 전, 이곳에 잠깐 앉아서 꼬마아이들이 물장난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한박자 쉬어갔다.
 아쉬워서 였을까, 잠깐동안의 만남이었지만 헤어질때는 오랜 친구와 이별하듯 한 느낌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화가 샤갈이 그의 가족들과 함께 잠들어있는 공동묘지를 돌아보며 생폴을 나선다.

 처음엔 그냥 아름다운 겉모습에 반해 찾아간 곳이었던 '생폴 드 방스'
 하지만 마을 곳곳에서 느껴지는 예술인들의 아름다운 감각과 혼, 아름다운 자연과의 어울림의 매력에 서서히 젖어들어 어느샌가 셔터를 눌러대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오늘은 그저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이었지만, 언젠간 건축가가 되어 이곳을 다시 찾을 수 있길 바라며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니스로 향하는 버스에 오른다.

오늘의 지출

야간열차 예약비(바르셀로나 행) 20 €
점심 맥도날드 5 €
버스비(생폴 행) 2.6 €
아이스크림 3 €
저녁 맥도날드 7 €

                                                                                                                                          total 37.6 €




공유하기 링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