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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설계 스튜디오 마감과 함께 마드리드에서의 교환학기가 공식적으로 끝나는 날이다. 어느덧 2011년이 보름도 채 남지 않았고, 이제는 마드리드에서 지낸 날 보다 앞으로 지낼 날이 더 적어져 버렸다. 한국의 겨울 만큼 춥지는 않지만 뙤약볕 아래 한걸음 마다 물 한모금씩 마시던 여름에 비하면 날씨도 많이 쌀쌀해졌다. 

 지난 8월, 마드리드에 도착해서 처음 했던 일은 바로 '집(Piso) 구하기'였다. 교환학생으로 오기 전부터 이런저런 준비를 많이 했었지만 당장 집 구하는 문제는 현장에서 발로 뛰어야 하는 일이었기에 더욱 정신 없었던 그 때였다(참조: 마드리드에서 집 구하기). 그렇게 마음에 쏙 드는 집을 구해서 6명의 다른 친구들과 함께 좌충우돌 신나게 살기를 벌써 4개월. 어느새 시간이 흘러 이제는 다시 집을 '팔아야 하는 때'가 되었다. 한국에 돌아가는건 2월 말이지만 공백 없이 다음 사람을 구하기 위해 열심히 방 사진을 찍고 인터넷에 공지를 올렸다. 막상 집을 세 놓는다는 글을 올리고 나니 그제서야 떠날때가 가까워진게 실감이 나더라.

파노라마로 담은 내 방의 모습


 정확하게 집을 비우게 되는건 2012년 2월 12일이다. 아직 한달 반 정도 남았지만 미리 다음 사람을 구하기 위해 일찍 글을 올렸다. 특별히 따로 포스팅을 하는 이유는 한국에서 다음학기 마드리드로 교환학생을 오게 되는 학생들에게도 광고(?)를 하기 위해서다. 연고 하나 없는 외국 타지로 긴 시간 교환학생을 떠나는 학생들에게, 집을 구하는 문제는 가장 큰 걱정이고 고민거리라는걸 겪어봐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마침 새 학기가 시작하는 2월에 딱 방을 비우게 되니 관심있는 분들은 댓글이나 이메일(daramzy@gmail.com)으로 연락을 주시길. 스페인어를 할줄 안다면 스페인의 집구하는 사이트인 이데알리스따에 올린 글을 직접 보고 컨택해도 괜찮을 것 같다(이데알리스따 공지글 보러 가기).

  아래에 사이트에 올린 방 소개글을 덧붙이고 해석을 첨부해 놓았다.

detalles

buscan

chico o chica, da igual

características específicas

con ascensor

con muebles, sin armario empotrado

conexión a internet

televisión digital

descripción completa

la habitación completamente amueblada, exterior, limpio, y muy luminosa. el piso tiene dos baños, una cocina, y una salón. en la cocina hay la micronda(microwave), la lavadora, el horno y dos neveras. la habitación tiene la cama muy buena, la mesa, la lampara, dos sillas, la mesa de la noche, el armario, etc. 
el piso situado en el barrio muy bueno y tranquilo. perfecto para vivir! próximo a las estaciones 'nuevos ministerios(metro 6, 8 y 10, cercanias renfe; 5minutos a pie)' y 'cuatro caminos(metro 1,2 y 6; 10segundos a pie). también muy cerca de gran mercado(mercado maravilla), el corte ingrés, y el centro deportivo(parque santander).
viven 7 estudiantes muy agradables y responsables. cuesta 430 euros (sin gastos), más la fianza de un mes. espero que me contactes y visites. hablo español, ingés, y coreano. [disponible desde 13 de febrero]


- 성별 관계없음
- 승강기, 가구, 인터넷, TV 완비
- 가구 완벽하게 갖춰져있고 깨끗하고 빛 잘 드는 방 세 놓습니다. 화장실 두 개, 주방 하나, 거실 하나를 함께 쓰는 집입니다. 주방에는 전자레인지, 세탁기, 오븐과 냉장고 두 대가 갖춰져 있습니다. 방에는 침대 하나, 책상, 스탠드, 의자 두 개, 작은 테이블 겸 서랍, 옷장, 책꽃이 등이 있습니다.

위치한 동네는 매우 조용하고 살기 좋은 곳입니다. 바로 옆으로 '누에보스 미니스떼리오스 역(Nuevos Ministerios, 지하철 6, 8, 10호선과 렌페 쎄르까니아스 환승역, 걸어서 5분 거리)'과 '꽈뜨로 까미노스 역(Cuatro Caminos, 지하철 1, 2, 6호선, 걸어서 10초 거리)'이 있습니다. 물론 가까운 거리에 큰 재래시장과 '엘 꼬르떼 잉그레스(백화점)', 운동시설 갖춰진 공원도 있습니다.

7명의 학생들이 같이 사는 집이며, 다들 매우 착하고 책임감 있는 친구들입니다. 방값은 한달에 430유로, 전기/수도/가스/인터넷 요금 별도(합쳐서 한달에 대략 20유로)입니다. 보증금은 한 달치 선불입니다.

연락 많이 주세요. 스페인어, 영어, 한국어 가능합니다.[2월 13일 부터 입주 가능합니다]



햇빛이 잘 드는 창가, 이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글을 올리기 위해 찍어둔 방 사진들이다. 처음 집을 구하러 다니다가 이 방에 마음이 확 끌렸던 이유는 빛이 너무 잘 들어서다. 책상 옆으로 있는 큰 창으로 아침 나절부터 해 지기 전까지 내내 빛이 아주 잘 들어온다. 전에 집을 구하며 본 다른 집들이나 친구들 집을 보면 창문이 너무 작아 빛이 잘 안들어 오거나, 심지어는 창문이 아예 없는 방도 있더라. 물론 내 방에서는 매일 아침 쏟아져 내리는 햇살 덕분에 늘 기분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방에 있는 모든 가구들은 100% IKEA 제품이다


 처음 이 방에 들어올 때, 가구는 완벽하게 갖춰져 있지만 이불은 없었다. 그래서 따로 시간을 내 IKEA에서 사온 침대 시트와 베게, 이불이다. 한국에 돌아갈 때 이불, 베게 시트는 가져갈 생각이지만 부피가 많이 나가는 이불과 베게속은 두고 가려고 한다. 내 다음으로 들어올 사람에게 남기는 선물이 되려나? 아참, 침대 아래 보이는 러그 역시 IKEA 제품. 물론 두고 갈 생각.


매주 일요일마다 만찬이 열리는 거실과 식당


 전에도 소개한 적이 있지만 스페인의 학생들은 대부분 우리집처럼 생긴 삐소(Piso)에 산다. 각자 방이 있고 거실, 주방, 화장실 등을 함께 공유하는 식이다. 무려 7명이나 함께 사는 비교적 큰 집이지만 나름 넓직한 공용공간이 있어서 특별히 불편한 적은 없었다. 무엇보다도 다른 집들에 비해 상당히 깨끗한 편이라 매우 만족하며 살고 있다.

햇빛을 맞으며 기분좋게 요리하는 공간


 내 방과 마찬가지로 주방 역시 빛이 참 잘 들어온다. 냉장고도 큼지막한게 두 대나 있어서 7명 식구들이 함께 쓰기에 딱히 부족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른 집에는 잘 없는 '오븐'이 있는 것도 우리집의 자랑거리(난 아직 한 번도 안썼지만). 프랑스에서 온 플로홍은 요새 오븐으로 빵과 케잌을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있는 것 같더라.

 


화장실마저 빛이 참 잘 들어온다


 우리집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은 다름아닌 화장실. 바로 앞으로 커다란 성채같은 건물이 있어서 화장실에서 내려다보면 아주 장관이다. 물론 빛도 잘 들고, 청소당번을 정해 돌아가며 청소하는지라 아주 깨끗하다.

전에 심심해서 그려둔 내 방


 사진만으로는 내 방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보기 힘들것 같아 첨부한 그림이다. 전에 이사오자 마자 혼자 그려본건데 이럴때 유용하게 쓰일줄은 꿈에도 몰랐다. 스케일도 거의 정확하고 정말 내 방은 딱 이렇게 생겼다. 그래도 나름 건축학도가 그린 그림이니!

 이정도로 방 소개를 마칠까 한다. 막상 사진을 찍다보니 그동안 알게 모르게 정이 많이 들었나보다. 벌써부터 떠날생각에 아쉬운 마음도 들고, 내가 나간 후에 어떤 사람이 들어오게 될까 궁금하기도 하다.

전에 집을 구할며 열심히 보던 사이트, 내가 글을 올리게 될 줄이야!


 지금까지 소개한 방 소개글과 사진들은 스페인의 집 구하기 사이트인 이데알리스따에 그대로 올라가 있다. 올린지 아직 며칠 안됐지만 벌써 이메일도 여러통 받고 전화도 많이 받았다. 어젯 밤에는 한 스페인 남성분이 집을 보러 찾아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아직 입주날짜가 많이 멀어서 그런지 확실하게 누구라고 정하지는 못하겠다. 누가 오던지는 크게 관계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마드리드에 교환학생으로 오는 한국 학생들에게 방을 넘겨주고 싶은 마음도 든다. 교환학생 선배로서 이런저런 조언도 해줄 수 있을것 같고 여러모로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문의 메일들을 읽다보면 처음 내가 마드리드에 왔던 그때가 떠오른다


 그저께 프랑스 여학생으로 부터 받은 이메일이다. 교환학생 생활을 하면서 직접 글을 올리고 집을 세놓는 경험까지 해보게 될 줄은 몰랐기에 이 모든게 마냥 재미있다. 받은 이메일들을 살펴보면 다들 국적도, 성별도, 나이도 다르고 마드리드에 오는 목적도 제각각이다. 과연 그동안 정든 내 방에 살게될 다음 사람은 누구일까.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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