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차에서의 마지막 밤, 우리는 새벽 네시가 넘어서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음식과 물이 맞지 않아 계속 힘들어하는 누나와 그 옆에서 마지막까지 정중히 부탁을 하는 가네쉬.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앉아 있었다. 단 하루만이라도 더 남아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주길 바라는 가네쉬의 마음을 모르는건 아니지만, 그러기엔 누나의 몸상태가 자꾸만 악화되는게 눈에 보였다. 네시가 조금 넘어서 결국 우리는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늦은시간까지 우리와 함께있어준 가네쉬를 돌려보내려 했지만 막무가내다. 결국 가네쉬는 숙소 마당에 있는 해먹에 누웠다. 인도의 여름밤은 밖에서 자도 좋을만큼 덥지만 혹시나 모기가 있을까 걱정되어 우리가 가지고 있던 해충방지 스프레이를 가네쉬에게 건네줬다. 오르..
질나쁜 홍차 찌꺼기를 달여 설탕과 우유를 넣어 마시는 짜이. 인도 사람들은 아침에 짜이 한잔을 마시지 않으면 일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인도 사람들에게 짜이는 습관이자 생활이다. 게스트하우스 손님들에게 짜이 끓여주기를 참 좋아하는 템플 뷰 게스트하우스의 주인 아저씨 덕분에 오르차에 머무는 내내 셀 수 없이 많은 짜이를 마셨다. 그리고 오늘은 그 마지막 한 잔을 마시는 날. 오르차에 머무르는 마지막 날이자 간즈 빌리지 아이들과도 마지막 수업이다. 짜이 한 잔에는 단맛, 쓴맛, 신맛, 짠맛... 모든 맛이 들어있다. 오르차에서의 시간들 역시 한 잔의 짜이처럼 기쁨, 슬픔, 흥 여유... 여행하며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들이 한데 뒤섞인 기분이랄까. 그래서인지 마지막 수업을 하러 간즈 빌리지로 향..
오늘은 여행자가 아닌 인도 오르차 아이들의 영어선생님으로서 수업을 하는 첫 날이다. 그간 대학생활을 하며 과외 아르바이트는 꾸준히 해왔었지만 이렇게 '선생님'이 되어 여러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는일은 처음이라 조금 긴장됐다. 반면 여행을 마치고 곧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부임할 누나는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처럼 착착 모든일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렇게 오르차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수업에 대한 계획을 세우며 전날 밤 늦게야 잠자리에 들었다. 나중에 아이들과 수업을 한 뒤에 안 사실이지만, 우리가 너무 딱딱하게 생각하고 수업을 준비했던것 같기도 하다. 우리 둘다 그렇게 고리타분한 사람들은 아니지만서도 어느새 한국식 수업에 너무나 익숙해져있었던게 아닐까. 파란 하늘아래 흙바닥 교실에서 진행되는 오르차에서의 영어수업..
오르차에서의 둘째날 아침은 조금 특별했다. 오늘 아침도 문을 열고 나가면 어김없이 '짜이?' 하고 외치는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똑똑똑... 나가기도 전에 먼저 문을 먼저 두드리는 주인장. 무슨 일일까? 내가 짜이를 좋아하는걸 알고 일부러 가져다 준걸까? '나마스떼' 하고 인사를 하며 문을 열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짜이 한잔을 들고 환하게 웃는 주인장이 떡하니 서있다. 그런데 오늘은 아침부터 나를 찾아온 손님이 있다고 했다. 누굴까? 이역만리 인도땅 한가운데서 낯선 여행자를 찾아온 손님이라니... 그 손님의 이름은 '가네쉬'. 인도에서 가장 흔한 남자 이름을 가진 눈이 크고 서글서글하게 생긴 청년이었다. 반갑게 한국어로 인사를 먼저 건네는 가네쉬. 인상은 ..
인도 우타르 프레타쉬주에 위치한 작은 마을 오르차.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작은 기차역이 마을 어귀에 있지만, 대부분의 여행객은 근처 잔시에서 릭샤를 타고 들어와야 할 만큼 작고 잘 알려지지 않은 마을이다.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조금씩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심심치 않게 한국인을 만날 수 있는 곳. 하지만 아직까지도 일반적인 배낭여행 코스에서는 잘 찾아볼 수 없는 그런 매력이 있는 마을이다. 처음 오르차에 가기로 마음먹은건 델리나 우데뿌르, 아그라 같은 대도시에 질려서였다. 사람들은 득실거리고 릭샤 한번 타려면 입에 침이 마르도록 흥정을 해야하는 탓에 지칠대로 지쳐있었던것 같다. 반면 제썰메르나 푸쉬카르같은 작은 도시들의 여유로움은 같은 길을 몇 번씩 다시 걸어도 좋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