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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열차에서 쫓겨난 사연...

 유럽 대륙에 건너온지도 벌써 일주일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딱 한번 했었던 야간열차 예약도 어이없는 직원의 실수로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열차예약비에 놀란 우리는 암묵적으로, 앞으로 야간열차는 미리 열차가 들어오기전에 플랫폼에서 죽치고 앉아있다가 열차가 들어오는 대로 비어있는 컴파트먼트를 점령하고 잠을 자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었다.
 
 오늘 타려던 프라하행 열차 역시 예약도 안한채로 열차 출발시간 한시간전부터 플랫폼에 앉아서 열차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12시 15분, 드디어 프라하행 열차가 들어왔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우리가 타려고 했던 컴파트먼트 자리는 이렇게 생겼더랬다

 

 City Night Line 라고 써진 기차에는 컴파트먼트 없이 전부 침대칸인 '쿠셋'만 있었다. 기분이 꺼림직하긴 했지만 일단 무작정 올라타서 짐을 풀고있는데 10초도 채 안되서 산만한 등치의 차장이 문을열고 들어오더니 다짜고짜 예약했냐고 물어본다. 이미 그순간 우리의 운명은 반쯤 결정된거나 마찬가지였지만 시치미 뚝 떼고 예약안해도 탈 수 있는거 아니냐고 당차게 되물었다. 그러나 차장은 우리에게 당장 내리라고 차갑게 말한다.

 좀전의 당당한 태도는 온데간데 없이 한순간에 열차에서 쫒겨나게 된 우리는, 복도에 쭈그려 앉아 가도 좋고, 자전거를 싣는 짐칸도 좋으니 제발 열차만은 타게 해달라고 빌었으나, 결과는 참혹했다. 이미 열차에 타고있던 다른 사람들의 동정어린 눈빛을 무더기로 받으며.. 그렇게 우리가 타야만 했던 야간열차는 뉘른베르크를 떠나 프라하로 멀리멀리 가버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열차를 놓친 우리들, 플랫폼에는 그렇게 한시간정도 우리 셋밖에 없었다

 

 열차에 올라 편안하게 자려고 생각하고 있었던 우리는, 완전히 패닉에 빠져버렸다. 다시 떠올려보면, 열차에서 쫒겨나온 그 짧은 순간동안 참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역에서 노숙을 해야하나?'
'춥지는 않을까?'
'그냥 돈 좀 들더라도 가까운 숙소를 잡아서 자고 내일 가야할까?'
'열차 화장실에라도 숨어서 타고 가야하는건 아니었을까?' ....


 우리는 한달 전체 일정의 모든 숙소가 예약되어있는 멀티팩으로 여행을 하고 있었다. 당장 다음날은 체코 프라하의 숙소가 예약되어있었고, 내일 하루만 프라하에서 시간이 있기 때문에 오늘밤에 프라하로 떠나지 못하면 프라하 관광은 포기해야하는 셈이다. 프라하 관광을 포기한다 쳐도, 이곳에서 하루를 더 묵을 숙소를 잡으려면 따로 우리 돈이 또 들어간다. 가난한 배낭여행객은 우리들은 그래서 이렇게 고민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비까지 흠뻑 젖은 상태였으니(전편참조)


사용자 삽입 이미지우리는 침대칸에서 이렇게 편하게 가려고 했던건데..음


 다행히도 내가 우려했던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열심히 J군이 열차시간표를 이리저리 조합해서 결국, 새벽 1시 45분 뉘른베르크를 출발해서 라이프치히, 드레스덴을 경유해 다음날 아침 9시쯤 프라하에 도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낸 것이다. 라이프치히로 가는 열차에 올라서야 놀랜 가슴을 좀 진정시킬 수 있었다.

 아까 야간열차를 놓치기 5분전에만 해도, J군이 어머님께 전화통화를 하면서 '아무일 없이 잘 살고 있으니 걱정마시라'고 했는데, 곧바로 이런 일도 겪게되고 조금 웃기기도 하다.
 부모님은 잘 계실런지 오늘따라 유난히 한국이 그리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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