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고독, 혼자만의 사색에 잠겨보는 시간들이야 말로 긴긴 배낭여행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다. 사람도 많고 차도 많은 서울땅에서 이리저리 부대끼며 살다보면 가만히 앉아 고민과 사색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 설령 시간이 지나 그때의 그 고민이 쓸데없는 잡생각이었다는 후회가 들더라도 말이다. 비행기를 타고 잠시 눈을 붙이고 나면 어느새 나는 지구 반대편에 와있는, 그런 세상이다. 두 발로 찬찬히 한발씩 내 딛으며 여행을 하다보면 이따금씩 내가 어디에 있는걸까 하는 생각이 새삼 들기도 하는데, 그럴때면 난 허리를 숙여 내 발을 카메라에 담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지금 두 발로 밟고 서 있는 바로 그곳의 좌표를 기억하는 일종의 혼자만의 의식인 셈이다. 와장창! 치토..
'너 제정신이야?' 한여름 인도를 여행하면서 기어이 낙타를 타보고 말겠다는 나를 주위 사람들이 말린다. 사막은 겨울에도 태양빛이 뜨거운 곳인데 여름엔 어떨 줄 알고 무슨 고생을 하려 하느냐고 한다. 내 대답은 그냥 낙타가 타보고 싶어서였다. 아니, 멀리 인도까지와서 사막을 안보고 그냥 돌아가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다. 튼튼한 몸이 최고의 자랑거리이자 재산인 내가 절대 포기할 수 없지. 사막하면 머리속에 다들 떠올리는 이미지가 하나쯤 있지 않을까?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 뜨거운 모래만이 가득한 그런 곳. 나역시 머릿속으로 그런 상상을 하면서 난생 처음보는 이상하게 생긴 동물에 몸을 맡겼다. 하지만 한시간을 가도, 두시간을 가도 어설픈 풍경이 펼쳐지는게 어째 이상하다. 생각보다 나무도 많고, ..
인도를 여행하기 전, 낙타는 아프리카에만 살고 사막은 사하라 사막이 전부인줄 알았었다. 동화책속에만 있는 줄 알았던 사막을 제썰메르에서 진짜로 만나게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넓디넓은 인도 대륙을 한번에 모두 돌아보기란 말처럼 쉽지가 않다. 대부분의 여행자는 북부와 남부 중에서 마음에 끌리는 쪽을 찾게 된다. 수도 델리가 북부에 가까운 탓에 처음 인도를 찾은 여행자들은 자연스럽게 북부쪽을 먼저 돌아보게 되는데 이때 빼놓치 않고 들러야 하는 도시가 바로 제썰메르(자이살메르)다. 16시간의 길고 긴 기차여행을 끝내고 드디어 제썰메르에 감격스런 첫 발을 내딛었다. 날씨부터가 델리와는 영 딴판이다. 가만히 서있어도 땀이 등줄기를 따라 줄줄 흐르고, 고운 모래알갱이들이 섞인 사막의 모래바람이 불어와 쉬지않고 내..
기차는 오로지 철길이 놓여진 곳만을 따라 달릴 수 있다. 하지만, 철길 위에서 만큼은 그 무엇도 신경쓰지 않은 채 마음껏 달리고 또 달린다. 아직도 기차여행하면 낭만과 설레임이 먼저 떠오르는 건 그 때문일까. 낮선 나라를 여행하는 여행자의 마음 역시 기차와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놓여지지 않은 철길을 하나 하나 놓으면서 달려야 한다는것. 하지만 그렇게 작은 철길이 모이고 모여서 길고 긴 여정과 잊혀지지 않을 추억들을 만들어 내게 되고, 우리는 그것을 '여행'이라고 부른다. 기차에 오른지 어느새 12시간이 지났다. 가끔씩 긴 기적을 울리며 기차는 여전히 잘 달리고 있다. 하루에 한장씩은 꼭 그림을 그리겠다고 바로 어제 다짐했는데, 채 하루가 안되서 그 결심이 깨지게 생겼다. 기차 안에서 꼬박 하루를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