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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의 첫날 일정을 마치고 보문단지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시내에는 괜찮은 찜질방이 없어서 조선온천호텔 찜질방을 찾아갔는데 가격이 만원이라는 점을 빼곤 시설도 괜찮고 규모도 컸다. 하지만 역시나 찜질방에서 잔 다음날은 어째 몸이 찌뿌둥하다. 느즈막히 잠에서 깨서 다시 한번 사우나를 하고 찜질방을 나왔다.

경주에서 괜찮은 찜질방을 찾는다면...여기만한데가 없더라


 벌써 시간은 열한시가 다 되어간다. 어디서 점심을 먹을지 고민하다가 결국 보문단지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목인 '숲머리 음식단지'를 찾아가보기로 했다. 믿을만한 소식통에 의하면 그 근처에 떡갈비를 잘하는 집이 있다던데...

보문단지에서 만난 공중 화장실


 버스를 기다리다가 발견한 공중 화장실. 사실 따지고 보면 겉모습만 그럴듯하게 한옥을 따라한 셈이지만 그래도 네모반듯한 것보다야 훨씬 좋아보인다. 아 내가 경주에 와있구나...하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나.



오픈 전부터 기다리는 사람들이 꽤 있는걸 보면 맛집은 맛집인듯 했다


 시 외곽이라 숲머리 근처에는 버스정류장이 드문드문 있다. 버스를 내려 한참을 되돌아 걸어온 뒤에야 식당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아직 영업개시 전이란다. 어쩔 수 없이 앞뜰에 앉아서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화단에 심어져있던 예쁜 꽃들


 기다리는 동안 심심해서 정원의 꽃을 찍고 있었는데, 식당 주인아저씨께서 저쪽에 연꽃도 있으니 한번 찍어보라 하신다. 가리킨 곳으로 가보니 정말 작은 수조위에 연꽃 한송이가 다소곳하게 피어있었다.



이렇게 예쁜 연꽃을 이런곳에서 만날 줄이야!


 사진찍으려 여기저기 많이 다니지만 유독 연꽃과는 인연이 없었는데, 생각치도 못한 곳에서 이렇게 마주칠 줄이야!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한참을 찍다보니 어느새 가게 문이 열렸다. 이제 떡갈비를 한번 먹어볼까나!


떡갈비 정식! 맛은 뭐 그럭저럭 평범


 오늘의 점심이 한상 가득 차려졌다! 하지만 한입 베어무는 순간 아차 싶었다. 막연히 담양에서 먹었던 떡갈비를 생각하고 있었는데...그러보니 여긴 경주였지. 뭐 그래도 맛이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라 순식간에 밥 한공기를 뚝딱 비워버렸다. 사실 떡갈비 보다도 사진속에 보이는 된장찌개가 일품이었다.


버스를 타고 불국사로...


 식당을 나오는 길에 여쭤보니 여기서 불국사로 한번에 가는 버스가 있단다. 시내까지 들어갈 필요 없이 곧바로 불국사로 향했다. 어릴적 막연한 기억속에는 불국사랑 경주 시내가 가까운줄로만 알았는데 막상 지도를 보니 거리가 꽤 있더라. 버스를 타고 열심히 달리다보면 보문단지도 다시 지나고, 엑스포로 유명했던 황룡사 목탑모양 구멍이 뚤린 건물(?)도 멀리 보인다. 보문단지에서 조금 외곽쪽으로는 대형 수영장 시설을 갖춘 놀이공원도 있었다. 누가 경주까지 와서 이런걸 하고 놀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사람이 많아서 조금 놀랐다.


대웅전으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드디어 불국사 입구에 도착했다. 경주하면 불국사, 불국사 하면 경주 아니던가! 내심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하고있던 여행지가 바로 이곳이었다. 호젓한 숲길을 따라 불국사로 들어가는 길... 곧 눈앞에 짠 하고 나타날 불국사를 상상하며 걸었다.



드디어 다시 만난 불국사!


 아아...드디어 불국사를 다시 만났다. 여느때 같으면 수학여행 온 학생들로 북적일텐데 마침 타이밍이 좋아서 사람도 별로 없고 한적한 분위기였다.



다보탑, 석가탑, 너희들도 반갑다!


 10년만에 다시 만난 다보탑과 석가탑. 한국건축 수업시간에도 불교건축 파트를 배우며 수도없이 봤던 것들이지만 그래도 또 반갑더라!









흑백 스냅들...


 그냥 아무생각 없이 흑백으로 찍어본 사진들. 오랜만에 건축물 사진을 찍어서 그런지 더욱 신이 났다.

석굴암으로 올라가는 길


 불국사를 다 둘러보고 나와 이제 석굴암에 오를 차례다. 불국사 입구에서는 30분마다 셔틀 버스가 있어서 석굴암까지 쉽게 갈 수 있었다. 석굴암도 불국사 근처인줄로만 알았는데 버스를 타보니 꼬불꼬불 비탈길을 한참 올라가더라. 걸어가볼까 생각도 했었는데... 또 큰일날 뻔 했다.



코끝을 스치는 상쾌한 바람과 함께


 산문을 지나 숲길을 따라 석굴암으로 향하는 길에 들어서자 비로소 어렴풋이 기억이 되살아난다. 엄마손을 꼭 잡고 이 길을 걸었던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벌써 다 커서 혼자 이 길을 다시 찾아왔다. 흙길을 밟으며 걸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는 콘크리트로 포장이 되어버렸더라.





뭔가 좀 아쉬웠던 석굴암...


 천마총이 너무 작게 느껴졌던것 처럼, 석굴암도 어릴적 기억보다 훨씬 작고 아담한 사이즈였다. 그때는 직접 본존불 옆까지 들어가서 사진도 찍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유리 문으로 막혀서 잠깐 슥 보고 지나가는게 전부다. 이렇게 봐서는 석굴암의 진짜 멋을 느끼기가 힘들텐데... 너무도 아쉬웠다.




또 다시 그냥 스냅들...


 석굴암을 찍지 못하는 아쉬움에 주변 풍경이라도 더 담으려고 셔터를 연거푸 눌렀다.


경주의 특산물(?) 맥도날드 쿼터파운더


 어제 이른 아침부터 하루종일 자전거를 타서 그런지 오늘은 금새 피곤이 몰려온다. 포석정이나 김유신 장군묘에도 가볼까 생각했지만 그냥 무리하지 말고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시내로 돌아와 여기저기 돌아보다가 시원한 당구장을 찾아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조금 체력을 보충(?)했다. 기차를 타기전 경주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조금 뜬금없지만 맥도날드! 시내에 딱 하나있는 맥도날드를 찾아가서 간단하게 끼니를 떼웠다.





고분 사이로 걷는 느낌이 참 좋았다


 기차를 타러 가기전에 마지막으로 시내 중심가에 있는 고분을 따라 걸었다. 울타리로 묶여있는 대릉원과는 달리 말 그대로 고분 자체가 공원이자 산책로인 이곳이야말로 가장 경주다운 곳이 아닐까. 마침 서쪽으로 넘어가는 햇살이 좋아 푸르른 기운이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한번 맛보고 싶다면 경주빵보다는 황남빵으로!


 막간을 이용해 경주빵을 하나 사먹어봤다. 어제 먹은 황남빵과 경주빵은 맛의 차이가 있을까 궁금했는데... 확실히 경주빵보다는 황남빵이 더 맛있는것 같았다. 물론 가격은 황남빵이 아주 살짝 더 비싸다.








경주를 떠나며...


 그렇게 1박2일간의 짧은 여정을 마치고 서울행 KTX에 올랐다. 더 많이 돌아다니지 못해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어린 시절 기억을 따라 반가움과 놀라움이 계속되는 여정이 즐거웠다. 세 남자의 다음 여행지는 또 어디가 될까. 지는 석양에 길게 늘어지는 그림자 만큼 여운도 긴, 그런 여행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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