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고사에서의 마지막날 아침. 거리는 간밤에 내린 비로 촉촉히 젖어 있었다. 이날은 별다른 계획이 없었다. 그냥 점심을 먹기 전까지 가볍게 못가본 여기저기를 둘러볼 생각이었다. 지난밤 따빠스 투어의 여파로 늦잠을 자는 바람에 11시가 조금 넘어 호스텔을 나왔다. 18유로라는 거금(사실 여행자 숙소치고는 상당히 싼 편이다, 호스텔이니깐)을 줬지만 그만큼 푹 자고나오지 못한것 같아 조금 아쉬웠다. 무엇보다도 아침식사 시간을 놓치는 바람에 거리에 나오자 마자부터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일단은 바실리카가 있는 광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바실리카에 아직 못가본 우린이를 따라 한바퀴 휙 둘러보고 나와서 곧바로 맞은편의 Foro로 들어갔다. 어젯밤 호세, 알베르또와 함께 광장을 걸으며 로마 유적인 원형광장을 보고나 F..
사라고사 바이크폴로 대회에서 잠시 빠져나와 에스빠냐 광장(Plaza España)로 향했다. 어느덧 시간은 점심시간이 가까워진 무렵. 미리 사라고사에 도착해있던 우린이와 형윤이를 만나 함께 점심을 먹기로 했다. 자전거를 타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도 한 장 없이 처음 와보는 도시에서 길을 찾아가려니 막상 조금 겁이 났다. 하지만 사라고사는 생각보다 훨씬 더 작고 아담한 도시였다. 한 두어번 물어 방향을 잡자 금새 에스빠냐 광장에 도착했다. 에스빠냐 광장은 사라고사 구시가지 남쪽에서 가장 번화한 곳. 하지만 내가 찾아갔을땐 트램 공사때문에 거리가 상당히 복잡했다. Alberto와 Jose에게 나중에 들은 얘기를 종합해보면(정확히 어디까지 맞는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원래 사라고사에 있던 트램을 확장, 보수 ..
스페인 사람들에게 주말은 토요일이 아닌 금요일 부터다. 전에 집을 계약하러 처음 집주인 할머니를 만났을때도, 금요일에는 수업 넣는게 아니라며 피에스따(fiesta)는 목요일 밤부터라고 묻지도 않은 조언을 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뭐, 그 말 그대로 내 시간표의 금요일에는 아무런 수업이 없다. 이따금씩 스페인어 수업 보충시간이 금요일로 잡히긴 하지만 원칙상으로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날이다. 이런 금요일이면 보통 빨래, 청소, 밀린 집안일을 하며 여유롭게 보내곤 했다. 지난주 금요일은 유난히 할 일이 없는 날이었다. 조깅이라도 하러 나가면 좋으련만 요새 마드리드는 거의 매일같이 비가 내린다. 전날 느즈막히 할 일을 하다가 잠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 8시에 눈이 번쩍 떠졌다. 늦잠을 더 자볼까 침대에서 ..
똘레도, 빠를라에 이은 세 번째 여행지는 세고비아. 세고비아는 마드리드에서 북서쪽으로 150km 정도 떨어진, 버스로 두 시간 조금 못되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도시다. 아직까지도 마드리드가 속해있는 까스띠야(Castilla) 지방을 못벗어나고 있는게 아쉽긴 하지만, 공휴일을 이용해 당일치기로 가볍게 다녀왔다. 개인적으로는 똘레도(Toledo)보다 훨씬 더 정감가고 예쁜 도시였다. 마드리드에서 세고비아로 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버스다. 마드리드 북서쪽 도시로 향하는 버스들의 출발지 쁘린시뻬 삐오(Principe pío)에서 매 30분 간격으로 버스가 출발한다. 진원이랑 아침 열 시에 여기서 만나 열시 반 차를 타고 세고비아로 출발했다. 요새 마드리드엔 거의 매일같이 비가 내린다. 이날 아침에도 빗방울이..
스페인 마드리드에 온지도 벌써 두 달이 넘었다. 그 긴 시간동안 '여행'이라곤 고작 세 번, 그것도 하루 당일치기로 다녀온게 전부다. 뭔가 이상하다! 교환학생을 오기 전 들었던 얘기들이랑 많이 다르다. 스페인으로 인턴을 하러 왔던 과 선배도 매주 여행다니느라 바빴다고 했고, 스위스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아는 형도 거의 매 주마다 유럽 전역을 쏘다녔다고 자랑처럼 얘기하곤 했었다. 그런데 왜 난 아직 그렇게 여행하지 못하고 있을까. 이 고민의 정답을 찾게해준 여행이 바로 '똘레도(Toledo)'였다. 2007년 유럽 배낭여행이후 처음으로 다시 하는 유럽 여행이자, 교환학생으로 마드리드에 와서 처음으로 떠난 짧은 여행. 여러모로 의미깊었던 똘레도 여행에서 나는 무엇을 깨닫고, 어떤 생각을 했었을까. 똘레도는 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