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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돌아본 리조트는 지난 밤보다 훨씬 멋졌다. 물소리가 들리는 야외에 앉아 특급 요리사에게 서빙받는 아침식사 또한 최고였다. 태국 출신이라는 수석 주방장은 우리에게 매우 친절했으며 요리 또한 입맛에 잘 맞았다. 우리를 제외하고는 다른 손님이 거의 없어서 쾌적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첫 방송 촬영이라고 고생할 각오 단단히 하고 왔는데, 괜히 그랬나 싶을 정도였다.



고요한 자연 속에 위치한 우리의 베이스 캠프


새 소리, 물 소리 들으며 수영을 할 수도 있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식사를 즐길 수도 있다


숙소동은 조금 떨어져 있는데 모두 독채로 되어있다


어제 밤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욕실 주위의 풍경... 와 좋다


방 안에서도 창문만 열면 자연이 쏟아져 들어온다


그렇게 아침까지만 해도 호사를 제대로 누리고 있었는데


불과 한 시간 후의 대 자연속 우리 모습... 하아



하지만 이 모든 즐거움과 안락함을 뒤로하고, 오늘 우리는 푸야카 산에 올라 비박을 할 예정이다. 이 좋은 숙소를 두고 산에가서 텐트치고 자라고? 아니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야 싶었지만, 사실 엄밀히 말해서 우리 둘이 자초한 일이기도 했다. 출국 전 사전 회의 때, 산에서 하룻밤 야영 해도 괜찮을까 물어보는 작가님께 적극 하고싶다고 어필한게 바로 우리니깐. 그때는 숙소가 이렇게 좋을줄 몰랐었다.



먼 길 떠나는 우리를 위해 따봉을 선사하시는 지배인님


이렇게 생긴 차를 타고 정글 속으로 출발!


산 길 입구에서 크무족 가이드들과의 첫만남. 다들 왜이렇게 공손하지?


각종 촬영장비와 짐을 공평하게 배분한 후에 본격적인 산행 시작!


이런 평원을 지나


대나무 숲을 헤쳐 가다보면


열대 우림이 갑자기 나타나기도 하고


가끔은 물을 건너기도 했지


 

푸야카산 등반기, 그리고 마침내 정상에서 만난 은하수, , 노래, 음식, 연기 바람

등반은 우돔싸이 현지부족인 크무족 출신 세 명이 가이드가 동행했다. 우리와 함께한 크무족 가이드는 어리지만 당찬 친구들이었다. 그중 대장격인 랏싸미는 대학 교육까지 받은 친구였는데 평소 카메라와 영상에 취미가 있어서 등반 도중 우리 모습을 인터넷 방송으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사람은 많아도 가져가야 할 짐은 더 많았다. 세 끼 분량의 식사 재료와 취사도구, 텐트와 침낭만으로 한보따리인데 촬영용 카메라, 마이크, 조명에 헬리캠 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평소 오지 여행프로그램을 보면서 저걸 촬영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더 고생일까 생각하곤 했는데 그게 딱 지금 내 모습이었다.



여섯명이 각자 이정도 짐을 들고 올랐다


잠시 점심을 먹으며 쉬는 시간, 이미 내 눈밑이 퀭하다


크무족 친구들이 준비해 온 도시락


식사하는 동안 나비도 잠시 쉬어간다


길은 험해도 이정도 쯤은 가뿐...하지


조금씩 지쳐가나...?


문득 하늘을 보는데 어째 심상치가 않다


 

촬영 일정중 등산이 있을줄 알고서 미리 등산 스틱을 가지고 왔는데 장비를 책임지는 우리 거구의 촬영감독님에게 기꺼이 양보하고 대신 우리는 나뭇가지를 잘라 즉석에서 만든 지팡이를 사용했다.

푸야카산 등반에는 약 여섯시간 정도가 걸렸는데 생각보다 산이 험하고 정상부에 이르러 깎아지는 듯한 바위 골짜기를 한번 넘어야 해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방송에서 제일 재미있게 나온 부분이 아마도 소나기를 맞아 텐트를 폈다가 접는 에피소드였던 것 같다. 실제로도 갑작스레 퍼붓는 소나기에 촬영 장비며 침낭을 보호하기위해 급하게 텐트를 설치했는데, 설치가 완료되자마자 거짓말처럼 비가 그쳐 다들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그 상황을 즐겼었다. 이럴때 라오스말로 보펜양이라고 하는데 직역하면 괜찮아, 다 잘될거야라는 뜻이다. 스와힐리의 하쿠나 마타타와 비슷했다.



갑작스레 내리는 소나기에 급하게 텐트를 쳐보는데


완성하고 나니 거짓말 처럼 비가 그친다


그러기를 여러 차례. 이들은 이미 해탈한 표정이다. 보펜양(괜찮아)!


정상 부근에서는 급한 골짜기를 한 번 내려갔다 올라가는 길도 있었다


로프를 잡고 한 발씩 조심히 내려가야만 한다


웃는게 웃는게 아니다


출발한지 여섯 시간, 드디어 정상이 가까워졌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푸야카라는 이름에서 야카는 우리말로 갈대 혹은 수풀을 의미한다.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가 하니 평평한 산 정상에만 수풀이 우거져있는 모습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정말 도착해보니 텐트를 펴고 하룻밤 묵어가기에 충분할 정도로 평탄한 땅이 있었다.

해가 지기전에 서둘러 텐트를 치고 저녁 준비에 한창이었다. 피워놓은 모닥불에 흠뻑 젖은 발과 양말을 말리니 그 행복함에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크무족 친구들이 준비해준 맛있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모닥불 앞에 둘러앉아 노래도 부르고 춤도추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촬영도 했지만 방송에는 나가지 않고 모닥불 앞에 현재 발바닥만 풀샷으로 등장했다.



갈대가 우거진 푸야카 산의 정상


험한 사진이지만 정상 부근은 비교적 평탄하다


우리의 도착을 환영하는 빛내림을 맞으며


기쁨을 만끽하는 우리들


그 와중에도 각자의 일에 충실하신 감독님과 피디님


오늘의 편안한 잠자리가 되어줄 텐트들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저녁을 먹기 위한 모닥불을 피우고


즐거운 식사와 캠프파이어가 이어졌다


방송에 나간건 현재 발, 이건 내 발


바위는 내 침대고, 은하수는 내 이불이었다


불씨가 완전히 꺼질 때 까지... 그날 밤은 오래도록 계속되었다



인적은 커녕 불빛하나 없는 산 정상에서의 비박은 너무나 오랜만에 해보는 경험이었다. 지난 2008년에 인도 제썰메르에서 사파리하며 사막 한가운데서 잤던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풀밭에 누워 하늘 가득한 별들을 헤아리며 생각에 잠겨보기도 했다. 곧 결혼을 앞두고 있던 나에게, PD님은 앞으로 살면서 이런 경험 또 해보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며 지금 많이 즐기라고 조언해주셨다. 나는 늦게까지 잠이 쉬 들지 못했다.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산 아래로 가득한 운해가 예술이다


운해가 사라지기 전, 간단한 인터뷰와 헬리캠 촬영을 마쳤다


인터뷰를 마친 현재. 포즈를 취한게 아니라 배가 아프다는 신호다


운해를 배경으로 기념촬영, 나와 현재 그리고 현지 코디 짠사이


산행을 도와준 크무족 가이드들, 근데 저 깃발도 가져온건가??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불꽃이 피어오르고


현재가 잠시 재취침을 즐기는 사이


라오스식 찜통에서 찰밥이 맛있게 익어간다


바나나와 고기도 구워먹고


내친김에 라면까지 더하니 이보다 더 한 진수성찬이 있으랴!


식사를 마치니 커피도 준비해준다


커피는 모름지기 이런 풍경 정도는 보면서 먹어야 제맛이지


그리고 하산. 확실히 어제보다는 여유가 생긴것 같다?



내려가는 길, 그리고 준비된 만찬

이튿날 아침, 촉촉하게 내린 아침이슬을 느끼며 잠에서 깼다. 발 아래로 운해가 가득한 정상에서의 아침 풍경은 혼자 보기엔 아까울 정도였다.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하산하려는데 현재와 나 둘다 배가 살살 아픈 것이 영 불길했다. 아무래도 산에서 이것저것 손으로 먹어대다가 탈이 난 것 같았다. 당연한 얘기지만 산 위에는 화장실이 없다. 적당히 구석 풀숲으로 가서 해결해야 하는데 수풀이 우거져있다보니 발을 헛디디기도 하고 난리법석을 떨다가 아침시간이 다 지나갔다.

올라올때에 비해 내려가는건 일도 아니었다. 중간중간 기념 사진을 찍기도 하고 경치도 즐기며 편안한 마음으로 내려왔다. 산에서 음식을 다 먹어버려서 짐이 좀 가벼워진 덕분도 있었던 것 같다.



1박 2일 간의 고된 촬영을 마치고 즐기는 여유!


점심 또한 푸짐하게 먹었다. 이건 떡갈비 비슷한 음식


계란으로 만든 특이한 식감의 튀김?


볶음밥도 빠질 수 없지


동남아에서 실컷 먹을 수 있는 신선한 과일까지!


그날 저녁 또 한번의 수영을 즐기고


총 지배인과 함께하는 만찬에 초대되었다


점심 식사보다는 좀 더 비싸보이는 음식들


이 소고기 스테이크는 추가주문까지 해서 먹었다


새우요리도 일품!


내가 사온 와인을 까면서 자리는 점점 더 무르익고...


고생했다는 뜻인줄 알았는데... 사실은 더 고생하라는 뜻이었다니!



산에서 돌아온 우리는 개운하게 샤워도 하고 재정비하는 시간을 조금 가졌다. 구경만 해야 했던 리조트 수영장에서 수영하고 맥주 마시는 여유로운 시간도 잠시 가졌다. 그날 저녁, 리조트 측에서 고생하고 온 우리를 위해 특별 만찬을 준비해 주셨다. 총 지배인이 직접 자리에 함께했다. 아침에 잠시 배탈난 것도 잊어버린 우리는, 또 다시 정신없이 허기진 배를 채웠다. 맛있는 음식으로 배가 가득 차고서야 알았다. 이것은 더 큰 여정을 위한 준비에 불과했다는 사실을.(계속)




세계테마기행 라오스편 촬영후기 연재목록

(1) 그들은 어쩌다 라오스에 가게 된걸까?

(2) 패러모터와 핼리캠으로 방비엥의 하늘을 누비다

(3) 블루라군에서 수중동굴까지, 방비엥에서 물 만났다

(4) 루앙프라방 찍고 우돔싸이 들어가던 날

(5) 푸야카산 등반기, 은하수 아래 정상에서의 하룻밤

(6) 계곡을 지나 폭포를 건너, 우돔싸이 정글 탐험기

(7) 크무족과의 짧았던 인연, 그리고 작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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