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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보니 독일에는 2007년 유럽 배낭여행때 이후로 두 번째다. 그때 당시엔 뮌헨, 뉘른베르크, 로텐부르크 같은 남부 유럽을 중심으로 동서 방향으로 여행했는데, 이번엔 뒤셀도르프에서 베를린까지 남북으로 여행하게 되었다. 묘하게 엇갈린 루트지만 유일하게 겹치는 한 곳이 있으니 다름아닌 쾰른(Köln)이다.
 
 엄밀히 말해서 2007년 당시에는 쾰른을 '여행'하지는 않았다. 체코로 넘어가는 야간기차가 잠시 들렀던 환승역 쯤으로 기억이 난다. 환승 시간이 좀 길었던 편이라 마음만 먹으면 역 근처를 돌아볼 수도 있었던것 같은데 그땐 그냥 얌전히 역에서 기다리다가 다음 기차로 갈아탔다. 그리고 바로 오늘, 5년만에 다시 쾰른을 찾았다.

뒤셀도르프에서 쾰른으로 가는 기차, 한 시간 조금 못되게 걸린다

 

 뒤셀도르프 파울네 집에서 쾰른까지는 기차로 한 시간 정도 거리.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크리스마스도 지나고 이제 새해가 가까워 졌건만 여전히 독일의 하늘은 찌뿌둥하기만하다.

 독일의 쾰른(Köln)이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건 '쾰른 대 성당' 하나 뿐. 비슷한 예로 독일의 아헨(Aachen)이라고 하면 '아헨 공대'가 떠오르는 것 처럼 말이다. 딱히 쾰른이라는 도시에 대해 아는 바도, 공부한 바도 없기에 마냥 작게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쾰른은 베를린, 뮌헨, 프랑크푸르트에 이어 독일에서 4번째로 큰 도시라고 한다.


일단 플랫폼에 내리자마자 멀리 대성당이 반겨준다!


 열차가 잠시 속도를 내는가 싶더니 이내 쾰른 역에 도착해버렸다. 열차 플랫폼에 내리는데 벌써부터 저 멀리 쾰른 대성당의 스카이라인이 한 눈에 들어온다. 아, 그러고 보니 2007년에 유럽 배낭여행을 하면서도 비슷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쾰른 대성당이 하도 기차역(Hauptbanhof)이랑 가까워서 잠깐 환승하는 사이에도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고 했었다. '그땐 왜 역 밖으로 안나갔었을까'하고 기억을 되짚어보며 Messe역 밖으로 걸어나왔다. 여기서 Hbf까지는 다리 하나만 건너면 된다.

쾰른 Hbf로 건너가는 다리, 이 다리엔 어마어마한(?) 비밀이 숨어있다


 우리가 타고온 기차가 멈춘 Messe역과 쾰른 Hbf를 연결하는 Hohenzollern다리(정확한 독일어 명칭을 까먹었다)다. 사실 다리 자체는 별로 특별할것 없는 철교지만 바로 앞으로 보이는 쾰른 대성당 덕분에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 다리에는 그보다 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고 하는데...

철제 펜스를 가득 메운 자물쇠들, 다리 중심부로 갈 수록 더 심하다


 철제 난간에 걸려있는 수 많은 자물쇠들. 어디서 많이 보던 풍경이다. 아, 남산타워! 전에 남산타워에 올라 덕지덕지 매달린 자물쇠들을 보며 '이게 다 뭐야'했었는데 이렇게 보니 아마도 유럽에서 전래된 풍습인가보다. 사실 독일 뿐 아니라 스페인, 이탈리아에서도 자물쇠를 매달 수 있고 열쇠를 던질 수 있는 강, 바다, 혹은 낭떠러지가 앞에 있으면 어김없이 비슷한 풍경이 펼쳐지곤 했다. 그럼 더 가까이 가서 보실까.




이정도 정성이면 솔로들은 무서워서 다리를 건너지도 못하겠더라


 그냥 동네 철물점에서 구입한 듯한 평범한 자물쇠부터 손수 이름을 새겨넣은 자물쇠까지. 제각기 표현하는 방법은 다 달라도 마음만큼은 매한가지 였으리라. 언제부터 이 다리가 연인들의 사랑을 맹세하는 '포인트'가 되었는지는 몰라도 확실한건 전 세계에서 정말 많은 연인들이 다녀갔다는 점. 심지어 너무 많은 자물쇠가 달려서 다리 전체 난간을 새로 교체했음에도 다시 이만큼이 달린거라고 한다.



와 이제는 슬슬 징그럽기까지 한다


 다리의 중심으로 가면 갈 수록 자물쇠들은 더욱 저돌적이다. 이쯤되니 대체 강바닥에는 얼마나 많은 열쇠들이 가라앉아 있을지 상상조차 안간다. 여기서 이런 생각을 하는게 너무 낭만없는건가? 하긴 한국에 두고온 여자친구를 못본지도 벌써 5개월이 다 되어가니 이런 장소에서 혼자 낭만을 찾을 수 있을리가 만무하지, 흠.


개인적으로 가장 '쾰른 답다'라고 생각하는 사진


 다리를 건너 Hbf를 오른쪽으로 끼고 계속 걸으면 그대로 대성당으로 이어진다. 몇백년 전에 지어진 대성당 옆으로 독일의 고속 열차 ICE가 지나가는 풍경 또한 참 재미있다. 자 그럼 어디한번 그 유명한 쾰른 대성당 구경좀 해 볼까나.








사실 아직도 내 눈에는' 성당은 그저 성당일 뿐이다'


 유럽에는 도시마다 꼭 하나씩 이런 큰 성당이 있기 마련이다. 어떻게 보면 단순히 '성당'이라고 칭하는것 조차 부족할 정도로, 유럽의 도시에게 있어서 성당이란 도시의 중심이자 모든 일들이 일어나는 시작점, 더 크게는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만들고 풍경을 지배하는 절대적인 랜드마크다. 아무리 내가 건축학을 전공한다고 해도 기껏해야 서양건축사 시간에 중간고사, 기말고사 한 번씩 본게 전부. 그렇기에 유럽을 여행하며 이런 성당들을 마주치면 그 성당 자체에 대한 감동을 느끼기 보다는 오히려 그 성당이 만들어내는 도시의 풍경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쾰른의 대성당은 절대적이고 지배적이다. 마치 스페인 사라고사에서 바실리카를 맞닥뜨렸을때의 느낌과도 같다.



'아름답다'라는 말 보다는 '웅장하다'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쾰른 대성당


 날도 춥고 다리도 조금 아프고 해서 대성당 안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 어떻게 하면 비슷비슷해 보이는 유럽의 성당들을 다르게 느껴볼까 싶어 잠시 눈을 감고 소리에만 귀를 기울여 봤다. 말로는 표현을 못하겠지만 이런 대성당들 특유의 공간감이 소리를 통해서도 조금은 느껴지더라. 얼마후 저녁 미사가 시작되어 우리는 성당 밖으로 나와야만 했다.



여행 안내소는 우리에게 제법 흥미로운 선택지를 건넸다


 어느덧 해는 져서 거리에는 어둠이 깔렸다. 대성당 외에는 딱히 아는바가 없던 우리는 여행 안내소를 찾아가 더 가볼만 한 곳, 혹은 할만한 게 뭐가 있을지 물어봤다. 몇가지 선택지를 받은 우리는 쾰른의 밤거리를 따라 무작정 걸으며 뭘 하면 좋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렌조 피아노가 설계했다는 쇼핑몰, 하지만 막상 들어가보면 그냥 이마트랑 별반 다를게 없다


  독일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 답게, 쾰른의 밤거리는 꽤 번화했다. 쇼핑은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내 손에는 H&M에서 산 셔츠 한 장과 바지가 들려 있더라. 쇼핑하는 중간에 배가고파 카레맛 소스를 곁들인 소세지도 먹었다. 그러고보면 독일에선 정말 소세지가 흔하다. 하긴 그러니 여기가 독일이지.




음악은 괜찮았지만 그다지 흥이 나지 않았던 재즈바


 쾰른 여행의 마지막 행선지는 Papa Joe's Jass Bar였다. 난 원래 이런쪽에는 별다른 취미가 없는지라 그냥 음악을 들으며 맥주 두 잔 마시고 나온게 전부지만 여기 사람들 한테는 꽤 유명한 곳인것 같았다.
 
 어쨌거나 이렇게 해서 우리의 짧은 쾰른 여행은 끝이 났다. 이제는 슬슬 베를린으로 자리를 옮겨 새해맞이를 할 준비를 해야할 시점이다. 일주일 가가이 뒤셀도르프 파울네 집에서 지내며 참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고, 좋은 추억도 많았다. 비록 파울이 한글을 읽을 수 있을리는 만무하지만 그래도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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