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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바티칸에 섰던 오늘, 오늘만큼은 내 인생에서 정말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바티칸에서 받았던 그 느낌, 감동, 충격, 전율...
모든것 하나 하나를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

 그동안의 여행과는 달리, 오늘은 하루종일 가이드 투어를 하는 날이다.
 어차피 바티칸을 혼자 돌아다닐 만큼 지식도 없거니와 공부할 여유도 없었기에 이번기회에 제대로 보고가자는 마음으로 가이드 투어를 택했다.


 세계에서 제일 작은 나라 바티칸. 교황령이라는 지구상에 둘도없는 특별한 지역.
 오늘따라 유난히 설레는 마음에서인지 일찍 일어나도 피곤하지가 않았다.

 바티칸까지는 떼르미니에서 지하철을 타고 가야 한다. 로마에서 계속 걸어다녔기에 대중교통은 처음 타본 셈이다.

 로마의 지하철은 생각보다 시설이 좋지 않았다. 역 내부도 더럽고 기차도 잘 다니지 않고 이래저래 억지로 우겨넣어 만든 지하철 같아보인다. 로마에는 지하철이 달랑 두개 노선뿐이다. 환승역도 단 하나뿐이어서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바티칸이 있는 옥타비아누 역에 내리니, 여기가 이탈리안지 한국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한국사람이 많다. 보통 두세시간은 땡볕에 줄을 서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는데, 정말 줄서는 데에 가보니 바티칸 나라 전체를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더위에 지친 사람들 속에서 스카프와 모자를 파는 아주머니들의 모습이 사뭇 재미있었다.
 성 베드로 성당은 나시티나 노출이 심한 바지, 치마를 입은 사람들은 출입이 제한되기 때문에, 입장할때 잠시 스카프 등으로 살을 가려주어야 한다.
 미처 알지 못했던 사람들은 2 € 나 주고서 싸구려 티 팍팍 나는 스카프를 사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랍 여인들이 쓰는 차도르 처럼 가려야만 한다.


 어느덧 기다리는 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기다림이 길어지면 기대도 커지는 법. 어느정도 시간이 흘러가고 나니 힘든줄도 모르고 점점 더 바티칸이 어떤 곳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2시간 30분이 지나서야 겨우 바티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작은 나라긴 하지만, 나름 국가간의 이동이라 그런지 여권검사에, 가방검사까지 하더라. 그렇게 입구를 통과하고 나니 비로소 내가 바티칸에 왔다는 사실이 조금은 실감이 난다.


 사실 바티칸의 첫 느낌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문을 들어서자 마자 멋진 정원이 펼쳐지고 교황이 사는 궁전이나 성당들이 멋지게 펼쳐진 모습을 상상 했었는데, 이건 그냥 박물관 정문으로 들어가는 것과 다를게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바티칸에는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지역이 제한되어 있어서 대부분의 야외 정원들은 들어가볼 수 없단다. 느낌만 그랬던게 아니었다.
 난 정말로 한 박물관 안으로 들어간게 맞는 거였다.


 제일먼저 간 곳은 바티칸 피나코텍 회화관. 세계 제일의 규모를 자랑하는 바티칸 박물관, 미술관 이기에 그냥 보는데만도 하루종일이 걸린다. 워낙 많은 미술품을 한꺼번에 감상하고 나니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건 역시 라파엘로의 대작, 최후의 심판. 사실 이름만 들었던 르네상스의 거장들의 그림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보니 입이 절로 벌어진다.


 가이드 형님의 재미있고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하니 나도모르게 '아하~'하는 말이 입에서 절로 나온다. 왜 진작 이런 쪽으로 공부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면서, 한국으로 돌아가면 제일먼저 서양 미술사와 로마신화부터 다시 공부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라파엘로의 천부적인 색에대한 재능에 완전히 반해버렸다. 그의 인간적인 면이나 예술 외적인 활동에 대해 들고나니 더더욱 좋아져 버렸다. 유치하긴 하지만, 진심으로 오늘 이순간부터 라파엘로의 광팬이 되기로 결심!


 한작품, 한작품 볼때마다 알아가는 재미에 푹 빠져 즐거워하던 나를 한순간에 실망시킨건, 다름아닌 점심식사.
 너무나 배가 고팠기에 기대를 하고(그래도 바티칸이니깐 뭔가 맛있을거라고 막연히 기대했다) 식당에서 파스타 한접시를 시켰다.
 사실 먹고싶은게 너무 많았지만 이것저것 쟁반에 담다보면 거지가 될것만 같아서(부페식이었는데, 음식 가격이 매우 비싼 편이었다) 음료수도 없이 달랑 파스타 한접시만 집어왔다. 그런데 이게 왠일. 정말 맛이 없었다.
 한국이었으면 주인을 불러서 큰소리라도 치겠지만 그럴수도 없고, 온갖 배신감이 폭풍처럼 밀려왔다.
 


 점심을 먹긴 먹은건지, 배는 아직도 고프고 별수없이 물로 배를 좀 채우고 바티칸 투어를 계속할수밖에 없었다.

 복도를 지나는 중간에, 교황 집무실과 바티칸의 행정시설을 볼 수 있었는데,
소방차 두 대, 경찰차 한 대, 엠뷸런스 한 대가 이 나라의 전부란다.
왠지 모르게 귀여워 보였다^^



 다른 곳들도 좋았지만 바티칸 최고의 볼거리를 꼽으라면 뭐니뭐니해도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그려진 미켈란젤로의 대작, '천지창조'다. 성당에 들어가서 고개를 위로 딱 치켜든 그 순간, '아!'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인간의 솜씨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모습에, 목이 아픈줄도 모르고 계속 그 자리에 서서 거장의 피와 땀이 서린 일생의 역작을 바라보고 있었다.


 '천지창조'같은 걸작들을, 다 보고 그 자리를 떠야 할 때 정말 아쉽다. 지금 이렇게 헤어지면 내 평생에 다시 볼 수 있을지 기약조차 할 수 없는 그 아쉬움. 아쉬움에 돌아서서 다시한번 바라보고, 또 몇걸음 가다가 다시 돌아보고... 점점 시야에서 멀어지는 그 순간이 정말 너무너무 싫다.


 시스티나 성당을 나와 마지막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성당인 '성 베드로 성당'에 들어갔다.
 규모도 규모지만, 교황이 직접 미사를 주관하는 성당이라 그런지 나도 모르게 엄숙해진다.




 이번 해에는 운이 좋게도, 성 베드로 성당에 모셔진 4개의 성물 가운데 하나인 롱기누스의 창이 밖으로 꺼내져 전시되어 있었다.


 미켈란젤로의 조각, '피에타' 역시 너무너무 아름다웠다. 18살때 만든 작품이라고 하던데 정말 거장은 거장이다.
 내나이 스무살, '후대에 미켈란젤로의 작품들 처럼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건축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그렇게 길고도 짧았던 바티칸에서의 소중한 하루를 마무리 지었다.

 

 요건 보너스~
 바티칸에 가면 박물관이나 성당 말고도 재미있는 볼거리들이 몇가지 있다.
 아차하면 빼놓고 바티칸에서 나올지도 모른다, 조심조심.


 키도 크고 잘생긴 이 남성들은, 다름아닌 바티칸의 근위병.
 얼핏 보면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제복을 입고있지만, 알고보면 저 제복은 미켈란젤로가 직접 디자인 한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아직까지 못바꾸고 있다는 설이...

  이들은 엄격한 심사를 거친 후 선발되는데, 스위스 국적을 가진 사람만 지원이 가능하단다.
  바티칸 근위병은 상당한 연봉을 받는 고소득 직종이라는 말이...


 하지만, 역시나 튀는 제복 때문인지 관광객들로 부터 플래시 공세를 피할 수 없나보다.


 바티칸에도 있을껀 다 있다!
 모든 관광을 끝내고 성 베드로 대성당 광장으로 나오면 한켠에 이렇게 '바티칸 우체국'이 자리를 잡고있다.
 
 이곳에서 한국으로 엽서를 보내면, 그 엽서 자체가 기념품이 된다는데...
 그 이유는 바로, 이곳에서 보낸 엽서는 바티칸 소인이 찍히기 때문~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곳 바티칸 우체국에서만 얻을(?) 수 있는 소인이니 하나쯤 한국으로 안부 엽서를 보내보자.


 마지막으로 놓쳐선 안될것이 바로 '성 베드로 대성당'의 야경~
 성당 앞 광장과 연결된 차도 끝에서 바라보면 세계에서 제일 큰 '성 베드로 대성당'을 잘~ 볼수있다.

 저녁 8시가 되는 순간, 성당 쿠폴라에 불이 켜진다고 하니 그 순간을 놓치지 말자.
 근처에는 '천사의 성'도 있으니 야경투어를 핑계삼아 어둠이 내린 로마를 걸어보는것도 잊지말자.


오늘의 지출

바티칸 입장료 8 €
점심 4.4 €
엽서 + 우표 1.2 €
교통비 4 €

                                                                                                    total 1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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