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벌써 10월이 절반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블로그 글은 개강 전인 8월 말에 머물러 있으니 이거 참... 이래저래 바쁜 요즘이지만 시간을 쪼개서라도 꾸준히 포스팅을 하겠노라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보게 된다. 하고싶은 이야기도 너무 많고 사진도 꾸준히 찍어 두었기에 더더욱!

 우선 지난번 '우리집을 소개합니다!'글까지 해서 마드리드에 도착해서 보낸 첫 일주일 이야기는 그럭저럭 마무리가 되었다. 사실 그때까지는 진짜 교환학생 생활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기엔 좀 애매한 구석이 있다. 일주일 내내 집을 구하러 다니다가 막 이사를 마친 시점이었고 학교는 개강조차 하기 전이다. 이제부터는 조금 더 교환학생의 진짜 '생활' 이모저모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한다. 교환학생에게 있어서 '생활'이라고 하면 뭐가 제일 중요할까. 음식? 문화? 언어?... 다 틀렸다. 제일 중요한건 역시나 돈이다 돈. 한국에서 학교를 다닐때야 과외 아르바이트도 하고 사진이나 잡지 원고료를 통해서 어느정도 수입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땡전 한푼 벌 수 없는 상태(엄밀히 말하면 매달 연재하는 여행기로 고정 수입이 있긴 하지만 그리 큰 돈이 아니기에 패스...). 버는 것 없이 매일 쓰기만 하니, 그것도 '원'단위가 아니라 '유로'로 쓰다보니 자칫 정신줄을 놓았다간 돈이 어디로 어떻게 빠져나가는지도 모른채 빈털털이가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마드리드에 온 이후로 지금껏 0.1유로 한푼 안까먹고 꾸준히 가계부를 쓰고 있다. 영수증 하나 안버리고 차곡차곡 잘 모아둔 덕분에 이곳에서 지금까지 생활한 모든 흔적들이 가계부 안에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하지만 무작정 쓰기만 한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생활에 도움이 되는건 또 아니다. 그래서 8월달(8월23일~8월31일, 9일간), 9월달(9월1일~9월30일, 30일간) 두 달치 가계부를 대대적으로(?) 정산해봤다. 별것 아닐 줄 알았는데 막상 이렇게 하고 나니 비로소 한달 새 내 소비생활 패턴이 어떻게 변했는지, 혹시나 쓸데없이 낭비한 돈은 없는지, 하루에 대체 얼마정도 쓰고 있는건지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된다.

 자, 그럼 지금부터 두 달치 가계부 정산 내역을 공개하도록 하겠다. 물론 품목별로 세세하게 적힌 가계부를 여러 사람에 공개하는게 조금 꺼림직한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마드리드에 오기전 내가 가장 궁금했던건 교환학생의 생활도, 유흥 문화도, 학교 공부도 아니었다... 당최 교환학생을 가면 한달에 얼마 정도 생활비를 쓰는지! 그게 제일 궁금했었다. 그래서 공개한다. 혹시나 지금 교환학생을 생각하고 있거나 떠날 예정인 더 많은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궁금증을 풀어주고 싶기에. 각각의 정산표에는 간단한 해설(?)을 덧붙이고, 마지막에 두 달 자료를 비교해보도록 하겠다.

 우선 시작하기에 앞서 정리한 방법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겠다. 일단 총 지출을 6가지 항목에 따라서 분류했다. 가계부에는 상세 항목을 써 두었지만 엑셀 시트상에는 각 품목별 지출 금액만 적어두었다. 이 중 '외식비'라 함은 레스토랑에서 사먹은 점심, 친구들과 함께한 맥주집, 학교 자판기에서 사먹은 콜라 등 집이 아닌 곳에서 '먹고 마시는데'소비한 모든 금액을 말한다. '생필품' 항목은 식재료와 생활용품, 의류, 신발 등 집에서 생활하는데 필요한 모든 항목에 대한 지출을 말한다. 사실 더 세세하게 식재료 구입비와 기타 부대비용으로 나누고 싶었지만 그러려면 영수증에 찍힌 항목별로 일일히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 오른쪽 상단의 '기타'항목은 개인적인 판단에 의거 일상적이지 않은 '특수한 지출'을 뜻한다. 기타 항목의 지출은 전체 합계나 일 평균, 품목 평균에서 당연히 제외했다.



8월

 8월 23일에 마드리드에 도착했으니 사실상 8월 가계부는 단 9일간의 기록에 불과하다. 9일간 총 지출한 금액은 181.43유로. 계산해보니 하루 평균 20.16유로(한국돈으로 3만2254원, 환율 1600원 기준)을 지출했다. 낯선 곳에 도착해서 보낸 처음 몇일간 이기에 더 많이 썼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적었다. 

 재미있는건 각 품목별 지출 현황이다. 외식비가 전체 지출의 무려 47.2%를 차지한다. 이 당시에도 나름 이것저것 많이 해먹기는 했지만 새로운 친구들도 만나고 또 레스토랑에서 사먹거나 집을 보러 다니며 밖에서 먹은 일이 많아서 그랬던것 같다. 마드리드의 외식비가 비싼줄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정리하고 보니 한달 지출의 반이나 외식비로 썼다는게 놀라웠다.


9월

 9월은 총 30일간의 지출 내역이다. 9월 초에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를 왔고 학교도 개강했으니 이때 부터가 진짜 교환학생의 지출 내역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어느정도 적응 기간도 지났고 자리를 잡아서 그런지 하루 평균 지출금액이 전 달 20.16유로에서 18.26유로(한국돈으로 2만9214원, 환율 1600원 기준)로 확실히 줄어들었다. 더욱 재미있는건 외식비와 생필품의 퍼센티지 변화다. 8월달 외식비 비중이 전체 소비의 절반이나 되었던데에 반해 9월달에는 35.2%로 뚝 떨어졌다. 대신 식료품 소비를 포함하는 '생필품' 항목이 외식비를 추월했다.

 그 외 항목도 살펴보면, 우선 통학할때 뿐 아니라 거의 모든 경우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므로 교통비는 전체 지출에서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대신 학교가 개강하는 바람에 학용품(서적 포함) 소비가 확 늘었다. 여행은 똘레도(toledo)에 당일치기로 하루 다녀온게 전부였는데 그날만 37.90유로나 썼다. 거의 하루 평균 생활비의 두 배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이 외에도 9월달에는 '기타'항목이 조금 많다. 우선 매달 내는 집세(430유로)가 있고, 이사한 이후 침대 시트며 베게, 러그, 이것저것 세간을 사느라 IKEA에서 꽤 많은 돈을 썼다. 이건 매 달 일정하게 드는 돈이 아니라 정착 비용이라 생각하고 전체 합계에서 생략했다. 가장 가슴아픈건 8월에 이어 9월달에도 자전거 구입비가 또 들었다는 것. 자전거 도둑과 소매치기의 천국이라는 스페인에서 나 역시 자전거를 한 달 만에 도둑맞았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하기로 하고...



 이렇게 해서 두 달치 생활비 정산을 모두 마쳤다. 사실 매일 같이 일기며 가계부를 정리하는게 쉬운 일은 아닌데 지금껏 꾸준히 하고있는 내 스스로가 기특하기도 하다. 교환학생 준비하는 내내 누구라도 생활비 내역을 좀 보여주면 좋겠다 싶었는데 인터넷을 죄 뒤져봐도 도통 찾을 수가 없어서 답답했었다. 하지만 이제 직접 살아보면서 그 궁금증이 많이 해결 된 느낌이다.

 더 궁금해지는건 바로 10월치 정산 내역. 과연 9월달과 비교해서 또 어떻게 변했을지... 기대하시라!




공유하기 링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