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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가 한국인들에게 본격적인 관광지로 각광받기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아마 몇 해 전 tvN에서 꽃보다 청춘라오스 편이 방영된 이후부터 였던것 같다. 당시 연출을 맡았던 나영석 PD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가 어디냐고 물었더니 라오스, 단 지금은 나 때문에 한국인이 너무 많으니 몇 년 뒤에 올 것이라고 대답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실제로 라오스의 대표적 관광도시인 방비엥 거리에는 나영석 PD3일 연속 방문한 맛집과 같은 문구를 붙여놓고 손님을 끌어 모으는 풍경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13번 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는 길



한국에서 직항편을 타고 갈 수 있는 라오스의 도시는 아직까지 수도 비엔티안이 유일하다. 태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이곳에서부터 북쪽으로 13번 국도를 타고 남늠 호수를 지나 계속 올라가면 배낭여행자의 도시, 액티비티의 천국 방비엥에 이르게 된다. 계속해서 북쪽으로 더 올라가면 유럽풍의 예쁜 도시로 유명한 루앙 프라방에 다다르게 된다. 이렇게 세 도시가 한국 여행자들이 가장 즐겨 찾는 여행지다. 사실상 하나의 도로 위에 주요 관광도시가 나란히 놓여있는 셈이니 라오스 여행은 13번 국도에서 시작해 13번 국도에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우리 역시 자연스럽게 13번 국도를 따라 움직이게 되었다. 방송에서 다뤘던 도시는 크게 두 곳으로 앞서 언급했던 액티비티의 천국 방비엥과 북쪽 산악지대의 우돔싸이다. 비엔티안은 출입국을 위한 거점이었고, 루앙 프라방은 지나가며 잠시 들르는 정도에 불과해 방송에서는 다뤄지지 않았다. 우돔싸이는 아직까지 한국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인데 비엔티안에서 거리도 상당하고 가는 길도 험해서 돌아올 때는 국내선 비행기를 타야만 촬영 일정을 간신히 맞출 수 있었다.



라오스로 출발!


분명 멸치 주먹밥이라고 했는데... 멸치는 대가리만 숨은그림찾기


양이 부족해 짬뽕밥까지 시켜먹었건만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우리의 손과 발이 되어준 현지 코디와 차량 접선


챙겨야 할 짐이 사람보다 더 많다


본격적인 촬영 일정 출발!



라오스의 관문, 비엔티안에 도착하다

저가항공 진에어를 타고 약 여섯 시간을 날아 도착한 비엔티안은 이미 늦은 저녁 시간이었다. 덩치가 좋으신 촬영감독님은 좁은 좌석이 영 불편하셨는지 표를 예매한 PD님을 연신 타박하셨다. 촬영 장비에 헬리캠까지 짐이 워낙 많아 공항에서 이를 챙기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었다. 미리 출국장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현지 코디네이터 짠사이와 첫인사를 나누고 준비된 촬영용 밴에 모든 짐을 옮겨 싣고 시내로 출발했다.


무사히 도착했으니 일단 식당부터 좀...


다양한 종류의 딤섬? 손 가는대로 마구잡이로 시켰다


고기국물이 진했던 쌀국수도 한 그릇씩


이제 좀 살것 같구나!!


비행기에서 분명 라면 국물에 밥까지 말아먹었건만 어쩐지 허기진 우리들이었다. 방송에는 뭘 먹는 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았지만 촬영 내내 참 열심히도 먹고 다녔다. 통성명을 마치기가 무섭게 배고프다고 아우성치는 우리를 위해 짠사이는 근처 현지식당으로 차를 돌렸다. 때마침 소나기가 쏟아지고, 우리는 쌀국수와 딤섬으로 라오스에서의 첫 식사를 마쳤다. 시내 숙소에 짐을 푼 우리는 이번 촬영의 무사 완수를 기원하는 가벼운 술자리를 끝으로 이내 잠들어버렸다.


다음날 아침, 한산한 비엔티안의 호텔앞 거리


분명 아침을 먹긴 했는데 어딘가 부실하다


빳뚜싸이 위에 올라가본 풍경은 '뭉쳐야 뜬다' 라오스편에 잘 나와있으니 패스하기로


'현재야 배고프다. 뭐 먹을거 없냐'


라오스식 샌드위치를 파는 노점상 발견!


고기 종류에 따라 여러개를 시켰는데, 맛은 비슷비슷했다


'이제 좀 배가 부르신지요...?'


다음날 아침 일찍 우리는 방비엥으로 출발했다. 여행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비엔티안의 풍경과 빳뚜싸이 같은 관광 포인트들은 차를 타고 가면서 슬쩍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방송에 나오지 않는 것들은 과감하게 외면해버리는 것이 진정한 프로의 자세랄까. 비엔티안 시내를 채 빠져나오기도 전 우리는 다시 배가고파졌다. 분명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출발했는데 말이다. 잠시 차를 세우고 라오스식 샌드위치인 반미를 샀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당시 만들어진 음식이라고 하는데 바게트빵에 고기와 야채를 넣은 퓨전 요리다. 베트남에도 비슷한 음식이 있다고 한다. 탄수화물에 고기와 야채를 함께 먹으니 맛은 당연히 좋았다. 다만 고수를 넣어주는게 기본 옵션이니 싫어하는 사람은 꼭 빼고 달라고 해야한다.


얼마 못가 다시 차를 멈춰세운 이곳은...


대나무 통에 찰밥과 코코넛을 넣어 구워팔고 있었다


현지 코디로 부터 껍질 까먹는 법을 배우는 중


 

가는 길에 간식을 하나 더 샀는데, 대나무통에 찹쌀밥과 코코넛을 넣고 구워먹는 라오스식 주전부리였다. 마치 한지처럼 덮여있는 대나무 속껍질을 벗겨내고 통을 반으로 자르면 달달하면서도 쫀득한 찰밥이 먹음직스럽게 들어있다. 카메라가 여기서 처음 켜졌다. 현지 식 군것질을 사서 먹어보고 맛을 표현하는 장면이었는데 첫 촬영이라 대사도 행동도 매우 어색했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방송에는 나오지 않았다.

코코넛의 달콤짭조름한 과육이 찰밥과 함께 씹히는게 일품이었는데, 아쉽게도 이후 이 음식을 다시 마주치지 못했다. 한 번쯤은 더 먹어보고 싶었는데 말이다.


방비엥으로 가는 길, 날씨 한 번 참 좋다


덩달아 우리 기분도 한껏 들떴다


잠깐 차를 세우고 헬리캠 촬영을 해보기로 했다


할일이 없는 출연자는... 옆에서 구경도 하다가


...때로는 조수 역할도 충실히 한다


마침내 방비엥에 입성


자연스럽게 우리는 다시 식당으로...


이번 촬영동안 밥 참 잘먹고 다녔다



패러모터를 타고 방비엥의 하늘을 날다

오전 내내 달려 늦은 점심 무렵 방비엥에 도착했다. 카르스트 지형의 석회산에 둘러 쌓인 작은 마을은 쏭강을 끼고 있어 운치를 더했다. 배낭여행자의 도시, 액티비티의 천국이라는 별명 답게 이미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산으로 강으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분명 아무것도 안하고 차에서 간식 먹고 자면서 왔지만, 밥 때가 넘은 우리의 배꼽시계는 다시 가열차게 울리고 있었다. 숙소에 들러 짐을 풀기도 전에 가까운 식당부터 찾았다.

방비엥에서 제일 먼저 한 일은 패러모터를 타는 것이었다. 패러모터는 행글라이더 아래 가솔린 엔진 프로펠러를 달아 동력으로 하늘을 나는 액티비티다. 실제 방송에서는 방비엥을 실컷 즐기고 마지막에 회상하며 타는 것으로 나왔지만 실제는 그 역순이었다. 이유는 날씨 때문이었는데 방비엥에 있는 내내 날씨가 오락가락 할 것이라는 예보가 있어 날이 맑았던 첫날 제일 먼저 타기로 했기 때문이다.



활주로에서 점프샷, 이제 하늘로 올라갈 차례!


개별 마이크를 사용하는 첫 촬영이다!


손수 마이크를 착용해주시는 촬영감독님


이것이 바로 패러모터! 그런데 생각보다 좀 허술하게 생겼다


안전수칙을 설명하는 장면 촬영 중



패러모터는 방비엥 마을 어귀에 있는 작은 공터에서 출발한다. 간단한 안전교육과 장비 착용을 마치고 숙련된 조종사와 21조로 탑승하게 된다. 나와 비행을 함께할 조종사는 자신이 베테랑이라며 연신 자신감을 보였지만, 막상 패러모터의 구조를 가까이에서 보니 다소 허술해보이는게 영 불안했다. 하지만 걱정도 잠시, 이륙하고 얼마 되지 않아 흥분은 가라앉았다. 처음 한 3분 까지는 발 아래로 펼쳐지는 풍경도 멋지고 짜릿했는데 그 이후에는 계속 선회만 하고 별다른 스릴 없이 안정적인 비행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굉음과 함께 시동이 걸리고


시원하게 활주로를 달리는 패러모터, 그리고 마침내...


떴다!


발 아래로 펼쳐지는 방비엥의 도시 풍경



하늘 위에서 보는 방비엥의 풍경은 꽤나 멋졌다. 일단 산의 형상이 한국의 그것과는 확연히 달랐고 붉은 빛깔 낮은 건물들이 강을 따라 모여있는 풍경도 아름다웠다. 현재와 나는 각각 20여분 정도의 비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각자 고프로를 두 대씩 걸치고 셀프 촬영을 했지만 얼마나 쓸만한 영상을 찍었는지 땅에 있었던 PD님은 알 길이 없었다. 못미더우셨는지 직접 패러모터에 올라 추가 촬영을 위한 비행을 하셨다. 처음엔 안전을 핑계로 절대 안타겠다 손사래 치시던 PD님이었지만 더 좋은 영상에 대한 집념 앞에선 두려움도 없어지는 모양이다. 촬영 내내 PD님의 모습을 보면서 프로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낀 적이 많았다.



파댕산의 전경, 이번엔 두 발로 걸어서 하늘과 가까워질 차례다


초반에는 평이해보이는 길이었으나


정상에 가까워 질 수록 날카로운 바위가 많아졌다



파댕산 정상에서 다시 한 번 하늘과 만나다

다음날 늦은 오후, 우리는 다시 한번 높은 곳으로 향했다. 방비엥의 주위를 병풍처럼 휘감고 있는 파댕산은 석회질의 카스르트 지형으로 높이는 낮아도 산세가 가파르고 험준하다. 패러모터를 타고 날았던 산등성이를 이번엔 두 발로 오르게 된 셈이다. 올라가는 길은 한 시간 반 정도로 적당히 땀도 나고 괜찮았다. 출연 공모를 준비하며 과거 시청자 특집을 찾아봤는데, 준비가 부족해 험한 산을 컨버스화 신고 오르는 안타까운 장면도 더러 있었다. 그럴줄 알고 우리는 미리 등산화를 준비해 비교적 편하게 산에 올랐다.

 

산에 올라가는 중에 PD님께서 자꾸만 석회암 지형에 대한 감상을 요청하셨는데, 솔직히 그렇게 감흥이 큰 부분은 아니었다. 아마도 방비엥 촬영분에 등장하는 카르스트 지형의 동굴, 석회 호수 블루라군 등과 연결점을 찾으려 하셨던 모양이다. 방송에서는 산에 오르다 말고 애꿎은 돌맹이를 부수며 석회암인 걸 확인하는 나의 모습만 잠깐 등장했다.


드디어 도착한 파댕산 정상, 주위 풍경을 한번 슥 둘러본 뒤엔


각자의 여행관에 대한 짧막한 인터뷰를 촬영했다


촬영감독님은 저 무거운 헬리캠을 들고 산을 오르셨다


PD님도 주변 경치를 담느라 정신이 없으시다



피곤한 촬영 뒤에 맛보는 현지식 만찬, 돼지 뽈살구이와 샤브샤브

패러모터를 탔던 첫날 저녁 메뉴는 돼지 뽈살구이와 비어라오였다. 방비엥은 그리 큰 도시가 아니다보니 한국인들이 찾는 맛집은 몇 손가락 안으로 추려질 정도였는데, 오늘 찾은 뽈살구이집도 워낙 유명한 곳이다. 맛은 그럭저럭 괜찮은 정도. 사실 돼지고기라는게 불에 구우면 웬만해서 맛없기가 힘들다. 음식 자체의 맛보다는 한낮의 뜨거운 태양이 지고 어둠이 깔린 거리에 앉아 노천에서 음식을 즐기는 분위기가 더 좋았다.


해가 지면 방비엥의 길거리는 맛있는 냄새와 고기굽는 연기로 가득해진다


냄새를 따라 무작정 걷다보면 도착하는 이 곳은


돼지 뽈살 구이를 파는 식당이다


한 상 거하게 차려놓고 회포를 좀 풀었다

첫날 촬영이 무사히 끝난 것을 기념하며!


라오스 맥주인 비어라오와 전통주 라오라오


이날 처음으로 라오스의 전통 맥주인 비어라오를 맛봤다. 한국 맥주보다 훨씬 더 청량하고 가벼운 느낌에 라거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돼지고기 구이나 한국 음식과의 궁합도 좋은 듯 했다. 특히나 더운 날씨에 액티비티와 물놀이를 즐기며 땀을 쏙 뺀 후에 마시면 최고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맛집인 피핑쏨 신닷


피핑쏨 신닷은 삽겹살 샤브샤브를 파는 곳이다. 역시 한국인들에게 꼭 들러야 하는 맛집으로 잘 알려져 있다. 파댕산에 다녀온 방비엥에서의 둘째 날 저녁을 먹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주 메뉴는 삼겹살 비슷해 보이는 돼지고기와 각종 채소들을 육수에 데쳐 먹는 건데, 동남아라 그런지 확실히 채소들의 생김새가 힘있고 종류도 다양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생고기를 그대로 적셔 먹는게 아니라 불판에서 어느정도 익힌 후에 데쳐 먹는다는 점이었다. 불판 자체가 그럴 수 있도록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먼저 가운데 불판에 고기를 올려서 굽다가


야채와 함께 데쳐 취향껏 먹으면 된다


이집 수박주스도 맛이 꽤 좋았다


맛은 아주 좋았는데, 사실 이날 산에서 내려오다가 해가 지는 바람에 휴대폰 불빛에 의지해 본의 아니게 야간산행을 마친 직후였다. 촬영 초반에 혹 크게 다치는건 아닐까 신경이 잔뜩 곤두선 채로 진땀 빼며 산을 내려왔다. 그러니 뭘 먹어도 맛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내려오던 중에 발을 헛 딛여 다친 나를 위하여 PD님은 식사 후에 마사지샵을 데려가 우리의 노고를 치하해 주셨다. 하루에도 몇 개씩 아이템을 촬영해야 했던 강행군 일정 덕에 마사지샵에서 우린 거의 녹아버렸다. 흐물흐물해진 몸을 이끌고 방비엥의 밤거리를 가로질러 숙소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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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테마기행 라오스편 촬영후기 연재목록

(1) 그들은 어쩌다 라오스에 가게 된걸까?

(2) 패러모터와 핼리켐으로 방비엥의 하늘을 누비다

(3) 블루라군에서 수중동굴까지, 방비엥에서 물 만났다

(4) 루앙프라방 찍고 우돔싸이 들어가던 날

(5) 푸야카산 등반기, 은하수 아래 정상에서의 하룻밤

(6) 계곡을 지나 폭포를 건너, 우돔싸이 정글 탐험기

(7) 크무족과의 짧았던 인연, 그리고 작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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