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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성곽아래 성북동 골목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겨본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를 즈음하여 하얀 담장너머로 붉은 이파리들이 수줍게 고개를 내미는 길상사가 보이기 시작한다. 길상사는 과거에 대원각이라는 유명한 요정이었던 곳으로 소위 있는자들이 즐겨 찾았던 곳이라고 한다. 한 때 요정이었던 이곳은 백석 시인의 여자로 알려진 길상화라는 여인이 아무 조건없이 법정스님에게 기부하면서 지금의 길상사로 거듭나게 되었다고 한다.

 다른 사찰들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서린 곳이라 그런지 분위기도 사뭇 다른 듯하다. 산사나 다른 사찰들이 자연속에 어우러지는 꾸밈없는 여인의 얼굴이라면 길상사는 단정하게 잘 가꾸어진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자연을 축소하여 정원안으로 끌어들이는 일본식 정원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도 살짝 스치는데 색다른 경내 분위기가 가을 풍경과 참 잘 어우러지고 있었다.










 매 한시간정도마다 한성대입구역에서 길상사를 오르내리는 셔틀버스를 탈 수도 있다. 버스에 오르면 여기저기 '정숙'이라고 씌여진 안내문구와 함께 목탁을 두드리며 스피커에서 불경소리가 들려온다. 어린아이들도, 나이 지긋한 어른들도 그 누구하나 입을 여는 사람 없이 그렇게 길상사까지 정갈한 마음으로 함께 올라간다.

 서울 도심에 위치한 사찰이기에 꼭 불자가 아니어도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꽤 많아 보인다. 연인들이 데이트하기에도 좋고,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 오기도 딱 좋은 길상사다. 가을의 끝자락에 찾아갔지만 아직 단풍이 조금 남아있어서 경내 여기저기 소소한 풍경을 찾아보는 재미가 꽤 있다.










 성북동 언덕위에서는 아랫 마을들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언덕을 조금 올라왔을 뿐인데 어느새 도시의 소음이 사라지고 어디선가 지저귀는 새소리마저 귀에 들려오는 것만 같다. 같은 서울 하늘아래 이렇게 조용하고 평화로운곳이 또 어디있을까. 찬찬히 심호흡을 해가며 경내를 한바퀴 돌아보기에도 안성맞춤인 그런 날이었다.






 경내를 돌아보면 제일 눈에 띄는게 바로 몇걸음마다 나무에 걸려있는 법정스님의 말씀 귀절들이다. 작은 종이에 프린트된 말씀들은 플라스틱 액자가 아닌 나뭇가지로 만든 소박한 액자에 고이 걸려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한귀절 한귀절 읽어가며 길을 걷다보니 운치가 더해진다. 참 괜찮은 아이디어같다.








 길상사에 혹시 갈 일이 생기면,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찬찬히 돌아보며 글귀를 읽어보시길...
 참 좋다, 너무 좋다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맑아지고 머리가 상쾌해지는 기분이 든달까.



 나는 불자는 아니지만 사찰에서 느껴지는 분위기, 그 소리, 사람들이 너무 좋다.
 혹여나 실례가 될까 하여 사람을 찍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집에 돌아와 사진을 다시 꺼내어보니 그때 그 분위기가 다시금 떠오르곤 한다. 사람이 북적대는 명동도, 신촌도, 강남도 나름 재미있지만 가끔씩은 길상사에 들려 법정 스님이 조곤조곤 들려주는 말씀과 함께하며 여유를 즐겨보고 싶어만 지는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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