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몇일전 서울에도 갑작스럽게 우박이 내린 일이 있었다. 슬슬 여름이 다가오는 6월임에도 우박이 내리자, 사람들은 정부의 잘못된 태도에 하늘이 벌을 내리는 거라며 수군수군 했었다.

 그날 마침 우산도 없이 밖에있었던 나는, 채 피할 겨를도 없이 내리는 우박을 온몸으로 맞아야만 했다. 온몸이 따갑고 아프면서도 그 순간 갑자기 뇌리를 스치는 기억이 하나 있었으니...

 아마 앞으로 살면서 다시는 그런 우박을 볼 수 없을것만 같다. 바로 유럽배낭여행중 만났던 스위스의 우박.
 말이 좋아서 우박이지, 거의 폭격 세례였다.
 먼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있는 우박에 대한 정의부터 살펴보자.


우박 (기상학)  [雨雹, hail]지름이 5㎜~10cm인 공 모양의 얼음 조각으로 된 강수.

작은 우박(또는 진눈깨비·싸락우박이라고 함)의 지름은 5㎜ 이하이다. 우박은 주로 적란운이나 강한 상승기류를 갖는 대류운(對流雲)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종종 뇌우를 동반하기도 한다. 큰 우박은 불규칙한 동결속도 때문에 투명하고 불투명한 얼음층이 교대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기온이 빙점보다 훨씬 낮은 곳을 제외하고는 동결이 천천이 일어나므로 공기가 빠져나가 투명한 얼음을 형성한다. 그런 후 우박이 훨씬 더 기온이 낮은 지역으로 이동하면 동결이 급속히 일어나게 되고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해 흰 얼음층이 형성된다.

 이건 말그대로 책에있는 정의에 불과하다. 바로 동영상부터 보시라~




 갑작스럽게 내리는 우박 세례에 사람들은 다들 놀란 생쥐처럼 눈이 휘둥그레 해져서 보고있을 뿐이었다.
 저 당시 나는 길가에서 완전 무방비상태로 천쪼가리 우산하나를 들고 있었을 뿐이다. 구름이 빠르게 몰려오는게 어째 이상하더니만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하늘에서는 우박이 쏟아져 내렸다. 정말 폭격이었다.

 처음에는 소나기가 내리는 줄로만 알고 우산을 쓰고 처마 밑에 서 있었다. 하지만 이내 비는 우박으로 변해버리고 반바지를 입고있던 내 종아리는 우박에 찔려서 붉게 변하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거대한 우박이라 동영상으로 남겨야 겠다는 필사적인 몸부림을 치고 있을즈음, 결국 옆 가게로 들어오라는 말을 듣고 얼른 대피했다.



(동영상 방향을 돌리는 법을 모르겠네요...)

 미친듯이 퍼붓던 우박은 가로수 나뭇잎을 다 떨어뜨려버리고, 그 떨어진 나뭇잎과 우박이 뒤엉켜 하수구를 모두 막아버리는 바람에 인터라켄의 중심가는 순식간에 수상도시 '베네치아'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더욱 놀라운것은 이렇게 순식간에 도시가 폐허가 되기까지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방인인 우리들을 가게로 들어와서 피하게 해주신 아주머님께, 인터라켄에서 이런일이 자주있는지 여쭤보았더니 자기도 10년만에 처음보는 기록적인 우박이라 하신다. 정말 타이밍도 어쩜 내가 갔을때 딱 맞았을까.




 앞으로 살면서 이런 우박을 다시 볼 수 있을까.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을것만 같다.

 우박이 휩쓸고 지나간 거리에는, 온갖 쓰레기들과 나뭇잎, 우박덩이들이 쌓였있었고, 인터라켄의 주민들은 묵묵히 나와서 다시 그 길을 정리하고 쓸어내고 계셨다.


 이 몹쓸 우박때문에, 그날 우리의 일정은 모두 취소해버렸다.
 인터라켄에는 '푀에 공원' 이라는 나름 유명한 공원이 하나 있는데, 원래는 그곳을 들러서 잠시 사진도 찍고 놀다가 숙소로 들어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우박이 내린후 그 공원은...







이렇게 변해버렸다...
결국 조용히 숙소로 돌아와서 젖은 옷을 말리고 일찍 잠자리에 들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인터라켄에서의 날씨와의 안좋은 추억이 끝나나 싶었으나,




기차를 타고 인터라켄에서 빠져나가는 그날까지,
 기록적인 폭우를 퍼부으면서 끝내 우리를 슬프게 만들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




공유하기 링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