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 레스토랑 보띤(Botín)에서 먹었던 저녁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거다. 물론 맛도 너무 좋았지만 그 보다는 학생 신분으로는 도저히 엄두도 못 낼 정도로 비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마드리드에서 살면서, 그리고 앞으로 남은 시간을 살아가면서 이만큼 비싼 요리를 먹어볼 일이 또 있을까. 아마 없을것 같다. 맛있게 먹고 집에돌아와 물어보니 보띤(Botín)이라는 레스토랑은 생각보다 꽤 유명한 곳이었고, 마드리드를 찾는 사람들에겐 거의 '필수 코스'같은 곳이라는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살짝 소개해본다. 마드리드에서 쓰는 처음이자 마지막 '맛집'포스팅이다. 마드리드의 보띤(Botín)이라는 레스토랑을 처음 알게된건 우연히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김민수 교수님을 통해서였다. 김민수 교수님과는 전에 '디자인과 문화'..
지난번 느글느글 파스타 열전에 이어 오늘은 볶음밥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스페인에 오니 언어도 바뀌고, 문화도 바뀌고, 모든게 다 달라졌지만 토종 한국인스러운 내 식성만큼은 쉽게 변하질 않더라. 그렇다고 늘 한식만을 고집한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파스타 보다는 밥이 들어가는 요리가 훨씬 든든하다는 뜻. 이사오고 한동안은 파스타보다 밥을 더 많이 해먹었다. 쌀은 까르푸에서도 1kg 단위로 포장된걸 쉽게 구할 수 있는데 걱정했던 것과 달리 한국에서 먹던 쌀이랑 아주 비슷하다. 게다가 전기밥솥이 없어 늘 냄비밥으로 1인분씩 하는데 밥도 꽤 잘되는 편이다. 밥을 자주 먹게된건 꼭 내 식성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집에 같이 살고있는 독일 남자애 둘, 프랑스 남자애 하나... 얘네들도 밥을 거의 매일같이 먹는다...
스페인 사람들에게 있어서 점심이란 하나의 신성한 의식이자 성대한 축제다. 그만큼 이곳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 점심을 길게, 천천히, 그리고 여유롭게 즐긴다. 신기한건 스페인 사람들의 점심 시간이다. 여기선 보통 2시~3시 사이에 점심을 먹는데 한국에서 11시 반이면 후다닥 식당에 달려가 밥먹던 내가 적응하기 조금 어려운 부분이었다. 빨리 먹고싶다고 해서 빨리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식당이 점심 메뉴(menu del dia)를 2시부터 시작하고 심지어 학교 cafeteria에서도 1시 전까지는 빵이나 간단한 커피같은 간식거리만 먹을 수 있다. 세상에... 한번은 무선 인터넷을 쓰려고 점심때쯤 맥도날드에 가 있었는데 12시에는 파리가 날릴 정도로 손님이 없더니만 2시가 지나자 슬슬 사람들이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