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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9일 수요일은 스페인의 공휴일이었다. 그리고 이날은 마따대로(Matadero)에서 큰 규모의 '자전거 페스티벌'과 함께 '바이크 폴로(Bike Polo) 마드리드 토너먼트 대회'가 열리는 날이기도 했다. 혹시 '바이크 폴로(Bike Polo)'라는 스포츠를 처음 들어본다면 전에 써둔 포스팅 '유럽에서 만난 유럽다운 스포츠, 바이크 폴로( http://ramzy.tistory.com/307 )'를 참조하시길.

 마따대로(Matadero)는 예전 도살장이 있던 건물을 현대식 전시공간으로 재탄생 시킨 마드리드의 명소다. 실제로도 수많은 전시가 매일같이 이루어지고 있고, 근대 건축물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것으로 건축적으로도 꽤 의미있는 곳이라고 한다. 이렇게 멋진 곳에서 '바이크 폴로 마드리드 토너먼트'가 열리게 되다니! 사실 딱 하루짜리 행사였지만 10월 내내 대회 참가할 생각에 연습도 더 열심히, 훈련도 더 적극적으로 했었다.



마드리드의 자전거란 자전거는 이날 모두 모였다


 아침 10시, 쁘린시뻬 삐오(Principe pio)에서 Benjamin과 만나서 마따대로까지 강을 따라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행사 시작은 11시였지만 10시 반 부터 하나둘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 날 행사는 바이크 폴로 뿐 아니라 자전거와 관련된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다 모이는 행사였다. 묘기용 자전거, 외발 자전거, 2인용 자전거... 평생 볼 자전거를 이날 하루에 다 본 느낌이다. 우리 바이크 폴로 팀도 금새 다 모였다. 입구에서 참가자 명단에 이름을 적고 드디어 경기장으로 입성!



이렇게 멋진 경기장이! 눈이 호강한다 호강해


 중정에 들어서자마자 우린 다같이 '아!'하고 소리를 질렀다. 정식 경기장이 아닌 이곳에서 어떻게 바이크 폴로를 할까 걱정이었는데 행사 주최측에서 아주 '깔끔'하게 경기장을 마련해 놓았더라. 게다가 주변으로 마따대로의 고풍스런 건물들까지 주욱 늘어서 있으니 이보다 더 멋진 경기장이 어디 있으랴. 다만... 바닥이 매끈하게 포장된게 아니라 살짝 꺼끌꺼끌한 시멘트 바닥이라 조금 불편한 점도 있었다. 그래도 아무렴 어떠랴! 오늘은 말 그대로 '바이크 폴로인'들의 축제니!





바이크 폴로용 자전거는 매일같이 고장, 수리의 반복이다


 바이크 폴로는 자전거로 하는 꽤 격한 운동중 하나라 고장도 그만큼 잦다. 경기장 한켠에 자리를 잡자 마자 일단 자전거부터 뒤집고 보는 녀석들. 닦고 조이고 기름칠 하는건 이들에게 거의 일상이다. 펑크도 꽤 잦은편인데 이날은 바닥이 매끄럽지 않아서 두 번이나 '펑'하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하지만 아무도 당황하지 않는다. 살짝 벤치로 빠져나와 슥삭슥삭 튜브를 갈아끼고는 다시 유유히 경기장으로 사라진다!



예선 풀리그

 이날 대회는 예선 풀리그를 거쳐 1위~4위까지가 마지막에 토너먼트로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우리팀은 마드리드 대표팀으로, 이날 행사 진행 및 전반적인 모든걸 담당하게 되었다. 타이틀은 대회지만 이날은 자전거 페스티벌인 만큼 바이크 폴로를 처음 해보는 사람도, 남녀노소 구분 없이 누구나 참가할 수 있게 열어두었다. 한국인인 나에게는 바이크 폴로가 당연히 생소한 스포츠지만 이곳 스페인 사람들에게도 생소하기는 마찬가지. 대회가 진행되는 내내 페스티벌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건 단연 우리 '바이크 폴로 부스'였다.



조금 허접해보이는 대진표, 총 7개의 팀이 예선을 펼쳤다


 난 5번 Toxics 팀에서 경기를 하게 되었다. 같은 팀인 Hector와 Isra 모두 일요일마다 함께 바이크 폴로를 하는 '마드리드 바이크 폴로 팀' 친구들이다. 이날은 총 7개의 팀, 스물 한 명의 선수들이 치열한(?) 예선 경쟁을 펼쳤다. 경기도 중요하지만 마드리드를 대표해 바이크 폴로를 알리고 이런 행사에 진행을 맡게 된 게 참 기분이 좋았다. 생전 바이크 폴로를 접해보지 못한 많은 시민들이 함께 토너먼트에 참가해 땀흘리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마냥 좋았다고 할까나.






바이크 폴로의 열기가 느껴지는가!


 우리 팀의 사진은 내가 맡았다. 예선전은 풀리그여서 경기수도 많은데, 중간중간 사진까지 찍느라 정신없이 뛰고 또 뛰었다.



유난히 튀는(?) 외모의 동양인이 바로 나다, Benjamin이 찍어준 사진


 Benjamin이 찍어준 내 사진들이다. 이날 우리팀은 예선 5위로 아쉽게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 평소 연습경기때는 하루에 네다섯골씩 넣는 나지만 이날은 수비를 맡아서 골은 하나도 넣지 못했다. 그래도 뭐 이기는 것보다는 즐기는게 중요하니! 하루종일 원없이 바이크 폴로를 할 수 있어서 기분은 마냥 좋았다.







넘어지고, 부딪히고! 이것이 바이크 폴로다!


 



파이널 토너먼트

 그렇게 예전선이 마무리 되고 1위~4위 팀까지 토너먼트로 마지막 우승자를 가리게 되었다. 아침 열한시부터 시작한 경기는 점심도 걸러가며 저녁까지 계속됐다. 중간에 하도 배가 고파서 '밥 언제 먹어?'라고 물어봤는데 아무도 관심도 없다. 정말이지 다들 바이크 폴로에 미친 녀석들이다!









결승전때는 하도 어두워서 사진조차 찍기 어려울 정도였다


 어느새 해는 점점 저물어 가고, 설상가상 비까지 내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우승을 향한 토너먼트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져만 갔다. 준결승전을 이기고 올라온 Polotoxicomanos와 Las Sobras의 마지막 결승전. 해가 완전히 넘어가고 공도 잘 안보일 정도로 어두워 졌지만 경기장에는 거친 숨소리가 가득했다. 연장 골든골까지 이어진 끝에 결국 Las Sobras가 우승을 차지했다.

오늘의 우승팀, Las sobras. 상품은 폴로용 윈드브레이커


준우승 Polotoxicomanos. 상품은 폴로용 모자


 그렇게 하룻동안의 '바이크 폴로 축제'는 막을 내렸다. 원래 한두 경기만 해도 숨이 턱밑까지 차오를 정도로 격한 스포츠가 바이크 폴로인데, 이걸 하루종일했으니 온몸이 완전히 녹초가 되어버렸다. 이날 하루만 사진을 한 300여 장 가까이 찍었다. 나중에 마드리드 바이크폴로 팀 홈페이지에 올렸더니 반응이 아주 폭발적이더라! 앞으로도 팀 사진사는 내가 계속 담당하게 될 것 같다 :)

 이날은 정말 '대회'라기 보다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바이크 폴로 축제'였다. 하지만 이번주 주말에는 사라고사(Zaragoza, 아라곤 주의 주도) 대회가 또 있다. 이번엔 정말 치열한 경기가 예상되는 '진짜' 대회다. 열흘 전부터는 매주 일요일만 하던 훈련을 평일에도 하기 시작했고 다들 헬멧에 새 자전거에 대회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나 역시 내일 저녁 8시, 우리팀 친구들과 함께 차를 타고 사라고사로 가게 된다. 이번엔 또 얼마나 멋진 경기가 펼쳐질 지, 생각만 해도 설렌다! 그동안 혹독한 훈련을 견디며 사라고사 대회를 함께 준비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며!

대회를 마치고 단체사진 한 방! 지금 내 노트북 바탕화면이 바로 이 사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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