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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초등학교때부터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듯이 전 국토의 8할이 산지일 뿐 아니라, 멀리 찾아보지 않아도 서울 근교에 이름난 산들이 많다. 관악산, 도봉산, 북한산, 인왕산... 이름만 들어도 그 위용이 느껴지는 참으로 명산들이다.

 이른 아침 두물머리에 들렀다가 양평해장국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바로 근처의 운길산에 올랐다. 중앙선을 타면 '운길산역'이 있어 서울에서도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곳이지만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아마도 내가 산을 그리 자주 찾는 편이 아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산 중턱에 걸쳐있는 수종사까지만 다녀온다는 생각으로 가볍에 발걸음을 옮겨본다.


 산을 오르며 장난도 치고 사진도 찍어가며 너무 여유를 부렸나. 아무리 걸어도 수종사에 도착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인터넷에서 본 글에는 운길산 역에서 걸어서 가볍게 다녀올만 한 곳이라고 되어있었는데 생각보다 걷기 쉬운 길은 아니었다. 이 좋은 산책로를 놔두고 왜 차를 타고 올라갈까...하고 옆으로 계속해서 지나치는 차들을 보며 생각했는데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살짝 차도를 벗어나서 산길을 따라 계속해서 오른다. 무거운 카메라 가방까지 어깨에 걸려있어서 그런지 두배는 더 힘든것 같다. 수종사에 오르면 두물머리가 한눈에 보인다는 말에 혹해서 무작정 운길산을 오르겠노라 생각했건만 알고보니 그냥 야트막한 동네 뒷산이 아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운길산은, 서울 근교의 산들 중에서 산세가 험하기로 유명한 관악산과 거의 그 높이가 비슷하다. 관악산이 629m, 운길산이 610m.






 깨알같이 소원을 적어놓은 기왓장이며, 작은 돌탑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수종사에 다 와가는 모양이다. 산 중턱에 있는 절이라 그런지 주변이 참 조용하고 좋다. 한번도 귀 기울여 본 적이 없는 낙엽 밟는 소리마저 사각사각하고 들려온다.











 문득 수종사라는 이름의 유래가 궁금해진다.
 옛날 수종사 자리에는 샘이 있었는데 이 샘에서 물이 떨어서 암벽을 때릴 때 마다 종소리가 난다 하여 수종사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거대한 두 물줄기를 마주한 수종사에서는 작은 물방울이 암벽을 때려 종소리가 울려퍼진다니 그 유래가 참 재미있다.







 말 그대로 앞으로는 물을 두고 뒤로는 산세를 업고있는 수종사의 소소한 풍경은 참 아름다웠지만, 그날따라 날이 흐려 수종사에서 바라보는 두물머리는 썩 또렷하지는 않았다. 뿌연 안개 아래로 어디가 뭍이고 어디가 물인지 구분이 갈 정도. 그래도 다음에 두물머리에 또 들린다면 아마도 이곳 수종사에 다시한번 오르게 되지 않을까.

 수종사에서는 운길산 정상까지 계속해서 등산로가 이어진다. 이왕 산에 오른김에 정상까지 밟아보고 싶었지만 결국 산을 오르다 도중에 다시 내려와야만 했다. 차라리 잘 된걸까. 덕분에 다음에 다시 이곳을 찾아야할 꽤 괜찮은 이유가 생겼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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