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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버스들은 유달리 클락션 소리가 우렁차다. 아니, 우렁차다는 단어로는 그 소리의 반도 채 표현하지 못한다. 필요 이상으로 시끄럽고, 시도때도 없이 울려대는 야간버스의 클락션 소리 때문에 잠을 설치는건 기본이요, 다음날 아침 새 여행지에 도착했을때 반쯤 나가버린 정신은 옵션이다.

 앞에서 차가 오거나 사람이 나타날때만 울려주면 될것이지 불빛하나 없는 시골길을 밤새 달리며 왜그렇게 클락션을 울려대는 걸까 처음에는 짜증도 났었다. 하지만 여행을 계속하다보니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는걸 알았다. 특히 카주라호에서 직접 릭샤를 하룻동안 몰아본 이후에는 더더욱.

별 생각없이 운전석을 왼쪽에 그렸는데, 실제는 오른쪽이다


 인도에서 여행하며 쉽게 접할 수 있는 장거리 여행용 버스는 이렇게 생겼다. 운전하는 사람 말고도 한명 또는 두명이 함께 타게 되는데 이 사람들의 역할이 조금 재미있다. 우리나라 처럼 반나절이면 국토 끝까지 닿을 수 있는 곳에선 상상도 못할 재미있는 인도만의 문화랄까.
 일단 운전석 옆에 함께 앉아있는 사람은 클락션을 울리는 일을 전담한다. 운전은 운전수가 하고 상황에 맞춰서 옆에있는 사람이 클락션을 신나게 울려대는데, 소리가 나는 나팔이 하나만 있는게 아니라 그림에서 처럼 적게는 대여섯개에서 많게는 스무개가 넘는 경우도 보았다. 각기 다른 음의 소리를 제멋대로 내버리니 이거야말로 소음공해가 따로없다. 가끔은 클락션을 이용해서 음악 비슷한 소리를 내는 수준높은 조수도 있었지만 워낙 소리가 시끄러워서 그래봐야 소음에 가까운건 인정할수밖에 없다.

 왜 클락션을 울려주는 사람까지 따로 써가면서 시끄러운 소음을 내야하는걸까. 의외로 이유는 단순했다. 인도는 교외 지역으로 나가면 금방 광활한 자연과 만나게 되는데 도로가 놓여있다 하더라도 수많은 야생동물 혹은 가축들이 도로를 가로질러 이동하는 일이 허다하다. 동물들 뿐 아니라 시내에서는 길을 건너는 사람들이나 운전하는 다른 차들이 제멋대로 앞을 가로막는 경우가 많으니 이또한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다. 버스의 수많은 시끄러운 클락션들은 앞을 가로막은 방해물에게 비키라고 경고하는게 아니라, 내가 가고있으니 앞을 비워주세요 라는 일종의 신호인 셈이다. 앞에 아무것도 없어도 연신 클락션을 울려대는 이유가 바로 그때문이다. 아울러, 이미 도로를 가득 메운 동물들을 하나하나 치우면서(?) 지나가야하는 경우도 간혹 생기는데 왠만한 클락션 소리에는 미동도 안한다. 정말 귀가 찢어질 정도의 큰 소리를 내야지만 뒤뚱뒤뚱거리며 겨우 한걸음 물러선다.

 그림속에 누워있는 사람 역시 운전수. 12시간이 넘게 밤을 새가며 운전하는 일이 잦기때문에 운행거리가 긴 버스의 경우에는 2교대, 심하면 3교대까지 해가면서 운전을 하게 된다. 긴 시간 버스를 타고 가야하는 여행자들도 곤욕이지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보이지 않는 동물들을 피해 운전을 해야하는 운전수들의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그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사람 한명이 겨우 누울 정도의 좁은 침대칸에 누우면 반쯤 열린 창문 사이로 인도의 밤공기가 세차게 뺨을 때린다. 아무와도 이야기 할 수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조금은 답답한 시간이지만 창문 사이로 보이는 밤하늘을 나 혼자 즐길 수 있는게 그리 나쁘진 않았다. 어디까지 왔는지, 언제쯤 도착하는지도 모른채 잠이들어 버리고, 눈을 떠보면 어느새 또 새로운 도시에 도착해 있었다. 세수도 제대로 못하고 물휴지로 슥슥 얼굴을 문질러 닦고는 발걸음을 재촉해야 한다. 눈꼽도 다 못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면 웃음이 먼저 나온다. 함께 버스를 타고온 여행자들이 서로를 알아보는, 그들만의 일종의 신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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