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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메랄드빛 바다가 넘실대는 낭만적인 이국의 해변가로 떠나는 휴가. 요즘처럼 푹푹찌는 일명 '살인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에는 그 어느때보다 간절해진다. 하지만 외국으로 떠나는 휴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은 꿈에 불과하다, 나역시 마찬가지.
 
 한달간의 배낭여행이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갈때 쯤, 우리는 프랑스 남부 해안 '니스'에 들렀다.
 지중해에서 즐기는 바캉스, 여행하는 내내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다려왔던 곳이기도 했다.

 물론 바캉스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어디까지나 우린 잠깐 들러가는 관광객에 불과했고, 한나절 쉬어가는 해변은 오히려 아쉽게 느껴질 뿐이었다.

 

 야간열차를 타고 아침 일찍 니스에 도착했다.
 아침부터 바다에 나가있기엔 조금 그래서, 우리는 먼저 가까운 '생폴'에 다녀오기로 했다.
 작지만 너무나 매력이 넘치는 마을 '생폴'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생폴'로 가는 버스는 해안도로를 따라서 달린다. 창밖으로는 푸르른 지중해가 넘실대고 있었다.
 아직 바다에 발을 담그지도 않았지만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더라.

 우리나라에도 남해나 제주도쪽에는 저렇게 새파란 에메랄드빛 바다가 물론 있다.
 하지만 내가 여름마다 찾았던 동해나 서해는 저렇지 않았기에, 새파란 바다색깔은 신기해보이기 까지 했다.


 버스에 앉아 창밖으로만 바다를 보면서 '생폴'에서 다시 니스로 돌아오니 시간은 저녁때가 다 되어있었다.
 니스에는 바다만 있는건 아니다. 주변으로 유적지도 있고 관광객들이 찾는 몇몇 명소가 있었지만, 우리는 니스를 말그대로 '해변'으로 즐기고 싶었다.

 후다닥 수영복을 챙겨가지고는 바닷가로 달려나갔다.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니스는, 전 세계 사람들이 찾아오는 유명한 휴양지로 알려져 있다.
 신기하게도 니스에는 백사장이 없다. 마치 우리나라의 몸돌해수욕장처럼 자갈로만 이루어진 해변이다.

 분위기도 우리나라의 해변과는 조금 달랐다. 이상하게도 이곳 니스의 사람들은 바다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피서가 '바닷물에 몸을 담그는' 것이라면, 이곳 니스의 피서는 '바다를 바라보며 한박자 쉬어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모두들 해변가에 앉아서 썬텐을 하기도하고, 책을 읽기도하고, 시원한 음료를 마시기도 하면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해변가는 생각보다 커다란 자갈들로 덮혀있어서 맨발로 걸어다니면 발이 많이 아프다.
 수건한장 깔고 백사장에 누워있는 상상도 했었지만, 여기서는 통하지 않는다. 달랑 수건한장만 깔고 누우면 금세 몸이 아프기 시작한다.


 해안 근처 바다는 초록빛을 머금은 파란색, 조금 먼 바다는 짙은 파란색으로 구분된다.
 니스의 수심은 동해안보다 훨씬더 급격하게 깊어져서, 해안에서 십여미터만 더 들어가도 발이 닿지 않게된다.

 생각보다 물놀이하기에는 썩 좋은 해변은 아니다. 왜 사람들이 바다를 바라보기만 하는지도 이해가 될듯했다.


 바다에 들어가 잠시 물놀이를 하다가 다시 해변으로 올라왔다.
 물놀이정도야 어느 바다에서도 할 수 있는것이니, 해변가에 앉아서 다른 사람들처럼 한번 바다를 느껴보자는 생각이었다. 미리 알았더라면 책 한권 가져와서 읽었을텐데 아쉬웠다.


 딱히 준비해온게 없으니 우리가 가진거라곤 달랑 카메라뿐.
 푸른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재미있는 사진들을 찍고 놀며 니스에서의 한때를 보냈다.

 지난밤에 열차에서 잠을 잘 못자서 그런지, 잠깐 누웠다가 이내 잠이 들어버렸다.


 해변에서 썬텐하는 사람중에는 이렇게 대담한 아가씨들도 종종 눈에 띈다.
 우리나라해변에서 이런 사람들이 있었다면 난리도 아니었겠지만, 이곳 사람들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썬텐을 하는 아가씨도 자연스럽게 책이나 신문을 보면서 휴가를 즐기는 모습이었고, 주위 사람들도 아랑곳하지 않고 각자의 방법대로 달콤한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던 니스의 해변은 평온해 보였다.
 그들에게는 각자의 일상에서 잠시 빠져나와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며 즐기는 여름날의 오후.
 나에게는 여행을 하던 중에 잠깐 즐기는 하룻동안의 달콤한 휴식.

 바다를 찾는 이유는 모두 다른 사람들이지만,
 같은 바다를 바라보며 즐기는 여유는 다 같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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