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졸린눈을 비비고 무거운 몸을 일으켜 바라본 하늘은 다시 한번 나를 실망시켜버렸다. 유럽에서의 둘째날 역시 거센 비바람과 함께 시작되었다. 다행히도 첫날만큼은 호텔에서 잘 수 있었기에 아침은 뷔페식으로 거하게 먹을 수 있었다. 간만에 배불리 먹고 밖으로 나왔으나 여전히 하늘은 어둡기만 하다. 도대체 비싼 돈주고 사온 내 썬그라스는 언제쯤이나 필요하게 될런지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아보인다. 매주 금요일은 암스테르담 옆의 조그만 도시인 알크마르(Alkmaar)에서 '치즈시장'이 열리는 날이다. 비가오는 날에도 시장이 열릴지는 의문이었지만 일단 알크마르행 열차에 지친 몸을 맡겼다. 암스테르담에서 알크마르까지는 약 45분정도 걸린다. 열차밖으로 보이는 양과 소들. 유럽의 이국적인 전원은 아..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어느나라에서든 기차역 앞에는, 뒷골목을 따라서 홍등가가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다. 사실 여행을 준비하면서 '네덜란드는 성에대해 개방적인 나라', '마약이 합법인 나라'와 같은 말을 수도없이 들었고, 홍등가가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개발되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나가서 본 홍등가의 느낌은 상상했던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작년 이맘때 용산을 무대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용산역 근처의 홍등가를 본 적이 있다. 야한 속옷차림의 여자들이 새빨간 불빛아래서 의자에 걸터앉아 있는 모습은 그당시 나에게 꽤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암스테르담의 홍등가는 정말이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용산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암스테르담의 홍등가는 말그대로 '성'을 주제로한 하나의 축제같은 분위기였달까. 우..
7월 4일 오후 8시,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고 홍콩을 경유해 암스테르담 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은 꼬박 14시간.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탄 케세이 퍼시픽 비행기는 한국가요를 들을수도 있었고(심지어 아이비의 유혹의 소나타까지 한국인 DJ가 들려주었다) 한국영화를 볼 수도 있었기에 지루하지 않게 네덜란드까지 올 수 있었다. (오는동안 '미녀는 괴로워'를 즐겁게 감상하면서) 졸린눈을 비비고 암스테르담 스키폴(Schiphol)공항에 내린 시각은 아침 6시 30분.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 창밖으로 본 유럽의 하늘은 실망스럽게도 너무나 흐렸다. 설마 여행 첫날부터 비가 오리라곤 상상도 못했지만 결국 상상은 현실이 되고 말았다. 첫날뿐 아니라 이후 한달 내내, 맑은 하늘을 찾아보기는 매우 힘들었다. 심지어 스위스에서는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