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고독, 혼자만의 사색에 잠겨보는 시간들이야 말로 긴긴 배낭여행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다. 사람도 많고 차도 많은 서울땅에서 이리저리 부대끼며 살다보면 가만히 앉아 고민과 사색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 설령 시간이 지나 그때의 그 고민이 쓸데없는 잡생각이었다는 후회가 들더라도 말이다. 비행기를 타고 잠시 눈을 붙이고 나면 어느새 나는 지구 반대편에 와있는, 그런 세상이다. 두 발로 찬찬히 한발씩 내 딛으며 여행을 하다보면 이따금씩 내가 어디에 있는걸까 하는 생각이 새삼 들기도 하는데, 그럴때면 난 허리를 숙여 내 발을 카메라에 담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지금 두 발로 밟고 서 있는 바로 그곳의 좌표를 기억하는 일종의 혼자만의 의식인 셈이다. 와장창! 치토..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며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인연을 만들며 그렇게 살아간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했던가. 학교를 가고, 회사를 가며 옷깃을 스치는 수많은 이름모를 사람들 조차 인연이라고 생각한다면, 하물며 먼 이국땅에서 여행을 하며 만났던 사람들은 우리에게 얼마나 큰 인연일까... 내가 그곳에 가게되고 또 그곳에 그 사람이 있고 만나고, 이야기하고, 웃고, 떠들고... 짧다고 생각하면 너무 짧고,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만남이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처음 경험해보는 여행지에서의 새로운 문화와 수많은 볼거리도 중요하지만, 그곳 사람들과 만나서 했던 대화들, 그들의 생각들이야말로 여행에서만 얻을 수 있는 값진 경험이지 않을까. 올해 초, 개인 포트폴리오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청계천에서는 UFO 빼고 못만드는게 없다' 오밀조밀한 골목길 사이로 수많은 가게들이 빼곡히 들어찬 청계천 주변 상가들에 대한 우스갯소리다. 그만큼 파는 물건의 종류도, 그 가짓수도 다양한 이곳은 매번 찾아올 때 마다 새롭다.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알음알음 찾아가야 하는 복잡한 골목들은 클릭 몇번으로 쉽게 물건을 구입하고 하루만 지나면 띵동 하고 배달이 오는 요즘 세상과는 어쩐지 많이 다른 풍경이다. 우리네 아버지 세대까지만 해도 이런 골목길들을 손바닥 보듯 훤히 꿰고 돌아다니며 게임기며 비디오며 구경하던 추억이 하나쯤 있겠지만 나만 하더라도 답사차 몇번 들렀던 일 말고는 뭘 사거나 구경하러 온 기억이 없었던 것 같다. 우리 세대에게는 이미 잊혀져버린 옛날 기억이 되어버린 곳일까. 을지로4가 역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