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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무살 이규빈, 로마에 서다.

 그동안 여행했던 그 어떤 여행지보다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던 로마. 내가 로마에 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고 감회가 새로운 그런 곳이 바로 이곳 로마이다.

 간밤에 야간열차에서 컴파트먼트를 6명이 꽉 차서 오는 바람에(우리가 탄 열차는 복도까지 사람들로 꽉 차있는 상태였다) 제대로 피로를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로마에 도착해버린 우리는, 제일먼저 민박집부터 찾았다.

 로마에서의 민박은 이번 여행에서의 첫 한인민박이었기에 두려움 반, 설렘 반 하는 마음으로 문을 두드렸다.
 민박집은 생각보다 너무너무 친절하고 마음에 들었다. 들어가자마자 따끈한 김칫국이랑 아침을 차려 주시는데 정말 타지에서 먹는 밥맛이라는게 이렇게 꿀맛일지는 미처 몰랐다.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재밌으신 사장님의 친절한 로마 설명을 듣고 출발하니, 벌써 11시가 다 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저 멀리 콜로세움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기가 진짜 로마구나


 로마의 태양 역시 너무도 강렬해서, 집을 나와 콜로세움에 채 도착하기도 전에 몸은 이미 하루종일 돌아다닌 사람마냥 축 늘어져 버렸다.

 도시전체가 박물관이라는 말 답게, 콜로세움 앞에서부터 수많은 관광객들의 북적거림이 느껴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이른 시간이지만 벌써부터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유명한 건물이나 유적들은, 눈으로 보는것이나 사진으로 보는것의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직접 내 발로 그 안을 들어가서 걸어다니며 느끼는 것 만큼은 사진으로 느낄 수 없는 다른 차원의 감동이 마음속에 전해진다.

 2000여년 전 사람들이 밟았던 곳, 그들이 살아서 움직였던 무대에 지금의 내가 다시 서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말로는 형용하기 어려운 특별한 느낌이 내 온몸을 전율케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콜로세움 안을 천천히 거닐어 본다


 뜨거운 땡볕에서 한시간여를 기다려 겨우겨우 들어가는데 성공한 콜로세움 역시 그랬다. 2000여년 전의 건물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거대하고 정교한 그곳에서, 로마 사람들이 가득 차 검튜사와 맹수의 한판 대결을 지켜보았을 모습을 상상하며 천천히 로마인들의 숨결을 느껴 보았다.

 그렇게 로마와의 첫 만남은 시작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팔라티노 언덕에서 만난 이름모를 꽃


 콜로세움을 돌아보고 팔라티노 언덕으로 올라갈때 쯤, 이미 점심때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지만 배고픔을 참아가며 계속해서 로마인들의 뒤를 쫒아 포로 로마노로 향했다.
(밥을 오랫만에 먹으니 너무 순식간에 소화가 되어버린걸까... 한공기 가득 든든하게 먹고 나왔지만, 한시간도 안되어 배가 꺼져버린탓에 포로 로마노를 보는 내내 햇볕과 배고픔의 이중고로 고생좀 했다.

 2000여년 전 사람들의 솜씨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정교한 광장의 건물들을 보며 느낀건, 2000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인간의 진보라는게 그다지 크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역사의 거대함 앞에서 인간이라는 작은 존재에 대한 경외감이랄까. 그런 생각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내가 서있는 이 자리에, 2000년 전에도 사람들이 서 있었다


 로마를 여행하다 보니, 다음에 내가 좀더 나이를 먹고 생각이 더 깊어졌을 때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인생을 살아가며 다시 한번쯤은) 꼭 한번 다시 와보고 싶다고 생각되는 곳들이 몇군데 있었는데 포로 로마노 역시 그중 하나였다.
 배고픔과 더위에 지쳐 결국 다 보지는 못하고 하산하고 말았지만, 나중에 이곳을 나혼자 다시 찾아오게 된다면 3일정도 매일매일 찾아가서 홀로 생각에 잠기어 거닐어 보고픈 그런 곳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흔적...


 팔라티노 언덕에 올라가서 저멀리 보이는 콜로세움과 언덕 바로아래의 대전차 경주장, 그리고 반대편으로 넓게 펼쳐진 포로 로마노의 웅장한 정경을 보면서, 찬란했던 로마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것도 즐거운 경험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포로 로마노에서 그림을 그리던 한 화가 아저씨


 포로 로마노와 팔라티노 언덕의 규모가 워낙 크고, 입구와 출구가 정해져 있다보니 3시가 될때까지도 주린 배를 움켜쥐고 산길을 헤메야만 했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배가 고프고 몸이 힘드니깐 그때는 정말로 유적지고 뭐고 할꺼없이 무작정 밥을 먹기 위해서 걸어야만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로마의 인사동이라 불리는 그곳, '뜨라스 떼베레'


 주변에 마땅한 식당도 없고, 또 돈도 없었기에 조금 멀긴 하지만 떼베레 강을 건너 '뜨라스 떼베레'에 있는 맥도날드까지 걸어야만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로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수대


 로마의 거리를 이곳저곳 걷다보니, 워낙 더운 날씨 때문인지 시내 곳곳에 식수를 뜰 수 있는 수도꼭지가 많이 있었다. 우리는 이 수도꼭지를 '물 공급소'라고 부르며, 눈에 불을키고 찾아다녔다. 덕분에 지금까지 죽지않고 살아서 이 글을 쓸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로 대충 점심을 떼운 뒤(대충 떼운건 사실 아니다. 배낭여행객에게 있어서 가격대 효율로 따질 때 가장 배부르고 믿을 수 있는건 맥도날드 뿐이다) 본격적으로 꼬로소 거리를 따라있는 로마 중심가로 나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좁은 골목을 나오자 판테온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실 로마에서 내가 가장 보고싶었던 건, 판테온이었다. 점심을 먹고 제일먼저 판테온으로 향한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 였다. '건축 공간과 형태' 수업시간에 말로만 들었던 그 판테온, 나에게 있어서 판테온 안으로 발을 들여 놓았던 그 순간은 정말이지 감격 그 자체였다.
 시간이 살짝 늦어서 빛이 바닥으로 쏟아져 내려오는 모습을 보지 못해서 아쉽긴 했지만, 그 웅장한 규모와 무주공간만이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움은 실로 라파엘로와 미켈란젤로가 극찬할만 한 그것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판테온, 사진으로 보는것과는 전혀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판테온 중앙에 서서 한참동안이나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고대의 건축물들은 그 무엇보다도, 인간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규모에 의해 감동을 주게 되는 것 같았다.

 내가 하고싶고 하려고하는 나의 건축은 무엇일까. 한 시대를 스쳐간 한 건축가로 남고 말 것인가, 아니면 인류 역사에 모든 세월에 있어서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건축가가 될 것인가. 판테온 한 가운데에 서서 내가 가야할 길을 다시한번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앞으로 내가 만들어 갈 나의 모습을 잠시 상상해 보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판테온 앞으로 있는 조그만 광장


 그대로 그자리에 서서 몇시간이고 계속 있고싶은 곳이었으나, 로마는 워낙 가야할 곳이 많기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트레비 분수로 향했다. '로마'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 중에 손에 꼽히는 것중 하나인 '트레비 분수'.

사용자 삽입 이미지트레비 분수, 정말 그냥 분수에 불과할까?


 사실 우리 셋 모두 그냥 길을 걸어갈때만 해도, '분수가 그래봐야 분수지' 라고 생각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로마의 다른 곳들도 그랬듯 역시나 트레비 분수도 무식한 우리들의 머리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분수 앞에서 한때를 보내고 있다


 건물 3층의 벽면을 모두 사용해 만든 로마의 명소 트레비 분수에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역시나 규모에서 부터 나를 압도해 버린다. 아름다운 조각들 사이로 힘차게 흐르는 분수의 물줄기들은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시원하게 만들어 준다. 잠시 쉬어갈 겸 분수 근처에 앉아 물소리를 들으며 또 사색에 잠겨 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나는 어디로 가야할까


 유럽에 온 이후로 크게 달라진 점이 바로, 그때그때의 그 시간과 그 공간을 여유롭고 풍성하게 즐기는 법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바쁘고 힘든 일정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변해가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여행'이라는 것이 나에게 줄 수 잇는 그 어마어마한 가르침을 몸소 깨닫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스페인광장에 도착했을때, 이미 지쳐버렸다


 스페인 광장에 이르렀을 때는 이미 지칠대로 지쳐서 한발 한발 걸음을 옮기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뜨거운 태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단에 앉아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이탈리아 시민들의 모습에서는 여유와 정열이 느껴졌다. 이정도 로마를 걸어다니다 보니, 왜 이탈리아가 젤라또의 본 고장인지 이해가 갈 듯 했다.
 타들어가는 내 목에도 시원한 젤라또 한 입이면 더위가 싸악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명품들로 가득한 꼰또띠 거리


 스페인 광장과 꼬르소 거리 사이에 있는 로마의 명품거리, 꼰또띠 거리를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저쪽 가게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얼굴이 너무나 눈에 익어서 누군지 자세히 살펴보고 있는 찰나에, 서로를 가르키며 크게 이름을 부르고는 이내 달려온다. 알고보니 우리보다 하루 일찍 유럽으로 떠났던 친구들 3명이었다.
 우리는 오늘이 로마에서의 첫날이지만, 친구들은 오늘이 로마에서의 마지막 날이라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이렇게 먼 곳에서 친구들을 만날 줄 누가 알았을까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 그것도 한국이 아니라 여행중에 타지에서 보는거라 그런지 할 얘기도 많고 더욱 반가웠다. 우리는 함께 꼰또띠 거리를 지나 뽀뽈로 광장으로 향했다.

 사실 로마는 우리가 지금까지 여행한 도시 중 가장 그 규모가 큰 도시이다. 전체 일정 중에서 로마, 런던, 파리가 큰 대도시들인데 그중에서도 맨처음 겪게 된 로마의 규모는 내 몸이 더 잘 느끼고 있었다. 교통권 몇푼 아껴보겠다고 그 큰 도시를 하루만에 다 둘러봤으니 몸이 성할리가 없다. 친구들도 만난 겸 해서 오랜만에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저녁식사를 제대로 한번 하기로 했다. 점찍어둔 피자집이 있었으나 문여는 시간이 조금 늦어서, 광장 근처의 다른 피자집에 가서 파스타와 피자를 시켜서 간만에 맛있고 배부른 식사를 천천히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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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정통 이탈리아 피자? 늘 보던 피자와는 조금 다르게 생겼다


 잠깐이지만 즐거웠던 친구들과의 만남을 뒤로한 채, 슬슬 민박집으로 가야할 시간이 다 되었다.

 오늘 밤 야간열차로 니스를 간다던 친구들을 보낸 뒤, 아까 못봤던 베네치아 광장에 들러서 밤의 콜로세움을 지나 11시가 다 되어서야 힘들었던 하루가 모두 끝났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콜로세움에 밤이 찾아온다


 사실 아직 끝이 아니다! 로마에 왔으면 꼭 먹어보아야 하는 '젤라또'
 민박집 사장님이 알려주신 로마 3대 젤라또 맛집중 하나인 'FASSI' 가 민박집 바로 옆에 있어서 들어가기전에 잠시 들러 가기로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천사의 성'의 야경

 

사용자 삽입 이미지아름다운 로마의 밤


 저녁 11시가 다 되어서, 혹시나 문을 닫지는 않았을까 걱정도 했었지만 기우였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가게 안이나 밖이나 사람들로 가득 차서, 한참을 기다려서 겨우 2 € 짜리 하나를 주문했다. 이탈리아 젤라또의 가장 큰 특징은 과일의 고유의 맛이 그대로 난다는 것이다. 마치 살짝 얼려놓은 과일을 직접 먹는 것 처럼 입안에서 느껴지는 과일 그대로의 맛이 일품이다.

 하루의 피로를 젤라또 한컵으로 날려 버리고, 그렇게 로마에서의 힘들었던 첫날은 저물어 간다.

 

오늘의 지출

콜로세움 + 팔라티노 언덕 입장권 10 €
점심 맥도날드 5.6 €
저녁 스파게티 8 €
젤라또 1.9 €

                                                                                                                            total 2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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