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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점 떠나는 배시간이 가까워진다. 홍합밥으로 배를 두둑히 채우고 나와 간단하게 오징어나 이것저것 쇼핑을 좀 했다. 여행하면서 물건을 잘 사는 편은 아지만 울릉도에 온 이상 그래도 오징어 정도는 사주어야지! 남은 시간 동안 도동항에서 멀리 가기는 좀 그렇고... 다시 한번 해안 산책로를 걸어보기로 했다. 대신 첫날 걸었던 행남 산책로가 아닌 그 반대쪽 길이다. 계속 걸으면 저동항까지 이어지는 행남 산책로와 달리 반대편 길은 지도에도 제대로 나와있질 않았다. 어디로 이어지는 길일까...?


울릉도의 특산물? 새콤달콤 더덕 요구르트.


 막 짐을 챙기고 출발하려는데 눈앞에 딱 들어온게 바로 이 '울릉도 더덕 요구르트'였다. 써있기로는 '배멀미'와 '숙취'에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는데 마침 목도 마르고 해서 한잔씩 마시고 출발하기로 했다. 요구르트에 더덕을 갈아넣었으니 맛이야 더할나위 없이 좋았고 멀리 서울에서 왔다는 말에 가득가득 담아주신 덕분에 갈증이 싹 가셨다. 배멀미에 정말 효능이 있을지는 이따 돌아갈때 확인해봐야겠다.



도동항 우측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서.


 도동항 우측 산책로 역시 행남 산책로와 비슷하게 생겼다. 파도가 조금만 높아도 옷이 다 젖어버릴 만큼 낮게 깔린 길을 따라 목적지도 방향도 없기 걷기 시작했다. 다만 행남 산책로를 걸을때와 다른점이 있다면 얄미울 정도로 날이 개었다는 사실. 머피의 법칙이라는게 진짜 있긴 하는 모양이다. 울릉도에 있는 내내 그렇게 비가 내리더니만 떠날 시간이 다가오니 하늘도 점점 더 파래진다. 정말 밉다 미워!





하지만 여유도 잠시... 길이 막혀버렸다!


 막 도동항을 빠져나오려는 찰나 갑자기 길이 뚝 끊겨버렸다. 원래는 계단을 타고 방파제 위로 계속 이어져야 하는데 때마침 공사중이라 더이상 갈 수 없단다. 배시간 까지 좀 걷다가 가려 했더니만 그마저도 여의치가 않다.





길은 끊겼지만 사진은 멈추지 않는다!


 위험하다고 막아놓은 길을 억지로 뚫고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 그냥 방파제 위에서 사진이나 찍으며 놀기로 했다. 마침 항구에 정박해있던 페리 한대가 포항으로 출발한다. 출항하는 배의 긴 고동소리를 들으니 떠날시간이 가까워진게 새삼 실감이 나는구나...




울릉도 갈매기는 뭔가 좀 다른가?


 해볼거 다 해보고, 먹을거 다 먹어본 풍족한 여행이었지만 딱 하나 아쉬움이 남는다면 그건 아마도 '독도'를 못봤다는게 아닐까. 파도 하나 없이 잠잠한 바다가 오히려 야속하다. 하지만 꿩대신 닭이라고, 도동항에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독도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하나 있다. 올라갔다 내려오면 딱 출발할 시간이 맞을것 같은데... 과연 그곳에서는 독도를 멀리서나마 바라볼 수 있을까나.




케이블카를 타러 올라가는 길.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선 거리를 따라 위로 조금 걸어야 한다. 여행 내내 차를 타고만 다녔던 길을 두 발로 걸어 올라가니 느낌이 사뭇 다르다. 항구에서부터 능선 따라 가파르게 이어지는 골목길은 울릉도만의 독특한 거리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물론 유유자적 구경하면서 걷기에는 생각보다 상당히 가파르고 힘든 길이다.




오랜만에 타보는 케이블카에 너도나도 신이 났다.


 케이블카에 올랐다. 생각보다 사람이 얼마 없어서 넓게 앉아 창밖을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었다. 높은곳에 올라와 내려다보니 울릉도의 풍경이 더욱 실감이 난다. 가파른 산골짜기 사이로 옹기종이 붙어있는 집들이 인상적이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바다.


 독도 전망대 꼭대기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하늘은 맑았지만 수평선 근처가 어째 희끄무레하다. 독도는 어디에 있으려나...






결국... 독도는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울릉도에서 독도까지의 거리는 87.4km. 왠만큼 맑은 날씨가 아니면 망원경으로 봐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대를 하며 올라왔지만 결국 독도를 볼 수 없었다. 언젠가 다시 한번 울릉도를 찾아야할 이유가 생긴셈이니 좋게 생각해야 되려나.




그렇게 짧은 여행은 여운을 남기고...


 독도야 어찌되었든 간에 그렇게 울릉도에서의 짧은 여정은 모두 끝이 났다. 울릉도는 겨울에 눈이 소복히 쌓였을때 그 풍경이 최고라던데... 언제한번 겨울에 꼭 다시 와보고 싶다. 아직 묵호로 향하는 배가 도동항을 출발하기도 전이지만 벌써부터 다시 올 생각을 하고 있다. 이제 한동안은 울릉도에서 사간 말린 오징어를 잘근잘근 씹으며 여행을 추억하겠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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