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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지마할은 무굴제국의 황제였던 샤자한이 애비인 뭄타즈 마할을 위해 1631년 착공을 시작하여 22년간의 길고 긴 공사 끝에 완공된 어마어마한 규모의 무덤이다. 타지마할 뒷편으로 유유히 흐르는 야무나 강의 풍경과 정원의 정방형 호수에 비친 타지마할의 반영은 웅장함을 넘어서 신비롭기까지 하다.

 지금은 하얀색 대리석으로 만든 대칭형 건물이 하나뿐이지만, 처음 계획할 당시에는 타지마할 반대편에 검은 대리석으로 만든 똑같은 건물이 하나 더 있었다. 하지만 검은 타지마할은 결국 지어지지 못하고 지금의 모습으로 남게 되었다. 반만 완성된 계획이지만 지금도 세계 7대 불가사의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걸 보면, 만약 검은 타지마할까지 함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이정도까지가 일반적으로 우리가 타지마할에 대해 알고있는 기본적인 내용이다. 개인적으로는 서양건축사를 공부하면서 조금 더 건축적인 면에대해 접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런 자세한 이야기를 모르더라도 사진속의 타지마할은 충분히 아름답고, 꼭 한번은 가보고 싶게 만드는 어떤 마력이 느껴진다.

 헌데, 인도 여행을 준비하다보면 이 타지마할이 계륵같은 골칫덩이로 느껴질때가 있다. 나도 처음엔 조금 이상했다. 아니 인도까지 가서 어떻게 타지마할을 안보고 올 생각을 할까. 헌데 여행을 하다보니 나도 어느샌가 타지마할을 볼지 말지를 가지고 저울질을 하고 있었지 뭐야.


 타지마할을 보기 위해서는 수도 델리에서 그리 멀지않은 작은 도시인 아그라를 들러야 하는데, 이 아그라 라는 도시가 참 악명높기로 유명하다. 왜그런고 하니, 타지마할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관광자원이 없는 작은 도시라 조금이라도 관광객들에게 더 많은 돈을 받아내기 위해 사기, 소매치기, 바가지... 온갖 정떨어지는 일들이 다 벌어지는 곳이라는 말이다. 타지마할의 정취에 취하는 것도 잠시, 아그라의 분위기에 몸도 마음도 지쳐서 금방 다른 도시로 옮겨가게 된단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그라에서 절대 1박을 하지 말고, 당일치기로 들러서 타지마할만 구경하고 곧바로 다음 도시로 이동하기를 추천했다.

 정말 아그라가 그런곳인지, 아니면 워낙 안좋은 소문을 귀에 못이박히도록 듣고 난 후라 그런지 몰라도 슬리핑 버스에서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 도착한 아그라의 첫인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타지마할까지 기껏해야 1km도 안되는 거리를 어찌나 높은 가격으로 불러대는지...


 배낭여행자들이 타지마할을 두고 고민하는 또 한가지 이유가 있으니, 다름아닌 입장료다.
 인도인들은 20루피(약 600원)면 입장할 수 있는데 비해, 외국인 관광객들은 700루피(약 2만 2000원)나 되는 거액을 입장료로 지불해야만 타지마할에 들어갈 수가 있다. 언뜻 생각하기엔 타지마할정도 되는 유명한 관광지면 그정도 돈은 흔쾌히 지불할 수 있지 않을까 할수도 있지만 인도를 여행하며 묵었던 대부분의 숙소 숙박비가 하룻밤에 100루피(약 3000원)라는걸 생각해볼 때 700루피는 가난한 배낭여행자에게 결코 만만한 금액이 아니다.


 700루피라는 부담스러운 입장료를 내지 않고도 타지마할을 유유히 거닐 수 있는 방법이 딱 한가지 있다. 바로 타지마할을 건설한 무굴제국의 황제 샤자한의 축일(생일)을 기다리는 것. 일년에 한번뿐인 바로 그날, 앞뒤로 하룻씩 더해서 총 3일간은 입장료를 전혀 받지않고 타지마할에 들어갈 수가 있다고 한다. 델리에서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때는 귀가 솔깃했다. 어떻게든 그 날을 맞춰서 아그라에 도착하면 돈을 꽤 아낄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였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세종대왕의 생일이 언제인지 모르듯, 샤자한의 생일이 언제인지 도무지 알 방도가 없었다. 인도사람들도 잘 모르는 판국이니 우리라고 뾰족한 방도가 없었다. 8월 첫주 정도라는 이야기만 대강 전해 듣고는 그냥 마음속으로 포기해버렸다. 확실하지도 않은 날짜를 맞춰서 아그라에 가는것도 무리일 뿐더러, 인도여행이라는게 원래 생각처럼 계획대로 딱딱 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한창 릭샤꾼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내키지는 않았지만 적당한 가격에 합의를 하고 올라탔다. 그런데 이 릭샤꾼이 날 보자마자 너는 정말 행운아라며 계속해서 입에발린 말을 해댄다. 이건또 무슨 꿍꿍인가 싶어서 적당히 한귀로 흘려보내고 있는데 릭샤왈라 입에서 믿기 어려운 말을 들었다. 오늘이 바로 샤자한의 축일이라는 말!
 처음에는 푼돈을 더 뜯어내려고 거짓말을 하는줄로만 알았는데 타지마할에 가까워지면서 점점 그 말이 진짜라는걸 느꼈다. 들어가는 입구가 있는 타즈간즈는 이미 줄을 선 사람들로 발디딜틈 없이 붐비고 있었고, 릭샤왈라는 계속해서 너는 행운아라며 나를 보며 웃어준다.

 이건 무슨 로또맞은 것보다 더 기분이 좋다. 그날이 7월 20일이었는데, 별다른 생각없이 마음가는대로 여정을 따라가던중 운좋게도 바로 그날에 아그라를 들린 셈이다. 이런 행운이 나에게 찾아올 줄이야.
 30분도 더 기다려서 기나긴 줄을 따라 타지마할에 드디어 입장했다. 정말 돈은 한푼도 받질 않는다! 야호!




 무료입장때문인지 샤자한의 축일이라 그런지 정말 타지마할을 찾은 인도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특이한 점이라면 여자들이 정말 많다는 사실! 인도에서는 내 또래 여자들을 길거리에서도 마주치기가 그리 쉽지 않은데 그동안 못본 인도여자들은 이날 다 본것만 같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들이 나와서 자상하게 설명해주는 아빠엄마들도 꽤 많이 보인다.

 공짜입장이라고 좋아라 하면서 들어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결국 타지마할 안으로는 들어가보지도 못했다. 그냥 주변을 따라 몇바퀴 산책하다가 잠시 앉아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인도인들을 구경한게 전부. 꼭 공짜라서 좋기만 한건 또 아닌가보다. 마땅히 자리잡을 곳을 찾지 못해서 그림한장 그리질 못하고 나와야 했으니...




 다른 사람들처럼 나역시, 타지마할과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그날 저녁 아그라를 떠났다. 운 좋게도 날짜가 잘 맞아서 돈을 안내긴 했지만 왠지 씁쓸한 기분이 든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풍경도 좋지만 넓은 대지위에 타지마할이 우뚝 솟은 조용한 풍경도 한번 보았으면... 그런 아쉬움에 미련이 남는다.

 다음에 인도를 찾으면 700루피를 주고서라도 꼭 다시한번 타지마할을 찾아가야지. 비싼 입장료의 의미는 아무도 없는 정원에서 조용히 타지마할과 마주할 수 있는 특별함을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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