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은 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 팔공산자락 옥녀봉에서부터 흐르기 시작한다. 소백산맥과 노령산맥을 굽이치며 지나 지리산을 휘감아돌아 마침내 광양만에 이르러 남해바다와 한 몸이 된다. 한국에는 섬진강을 노래하는 시인들이 참 많다. 산이 많아 동서남북으로 흐르는 강줄기도 참 많은 우리나라지만 섬진강 만큼은 어딘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한 달 전부터 휴가를 미리 써둔 것도 그 때문이었다. 꼭 4월의 아름다운 어느날에 섬진강을 내달려보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주말, 하늘이 내려준 축복과도 같은 날씨 속에 꼭 꿈을 꾸는 듯한 이틀간의 자전거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 최고의 자전거길은 무조건 섬진강이다. 이 아름다운 계절에 섬진강을 달린다는건 그야말로 하늘이 주신 선물이다. 섬진..
포르투(Porto)는 포르투갈 북부의 항구도시다. 리스본 다음가는 제 2의 도시지만 어쩐지 한국 웹상에서는 포르투보다 FC포르투가 상위에 검색된다. 실제로 인구는 약 24만명 정도로 대한민국 수도권 인구밀도와 규모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제 2의 도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들릴 정도의 규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르투는 과거 대항해 시대를 이끌었던 무역의 중심지이자 포르투갈의 기원이 된 역사적인 도시이다. 그렇기에 오늘도 세계 각국의 수 많은 여행자들이 이 곳을 찾고있다. 비몽사몽 아픈몸을 이끌고 간밤에 리스본에서 포르투까지 힘겨운 여정이었다. 미리 앱으로 검색해놓은 값싼 게스트하우스를 찾아왔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문은 닫혀있었고 얼떨결에 같은 주인이 운영하는 싸구려 호텔에서 하루를 묵었다. 다음날 아침이 밝..
요즘은 카메라 가방을 잘 안들고 다니게 되더라. 새로 출시되는 카메라들은 하루가 다르게 작고, 가벼워지고 있다. 까맣고 커다란 DSLR을 쥐었던 갸날픈 여성들의 손목에는 이제 하얀색, 핑크색의 예쁜 미러리스들이 들려 있다. 비록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지만 풀프레임 센서를 장착한 미러리스도 출시되었다. 바야흐로 세상은 작은 카메라들 전성시대다. 하지만 여전히 사진가에게 가방은 카메라 만큼이나 중요한 장비다. 크기는 작아져도 카메라는 여전히 비싸다. 튼튼하고 오래 쓸 수 있는 가방을 하나만 딱 고르고 싶었다. 이왕이면 투박하지 않고 카메라 가방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디자인 차분한 검정과 깊이있는 빨강의 디자인은 A&A의 오랜 철학이자 정체성이었다. 그렇기에 COV-7000 카키색의 발매..
불편한 카메라에 대한 불편하지 않은 감상 보통 라이카의 주력 기종이라고 하면 필름 바디에서부터 이어진 유전자의 M 시리즈를 떠올리곤 한다. 디지털로 넘어오면서 과거의 명성에 조금 못 미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누가 뭐래도 아직 M 시리즈는 분명 건재하다. 캐논, 니콘의 웬만한 플래그쉽 DSLR 가격은 우습게 뛰어넘는다. 그럼에도 얼핏 보면 고풍스러운 미러리스에 불과해 보이는 소소한 외관이다. 라이카 M 시리즈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출발한다. 사진가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기를 극히 꺼리면서도 최고의 바디와 렌즈로 원하는 사진을 허락하는 카메라. 불편한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뭇 취미사진가들에게 로망인 것은 그 때문이 아닐까. 필름바디 여러 대, DSLR 서너 브랜드를 거쳐 오면서..
라이카는 비싸다. 그렇지만 라이카는 늘 고민하게 만든다. 미니멀리즘한 디자인과 그놈의 빨간 딱지에 끌리다가도 가격표를 보고는 잠시 마음이 떠나기도 하고, 다시 샘플 사진을 보면 또 심장이 쿵쾅대는. 그러기를 여러 차례 .어느새 내 손에는 라이카가 들려 있게 된다. 그게 바로 라이카의 매력이다. 나에게 있어서는 작년 여름 경주 여행에 함께했던 D-lux 5가 바로 그런 카메라였다. 빨간딱지에 현혹되지 않으리 굳게 마음먹고 손에 쥐었던 D-lux 5. 그래봐야 컴팩트 카메라인데 라이카라고 별 수 있겠어? 하고 의심했던 내 생각이 바뀌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 6개월간의 나의 마드리드 교환학생 생활은 크게 세 파트로 구분지을 수 있다. 시즌 1은 처음 마드리드에 도착해서 한 학기를 열심히 다니며 마드리드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져 있던 시기, 시즌 2는 학기가 끝나고 세계일주 여행자 신현재와 마드리드에서 한 방에 한 달 넘도록 함께 살았던 시기, 그리고 마지막 시즌은 한국으로 돌아오기 직전 마드리드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을 준비하던 시기. 그동안 여행기만 주구장창 써왔으니 오늘은 잠깐 사이드로 빠져서 교환학생 생활의 시즌 2를 가볍게 정리해볼까 한다. 위에서 언급한것 처럼 시즌 2는 세계일주 여행자 신현재가 마드리드 내 방에서 함께 살게 되면서 부터 시작된다. 신현재라는 친구에 대한 소개는 지난 포스팅(http://ramzy.tistory.com/341..
북부 이탈리아 여행 7일째. 밀라노에서(정확히는 바로 옆도시 베르가모에서) 시작한 여정은 동서로 지중해를 한번씩 찍고 한바퀴를 돌아서 다시 밀라노로 돌아와 있었다. 돌이켜보면 세계일주중인 현재와 마드리드에서 교환학생 생활로 바쁘던 내가 일정을 맞추고 여행 계획을 잡는 일이 그리 만만치 않았다. 결국 밀라노 인-아웃으로 루트가 굳어진건 마드리드-밀라노간 항공권이 이탈리아 북부 도시들중 제일 싼 편이었기 때문이다. 이유가 조금 엉뚱하긴 하지만 어쨌거나 베네치아와 친퀘테레 때문에 다시 찾은 이탈리아에서 밀라노까지 여행하게 되었다. 친퀘테레로 가는 밤샘 여정 후 오랜만에 발을 쭉 뻗고 잔것 같다. 밤 늦게 밀라노에 입성해서 미리 알아본 시 외곽의 허름한 호스텔에서 그렇게 하룻밤을 ..
친퀘테레의 다섯번째 마을 몬테로소에서의 행복했던 만찬을 뒤로하고 우리는 다시 기차에 올랐다. 생각보다 몬테로소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 탓에 일정이 조금 빠듯해져 버렸다. 다섯 마을 사이를 오가는 기차는 그리 자주있는 편이 아니라 시간표를 잘못 조합했다가는 다섯 마을을 다 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다시 우리가 향한 곳은 세번째 마을인 '코르닐리아(Corniglia)'였다. 코르닐리아는 다섯 마을중 유일하게 바다에 직접 면하지 않은 마을이다. 하지만 기차역이 바닷가에 있기 때문에 마을까지는 걸어서 십오분 정도 열심히 언덕을 올라야만 한다. 높은 바위 언덕위에 있는 마을이기때문에 이번 여름 쓰나미 피해로부터 무사할 수 있었던 마을이기도 하다. 코르닐리아라는 이름은 이곳에서 포도를 재배하던 지주 코르넬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