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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일찍 우리는 짐을 챙겨 북쪽으로 출발했다. 방비엥에서 북쪽으로 13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 보면 프랑스 식민지풍 도시로 잘 알려진 루앙 프라방을 지나게 된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고 볼거리도 꽤 있는 곳이지만 이번 방송에서는 다루지 않기로 했다. 대신 점심식사를 그 곳에서 하고 짧게 한시간 정도 자유시간을 가진 후에 다시 우돔싸이로 출발할 예정이다. 라오스는 북부 산악지대로 갈수록 도로 상태가 안좋아지고 길이 험해 이동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했다. 오늘 하루는 차 안에서 꼼짝없이 보내게 생겼다.


방비엥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붉은 빛 하늘이 인상적이다.


'현재야 얼른 인나... 갈길이 멀다'


열 시간의 대이동이 이제 막 시작됐다. 앞에 보이는 소들은 절대 합성이 아니다!


점점 험해지는 산세, 북부로 가는 길

방비엥을 나서기가 무섭게 주변 풍경이 시시각각 변하기 시작했다. 길도 더 구불구불 해지고 계속해서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했다. 달리던 중간에 풍경이 좋은 곳을 지나칠 때면 차에서 내려 잠시 쉬어가기도 했다. 그 때마다 PD님은 더 좋은 풍경 영상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그 옆에서 우리 둘은 셀카를 찍느라 바빴다.


길을 달리다 잠시 차를 세우고 주변을 둘러보면...


이렇게 시원스런 풍경이 주변으로 펼쳐져있다


고요한 가운데 작품에 몰두하시는 피디님과


주위에서 촐싹거리며 사진찍기 바쁜 우리들


확실히 산세가 험해지는게 느껴졌다


 

다시 차에 올라 잠깐 눈을 붙이던 찰나, 우리나라로 치면 추풍령 휴게소쯤 되는 곳에 도착했다. 배도 고프고 몸도 지치니 여기서 잠시 아점을 먹고 다시 출발하기로 했다. 큰 고개의 정상 부근이라 주위로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대단했는데 특히나 우리가 앉았던 테이블이 명당이었다. 음식은 코코넛 커리, 고기, 야채, 밥 등등 하도 다양하게 시켜서 정확한 메뉴 이름조차 기억 나질 않는다. 분명한 건 그 많은 음식을 남김 없이 해치웠고, 루앙 프라방에 도착하자마자 또 다시 점심식사를 했다는 사실이다.



높은 고갯길에 위치한 아담한 휴게소


식당 한켠에 붙어있는 수 많은 여행자들의 흔적


우린 주변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아랫쪽에서 올려다 본 휴게소 식당의 모습


이런 멋진 경치를 반찬삼아 만찬을 즐겼다


코코넛이 들어간 태국식 커리


파파야로 만든 샐러드, 쏨땀


그 외 눈에 보이는 대로 마구잡이로 다 시켜서 해치웠다!


 

루앙 프라방에서의 짧은 자유시간

드디어 루앙 프라방에 도착했다. 어느덧 늦은 점심시간이 다 되어 일단 식당부터 들러 전열을 가다듬었다. 여기서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더 이상 관광도시가 없는 관계로 PD님은 방수팩 등 촬영에 필요한 장비를 이 곳에서 구입할 계획이었다. 그 사이 우리 둘은 한 시간 정도의 짧은 자유시간을 얻었다. 여행을 하며 우리 둘의 습관은 처음 도시에 도착하면 가장 높은 곳에 올라 도시 전체를 살펴보는 것이다. 다행히 루앙 프라방에는 푸시 산이라는 유명한 관광 포인트가 있다.


방비엥을 출발한 지 다섯 시간 만에 루앙 프라방에 입성했다


오... 확실히 거리 풍경부터가 방비엥과는 확연히 달랐다


잠시 숨 고르는 시간. 우리가 므앙싸이에서 만나게 될 소수민족 크무(Khmu)와 동명의 레스토랑이다


독특한 인테리어의 식당 내부. 천장에서는 쉼 없이 물을 뿌려준다


이동하느라 지쳐서 입맛도 사라져버렸다. 그냥 별 기억없었던 국수

 

푸시산은 메콩강 변 도심에 있는 아주 작은 산이다. 사실 산이라기 보단 작은 언덕에 가까운 규모다. 입구에서부터 한 10분 정도 계단을 오르면 쉽게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황토빛 메콩강과 그 옆으로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은 루앙 프라방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입구에서는 작은 새를 대나무 장에 넣어 팔고있었는데 정상에서 날리며 소원을 비는 용도라고 했다. 새가 불쌍하기도 했고, 촬영이 무사히 끝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날려보내고자 한 마리 사서 올라왔다.

 

푸시산 입구의 모습. 산이라기 보단 작은 공원같이 생겼다


작은 새들을 팔고 있길래 한 마리 사서 함께 올라갔다


산 정상까지는 이렇게 계속 계단으로 이어져있다


정상에서 바라본 메콩강과 도시 전경


반대편으로도 마을이 넓게 펼쳐져 있다


유럽에서 온 친구들에게 사진 한 장 부탁했다


답례로 우리도 한 장 찍어줬다. 포즈가 훨씬 낫군...


새가 날아가는 순간을 영상으로 담고 싶었는데, 문을 한번에 짠 하고 열지 못하는 찰나 틈새로 쑥 하고 빠져나가 버렸다. 뒤늦게 소원을 빌었는데 촬영 잘 마치고 돌아왔으니 정말 소원이 이뤄진 것 같다. 그렇게 잠깐 시간을 보내고 산을 내려와 다시 시내로 향했다.


새를 날리는 순간을 영상에 담고 싶었으나...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라오스 전통건축과 식민지 양식이 어우러져 만든 루앙 프라방의 거리풍경


대부분의 집들은 고급 주택이라고 한다. 여행 물가도 상대적으로 덜 저렴한 편


거리의 보도블럭, 맨홀덮개, 배수구 등을 열심히 관찰중인 건축가 이씨


벽돌만 가지고 배수로, 보도블럭 단부 등을 처리한 디테일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또 한번 다섯 시간동안의 긴 여정이 시작...



루앙 프라방의 건물들은 하나같이 유럽식 식민지풍 건축이었는데 여기까지 오며 마주쳤던 일반 가옥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당시는 물론 지금 기준으로도 꽤나 고급 축에 속하는 관사들이 상당히 많았다. 대부분 관리가 잘 되었는지 대부분 정갈한 외관이었다.

거리를 걸으며 인상깊었던 건 차도 양 옆의 보도블럭 단부와 배수구의 처리였다. 아마도 당시 프랑스인들이 만들어 놓은 것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모양도 예쁘고 관리도 잘 되어있었다. 현대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천편일률적인 기성 제품들과 비교하면 개성이 도드라져 참 괜찮아 보였다. 거리 사진에서 보도 블럭만 보고도 이곳이 루앙 프라방임을 단 번에 알 수 있게 해해줄 것 같았다.


다시 열심히 북쪽으로 길을 달리던 중


밭에서 불 피우시는 농부 아저씨를 보고 급정지!


출연자 투입!


인터뷰도 열심히 해보고


직접 낫질 체험까지 했으나...


 

라오스식 농사 체험, 하지만 통편집

길은 점점 더 험해지고 오랜 이동시간에 지쳐버린 우리는 더 이상 잠도 안오고, 이야기거리도 갈되어버렸다. 그렇게 괴로운 여정을 계속하던 찰나 길 한 켠에서 논에 불을 놓고 계신 계신 농부 아저씨 한 분을 보았다. 라오스의 주식인 찹쌀과 여행의 접점을 고민하고 계시던 PD님은 즉시 차를 돌려서 그리로 향했다. 농부 아저씨는 오랜 세월 전통 방식으로 농사를 지어 오셨다고 했다. 우리는 직접 벼베기를 체험해보며 라오스의 전통 농업에 대한 질문을 드리는 촬영을 하기로 하고 양해를 구했다.

그 전까지 촬영에서 분량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나 대신 현재가 투입됐다. 매캐한 연기 속에서 열심히 낫질해가며 짧지않은 시간을 촬영했지만 이 장면 역시 방송에는 나오지 못했다.

 

방비엥에서 부터 꼬박 열 시간 만에 므앙싸이 시내에 도착했다


어느새 지나버린 저녁 시간, 길거리에 분위기 괜찮은 식당이 있어 들어갔다


오오 내가 좋아하는 하이난 치킨 라이스다!


그리하여 다시 한 상 가득 차려진 식탁


길거리에서 허겁지겁 음식을 먹어치우는 우리 모습이 영락없는 현지인같다


전쟁과도 같았던 식사를 마친 후에 찾아온 평화


정산은 총무담당 현재가 깔끔하게!


캄캄한 밤, 드디어 므앙싸이에 도착

밤 아홉시가 되어서야 드디어 므앙싸이에 도착했다. 므앙싸이는 우돔싸이 주의 주도이다. 시내에 들어서자마자 차를 세우고 현지 식당을 찾아 주린 배를 채웠다. 쌀국수, 스프링롤 등등 맛있는 것이 참 많았다. 자연스럽게 주문하고 거리에 앉아 음식을 먹는 우리 모습은 어느새 현지인화 되어있었다. 북쪽으로 올라오니 음식의 맛이나 요리법도 조금 다른 게 느껴졌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얼굴 생김새도 확연히 달랐다. 중국과 가까워져서 그런지 조금 더 한국인에 비슷한 인상이었다. 실제로 라오는 남부, 중부, 북부를 구성하는 민족이 서로 다 다르다고 한다.


 

리조트까지 이제 딱 30분만 더 가면 된다


드디어 리조트 입성! 어두워서 잘 안보이긴 하지만... 수영장도 있고 좋은데?


로비로 들어가는 입구. 오오 범상치 않다


높은 천장고와 세련된 토속건축 스타일, 마음에 드는군


로비 한켠에는 수공예품을 파는 기념품 상점도 보인다


체크인을 기다리며 차례로 기다리는 우리 짐들


마침내 도착한 숙소, 남깟 욜라파 리조트(Namkat Yorla Pa)

시내에서 다시 30여분 시골길을 달려 마침내 우리의 베이스캠프가 되어줄 숙소, 남깟 욜라파 리조트에 도착했다. 우돔싸이의 거대한 정글 한복판에 태국 자본으로 건설된 이 리조트는 수영장과 고급 식당, 풀빌라 숙소동은 물론 각종 액티비티와의 연계까지 갖춘 최적의 장소였다.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준 지배인께선, 아직 한국인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라 이번 방송을 계기로 한국에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하셨다.



내일부터의 촬영 일정을 놓고 심각한 토의중, 피곤한 줄도 몰랐다.


 

하루 종일 차 안에서 꼼짝없이 앉아있느라 힘든 몸이었지만 숙소에 도착해서도 곧바로 쉴 수 만은 없었다. 액티비티를 담당하는 분과 내일의 촬영 일정, 아이템 등에 대해 사전 협의하고 준비해야만 차질없이 촬영을 마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와 협의한 담당자들은 영어를 꽤 잘했지만 우리 촬영팀에는 한국어-영어 통역 담당이 따로 없어서 졸지에 내가 통역을 맡게 되었다. 많은 것들이 현장에서 즉석에서 이루어지는 여행프로그램의 특성상,스태프와 출연자의 경계 같은 건 사치에 불과하다. 오히려 내가 직접 제작에 참여하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기사양반, 얼른 방으로 안내해주시오'


방비엥을 출발한 지 16시간 만에 숙소 도착! 오 생각보다 넓은데...?


이렇게 넓은 욕실까지 혼자 쓰라니!?


남는 세면대 하나는 대여해줘야곘다


침실까지 별도 구획된 독채! 이런 호사를 누릴 줄이야


 

마침내 모든 회의를 마치고 들어온 방. 생각보다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다. 우리 모두에게 각자 방 3개 씩 딸린 독채를 제공해준 것이다. 비엔티안과 방비엥에서는 그리 크지 않은 방을 현재와 둘이 썼는데 그에 비하면 여긴 넓어도 너무 넓었다. 큰 방을 혼자 쓰려니 외로울 정도였다.

크기 뿐만 아니라 건축이나 인테리어 면에서도 나쁘지 않았다. 프랑스 건축가가 설계했다고 하는데, 최대한 지역 전통 양식과 재료들을 사용하는 디자인을 했다고 한다. 다만 나는 동남아가 처음이라 보통 이정도 리조트가 기본인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에게 너무나 호의적이었던 지배인은 일정 중간에 풀빌라 동으로 바꿔주겠다는 제안까지 해 주셨으나 부담스러워 사양했다. 연예인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융숭한 대접을 받으니 몸 둘 바를 모르겠었다. 기대에 부흥할 만한 좋은 방송이 나오도록 해야할 텐데. 이제는 좀더 자연스럽게 카메라 앞에 설 수 있을지 복잡한 심정으로 침대에 누웠다. 고민은 잠시, 촉감이 너무 보드라워 그날 정말 꿀잠을 잤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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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테마기행 라오스편 촬영후기 연재목록

(1) 그들은 어쩌다 라오스에 가게 된걸까?

(2) 패러모터와 핼리켐으로 방비엥의 하늘을 누비다

(3) 블루라군에서 수중동굴까지, 방비엥에서 물 만났다

(4) 루앙프라방 찍고 우돔싸이 들어가던 날

(5) 푸야카산 등반기, 은하수 아래 정상에서의 하룻밤

(6) 계곡을 지나 폭포를 건너, 우돔싸이 정글 탐험기

(7) 크무족과의 짧았던 인연, 그리고 작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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