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남짓한 산책이었지만, 그늘 한점 없는 마라도에서는 말 그대로 햇빛과의 전쟁이었다. 카트를 빌려서 타고 다니는 어르신들이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될것도 같았다. 결국, 다시 나오는 배에서는 30분 정도 푹 잠이 들어버렸다. 그렇게 다시 모슬포항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5시 경. 점심도 느즈막히 자장면 한그릇 먹은게 전부라 허기가 졌지만 오늘의 목적지인 '사이 게스트 하우스'까지는 어떻게든 도착해야만 한다. 끼니 걱정은 일단 짐이라도 좀 풀러놓고 다시 하기로 했다. 제주도에는 참 많은 게스트 하우스가 있다. 저마다 규모도, 개성도 다 달라서 골라 묵어가는(?) 소소한 재미가 있지만 무시할 수 없는게 또 게스트 하우스의 위치다. 제주는 그리 크지 않은 섬이지만 어느쪽 바다를 보고 있는지에 따라서, 혹은..
요즘 들어 자꾸만 인도가 그립다. 다른 사람들이 다녀온 사진만 봐도 움찔움찔 가슴속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게 올라오고, 내가 만났던 이야기 했던 인도 친구들의 사진을 다른 곳에서 발견하면 반가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인사를 건네본다. 누가 그랬던가. 인도에 처음 다녀오면 언젠가 반드시 다시 찾게되는 일명 '인도병'에 걸리게 된다는데, 어느새 나도 인도병 환자가 되어버린 것 같다. 물론 인도 여행이 그렇게 마냥 유쾌하고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밤이면 뜨거운 열기에 늦게까지 잠을 못이룬 기억도 많았다. 진심으로 호의를 베풀고 도와주었던 친구들이 있었는가 하면, 능글맞은 얼굴을 하고 된통 바가지를 씌우던 나쁜 사람들도 많았다. 그래도 인도가 늘 그리운건 왜일까. 한달 조금 넘는 여행동안 꽤..
인도 버스들은 유달리 클락션 소리가 우렁차다. 아니, 우렁차다는 단어로는 그 소리의 반도 채 표현하지 못한다. 필요 이상으로 시끄럽고, 시도때도 없이 울려대는 야간버스의 클락션 소리 때문에 잠을 설치는건 기본이요, 다음날 아침 새 여행지에 도착했을때 반쯤 나가버린 정신은 옵션이다. 앞에서 차가 오거나 사람이 나타날때만 울려주면 될것이지 불빛하나 없는 시골길을 밤새 달리며 왜그렇게 클락션을 울려대는 걸까 처음에는 짜증도 났었다. 하지만 여행을 계속하다보니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는걸 알았다. 특히 카주라호에서 직접 릭샤를 하룻동안 몰아본 이후에는 더더욱. 인도에서 여행하며 쉽게 접할 수 있는 장거리 여행용 버스는 이렇게 생겼다. 운전하는 사람 말고도 한명 또는 두명이 함께 타게 되는데 이 사람들의 역할이 ..
그림을 그릴줄만 알았지 받을줄은 몰랐다. 인도를 스케치북 가득 담아 그리고 오겠다며 큰소리 뻥뻥 쳤지만, 애초 계획했던 것과는 달리 대부분의 페이지가 텅텅 빈 스케치북을 들고 여행을 마쳐야 했다. 비록 스케치북은 다 채우지 못했지만 그림을 그리며 만든 추억들이 나머지 빈 페이지를 가득 채워주는 것 같아서 그래도 허전하진 않다. 그림이라는게 한장만 그린다 해도 30분이 넘게 꼼짝않고 한 자리에 머물러 있어야 하니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에피소드도 많이 생기고 현지인들과 오랜 대화를 나누는 일도 많았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그렇게 대화로 마음이 통했던 친구들에게 작은 그림이라도 한장씩 그려서 선물했으면 좋았을텐데... 그때는 왜 그런 생각이 안들었는지, 어휴. 어쩌면 난 욕심만 가득한 이기적인 여행자는 ..
야한 포즈의 조각상들인 '미투나'로 유명한 카주라호. 델리나 바라나시 같은 대 도시들과 비교하면 비교도 안 될 만큼 작고 한적한 곳이지만 이곳을 찾아오는 한국인 여행자들은 비교적 많은 편이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곳이라서일까. 한국인과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 할 정도로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인도인들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큼직한 눈에 까무잡잡한 피부, 우리와 조금은 다른 모습의 외국사람들이 한국어로 이야기하는걸 듣고 있다보면 참 신기하기도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평소와는 달리 한국에서 온 배낭여행자가 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딜가도 나에게 쏠리는 사람들의 관심이 부담스러울 지경이었다. 예정보다 조금 오랫동안 카주라호에 머물렀는데 어느새 나는 마을의 스타(?)가 되어있었다. 마을 어귀의 ..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할때면 퍽퍽해도 맛있는 삶은 달걀이 먹고싶어지고, 자동차 드라이브를 즐길 때면 심심한 입을 달래주는 사탕과 껌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여행자의 긴긴 외로움과 지루함을 달래주는 군것질! 혼자일땐 심심하지 않아 즐겁고 여럿이 함께면 나누어 먹는 재미가 있어서 더욱 좋다. 배낭여행을 처음 해보는 새내기 여행자 일지라도 인도에서 한달정도 다니고 나면 이동거리가 4000km는 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나라도 크고 볼것도 많아 인도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기차나 버스 위에서 보내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길거리에서 파는 군것질에 먼저 눈이가고 만다. 방앗간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참새마냥 어느샌가 쪼르르 달려가서 지갑의 동전을 탈탈 털고있는 내 모습에 깜짝깜짝 놀라곤 했을정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