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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며칠간 마드리드에는 간만에 비가 세차게 내렸다. 우리나라와 정 반대로 스페인 마드리드의 기후는 여름에 건조하고 겨울에 비가 많이 내린다. 8월 말에 이곳에 도착해서 이번주가 오기 전까지 딱 두 번 비를 맞았다. 한번은 5초, 또 한번은 30초 내리다가 그치고 말았지만. 어젯밤에는 비를 쫄딱 맞고 집에 왔었고, 오늘도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빨래를 미뤘을 정도니... 여기에 와서도 시간이 많이 지나긴 지났나보다.

 10월 30일 새벽 3시부로 서머타임이 해제됐다. 이제 한국과의 시차는 7시간이 아니라 8시간이다. 그날 아침 9시에 알람소리를 듣고 일어났다가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 10시에 일어났다. 아 또 늦잠이구나... 생각하며 컴퓨터 시계를 딱 봤는데 아직 아홉시! 서머타임이 해제되는걸 깜빡하고 있었던거다. 덕분에 한 시간을 벌어 기분이 잠깐 좋았다. 이젠 서머타임이 끝났으니 여름도 진짜 끝났다. 그리고 드디어 11월이다.

 지난번 8월, 9월 가계부를 정산해보고는(http://ramzy.tistory.com/305) 혼자서 참 재미있어 했었다. 한국에 있을때도 가계부를 써보려 몇번 시도한적이 있었는데 매번 실패했기 때문이다. 벌써 두 달이 넘도록 꾸준히 가계부를 쓰고있는 내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가계부가 잘 덮히지 않을 정도로 빼곡한 영수증 속에 나의 스페인에서의 행적이 여실히 드러나는 것도 재미있다. 오늘은 드디어 10월치 가계부를 정산하는 날. 과연 지난 8월, 9월과 또 어떻게 달라졌을까.

 


 우선 8월달은 딱 9일뿐이었으니 비교하기 좀 그렇고, 그나마 자리잡고 제대로 생활하기 시작한 9월달과의 비교가 의미있을것 같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건 전체 지출금액이 9월달 547유로에서 483유로로 확 떨어진 것. 딱히 덜 놀거나 덜 먹은것도 아니기에 생활비가 줄었다는건 그만큼 쇼핑하거나 장보는데 있어서 요령이 좀 생겼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할것 같다. 물론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하는 경우에도 값싸고 맛있는델 더 자주 갔다는 뜻이기도 하지 않을까. 덕분에 하루 평균 지출 금액도 한국돈으로 5000원 정도 줄었다. 이제 이렇게 생활비에서 아낀 돈을 가지고 공연도 더 많이보고 여행도 더 많이 해야 할텐데... 엥겔지수가 너무 높은게 흠이다.

각 품목별로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외식비
가장 현저한 변화를 보이는 항목이다. 8월 47.2%, 9월 35.2%, 그리고 10월엔 20%까지 그 비중이 떨어졌다. 매번 말하는거지만 마드리드의 외식비는 너무 비싸다. 그냥 동네 카페테리아에서 고기 한토막 구워주고 감자튀김 조금 나오는 요리에 샐러드와 술한잔만 곁들여도 우리나라 패미리 레스토랑에서 먹는 가격과 비슷하게 나오기 때문. 가끔 정말 맛있는 요리를 먹었을때 빼고는 외식하는게 썩 좋지만은 않다.

생필품
외식비 항목과 반대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8월 28.6%, 9월 38.8%, 그리고 10월엔 무려 54%다. 사실 생필품이라고 뭉뚱그려 카테고리를 지어놨지만 여기엔 영화나 공연보는데 들어간 돈 까지 다 들어가있다. 말 그대로 나머지 항목들을 모두 제외하고 내 삶에 가장 가까이에서 드는 돈 전체를 포함하는 항목이다. 이번달엔 간만에 옷도 좀 샀는데 그 돈 역시 이 항목에 포함되어 있다. 생필품 항목의 비율이 올라갔다는건 그만큼 내 자신의 생활에 충실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교통비/통신비
8월달 부터 지금까지 쭉 별다른 변화 없는 부분이다. 여전히 자전거를 열심히 타고 있으니 교통비는 당최 들 일이 없고, 핸드폰 요금도 20유로면 나름 선방이다.

학용품
무려 18%다. 공책, 노트, 펜 같은 진짜 학용품 뿐 아니라 학교에서 공부하고 과제하는데 들어간 모든 품목을 포함한다. 10월달에 특히 많이 지출한 이유는 설계스튜디오 발표때 필요한 패널 출력비, 그리고 사진 수업 포트폴리오 제작하느라 재료를 좀 사서 그런 모양이다. 새로 듣기 시작한 스페인어 수업의 책값도 지출을 늘리는데 한몫 했다.

여행
가계부상에는 0%지만 10월 말에 가까운 빠를라(parla)로 당일치기 여행을 갔다오긴 했다. 특별히 관광객으로써 쓴 돈은 없었기에 그냥 나머지 항목에 분산해서 집어넣었다.



기타항목에 대한 설명을 살짝 덧붙이자면...

생일파티(37.63유로)
10월 23일은 내 생일이었다. 친구들을 초대해서 불고기를 직접 요리해서 대접했는데 그때 장보는데 들어간 돈이다. 그래도 10명정도가 소불고기를 배불리 먹었음에도 이정도 금액이면 여기 스페인 식재료 물가가 얼마나 싼편인지 감이 오시는지...

자전거수리(28.99유로)
이놈의 자전거는 매달 뭔가 하나씩 문제가 생긴다. 자전거를 도둑맞은 이후 새로산 자전거... 기가막히게 내 생일날 아침 누군가가 뒷바퀴를 펑크내고 도망갔더라. 어차피 타이어도 많이 달아있어서 자전거포에서 튜브와 타이어를 모두 갈았다. 이제 다시는 자전거에 별일 없었으면 좋겠다... 이러다간 중고로 구입한 금액보다 수리비가 더 들어갈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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