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책상에 앉아 모니터를 보며 계속 펜을 굴려본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은 누구에게나 한번 쯤은 일탈을 꿈꾸게 만든다. 얼마 후, 인터넷을 기웃거려가며 가장 짜릿한, 하지만 오랜 여운을 남기는 일탈은 뭐가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살며시 펜을 내려놓는다. 그리고는 어느새 모니터 앞에 바싹 다가가 앉아 비행기표를 찾아보고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여행은 그렇게 일탈을 꿈꾸며 시작된다. 인도를 여행하며 서양에서 온 한 여행자를 만난 적이 있다. 차림새만 봐도 오랜 여행의 연륜이 묻어나는 진짜배기 배낭여행자였다. 이번 여행도 벌써 1년째 계속되는 중이란다. 괜시리 주눅이 들어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왜 그렇게 오랬동안 여행을 하고 있냐고. 돌아온 그의 답은 ..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할때면 퍽퍽해도 맛있는 삶은 달걀이 먹고싶어지고, 자동차 드라이브를 즐길 때면 심심한 입을 달래주는 사탕과 껌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여행자의 긴긴 외로움과 지루함을 달래주는 군것질! 혼자일땐 심심하지 않아 즐겁고 여럿이 함께면 나누어 먹는 재미가 있어서 더욱 좋다. 배낭여행을 처음 해보는 새내기 여행자 일지라도 인도에서 한달정도 다니고 나면 이동거리가 4000km는 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나라도 크고 볼것도 많아 인도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기차나 버스 위에서 보내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길거리에서 파는 군것질에 먼저 눈이가고 만다. 방앗간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참새마냥 어느샌가 쪼르르 달려가서 지갑의 동전을 탈탈 털고있는 내 모습에 깜짝깜짝 놀라곤 했을정도니....
어느덧 수능시험도 끝나고, 불어오는 쌀쌀한 바람에 연말이 가까워졌음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그나마 예년보다 추위가 좀 덜해서 수험생들 고생이 조금은 줄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신종플루라는 큰 고민거리를 안고 시험을 봤을 생각에 안스럽기도 했다. 2005년 겨울, 지금 이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내가 수험생이었던 그때가 문득 생각이 난다. 간밤에 내린 눈이 아직 다 녹지 않아 새하얀 운동장 위에 차에서 내려 꽁꽁 얼어버린 손을 비비며 시험장으로 들어갔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긴 했나보다. 입시라는게 참 힘들고 괴로운 싸움이긴 하지만 그래도 일생에 단 한번뿐인 소중한 경험이라 그런지 그때 일이 지금도 머리속에 생생하다. 자네는 왜 건축을 택했나. 입시를 준비하며, 책을 읽으며, 자..
좁을 골목을 혼자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골목이 거의 끝날 무렵 얼핏 맞은편을 바라보니 소 한마리가 떡하니 서서 길을 막고 있더라. 여기까지 걸어온게 억울해서 어떻게든 비집고 지나가 보려 했지만 결국 소를 피해 반대로 왔던길을 돌아가야만 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이상하리만큼 신기한 일들조차, 그들에게는 당연한 일이고 자연스러운 일인게 너무나 많은 모양이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편하지만서도 적응이 되고나면 언제 그랫냐는 듯 오히려 그런 상황을 즐기게 되기 마련이다. 인도에는 참 많은 도시들, 참 많은 여행지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푸쉬카르만큼 또 유별난 도시가 있을까. 얼핏 첫 느낌은 그냥 조용한 마을이었던것 같다. 사람들의 북적임도, 릭샤의 소음도 없는 평온하고 조용한 도시. 몸과 마음도 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